알뜰폰 가입자는 쑥쑥 늘어나는데
이통 3사 가입자는 지속 감소 추세
Z세대 취업 선호 하위…"성장성 정체"
이동통신 3사가 청년들에게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한때 청년 고객이 많은 기업, 대학생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고객들은 이통3사 대신 알뜰폰을 들고 다닌다.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청년 가입자들을 알뜰폰 사업자에 빼앗긴 것이다. 최근 잡코리아는 Z세대 1200여명을 대상으로 취업하고 싶은 기업을 물었다. 이통3사는 2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한때 상위권을 다투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사내 20대 직원의 비중 역시 줄어들고 있다.
스무살 TTL 어디 가고…알뜰폰에 가입자 빼앗겨
1999년 SK텔레콤은 '스무살의 011'이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신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TTL을 선보였다. TTL 소녀 임은경으로 대표되는 신비로운 이미지와 함께 대학가 주변에 TTL존을 조성하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급부상했다. 20대 청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콘텐츠로 승부를 본 것이다. 명실공히 1위 이통 사업자로서 자리매김하는데 탄탄한 뒷받침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삼성전자 갤럭시 Z5 시리즈가 나온 지난달 SK텔레콤은 이통 3사 중에 가입자를 가장 많이 빼앗겼다.
한국통신사연합회(KTOA)는 지난달 SK텔레콤 가입자 수는 2만8696건이 순감했다고 밝혔다. KT는 2만4237건, LG유플러스는 1만6746건 순감했다. 같은 기간 알뜰폰은 6만9679건 순증했다.
이통3사의 경쟁 대상으로 알뜰폰 사업자가 급부상하고 있다. 알뜰폰 업체들은 이통3사로부터 망을 빌려 자체 브랜드로 저렴하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2~3년 동안 이통 3사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줄고, 알뜰폰 가입자 수는 순증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즉, 이통3사가 알뜰폰에 가입자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전체 알뜰폰 사업자 70여곳 중 이통3사의 자회사 5곳과 국민은행의 KB리브엠이 알뜰폰 시장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이들의 브랜드 네이밍 때문에 선택하는 게 아닌 실리 추구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통계 조사를 보면 지난 7월 말 알뜰폰 가입자 수는 약 1470만명이고, 150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알뜰폰 가입자 중 절반가량이 20~30대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리서치 전문업체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선 20, 30대를 합친 알뜰폰 가입자 비중이 2018년 33%에서 지난해 49%로 늘었다.
이들은 대부분 자급제폰을 구입해 알뜰폰 요금제를 쓰는 일명 '갓성비족'이다. 이통사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하지 않고, 단말기 제조사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기기를 사서 유심을 꽂아 바로 개통하는 방식이다. 24·36개월 같은 통신사 약정 부담이 없어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로 인식된다. MZ세대 알뜰폰 가입자가 부모님 휴대폰도 알뜰폰을 바꾸게 한다는 속설도 있어 젊은층의 알뜰폰 이용 추세를 무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3사에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5G 저가 요금제 출시를 독려하고 있다.
취업하고 싶은 기업 조사에서도 이통3사는 청년들의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난달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와 알바몬은 'Z세대가 가장 취업하고 싶은 대기업' 순위를 조사해 발표했다. 대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과 신입직 구직자 1278명을 대상으로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를 보기 문항으로 나열하고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을 복수로 선택하게 했다. 청년들은 취업하고 싶은 회사를 고를 때 높은 연봉에 대한 기대감, 복지제도와 근무환경, 성장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따졌다.
그 결과, 신입직 구직자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에는 삼성전자(응답률 43.9%)가 이름을 올렸다. 2위는 삼성바이로직스(29.7%), 3위 네이버(12.4%), 4위 SK하이닉스(12.3%), 5위 카카오(10.7%) 순이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2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세 회사 중에 유일하게 30위권에 이름을 올린 SK텔레콤에 대한 응답률도 1%대에 불과했다.
10여년 전과 비교해보면 차이를 확연히 할 수 있다. 2010년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전국 4년제 대학교 재학생 1059명을 대상으로 '일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SK텔레콤은 6위, KT는 9위에 각각 랭크했었다.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SK텔레콤은 취업 선호도 3위까지 기록한 적 있다(잡코리아 조사). 정보통신 분야가 각광받던 시기였다.
사내 청년 직원의 비중도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5300명이 넘는 전체 직원 중에 20대 직원 수는 300명대로 떨어졌다. SK텔레콤의 30세 미만 직원 비중은 2020년 8.7%, 2021년 7.8%, 지난해 7.4%로 감소 추세다. KT 역시 2만명이 넘는 전체 직원 중에 20~30대는 2020년 19.2%에서 지난해 18.6%로 줄었다. 같은 기간 40대 이상 직원 비중은 80.8%에서 81.4%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업적 측면에서 통신산업은 성장성이 정체됐고,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라며 "통신사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규제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통신사업자들이 변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통신 쪽에 훌륭한 인재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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