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교사 병가로 자리 채운 기간제 교사
"35년 경력에서 처음 겪는 일이라 생생"
"정당한 지도했음에도 학부모 민원 받아"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악성 민원에 수년간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가운데, 해당 교사가 과거 병가를 낸 기간에 후임으로 자리를 채운 35년 차 기간제 교사도 교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19일 대전교사노조는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019년 12월부터 병가 대체인력으로 근무한 기간제 교사 A씨의 발언을 공개했다. A씨는 해당 학급에서 수업 중 학생의 욕설을 듣거나, 정당한 학생 지도에 대한 민원으로 약 열흘 만에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해당 학급에서 있었던 일은 35년 경력에서 처음 겪는 일이라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며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1학년 특유의 해맑고 명랑한 분위기보다 일부 학생들로 인해 다른 학생들이 주눅 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출근 첫날부터 관리자를 포함한 부장들로부터 일부 학생들은 건들지 않는 게 좋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A씨가 직접 겪은 교권 침해 사례도 있었다. 그는 "(부족한 교과 내용에 대해) 마주 보고 설명해주고 있는데, 한 아이가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쳐다보니 제 눈을 바라보고 '북대전 IC8, 북대전 IC8'을 반복해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에게 '너 욕했니?'라고 물었더니 '그냥 북대전 IC를 말한 것'이라고 하더라. 너무 충격을 받아 더는 가르치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해오라고 했다"고 했다.
"학부모, 정당한 생활지도 불쾌하다고 민원"
A씨는 학부모 민원에 대한 기억도 회상했다. 한 학생이 다른 아이의 손등을 심하게 꼬집는 일이 발생하자, A씨는 해당 학생을 따로 불러 지도했다. 그러자 학부모가 A 씨에게도 민원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A씨는 "관리자로부터 학부모가 생활지도에 불쾌해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정당한 지도임에도 민원을 받았다는 것, 학생들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해도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 등 더는 기간제 근무를 이어가기 힘들 것 같아 그만뒀다"고 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35년 차 기간제 선생님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혼자 견뎌야 했다"며 "지금도 교사가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을 장치가 없고, 혼자 싸우고 감내해야 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전교사노조와 초등교사노조는 오는 21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숨진 교사는 경찰 및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신고 외에 4년간 총 14차례의 학부모들의 민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경찰과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숨진 40대 초등교사 B씨는 지난 5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7일 숨졌다.
B씨는 7월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 당시 자신의 사례를 작성해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 내용에는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학생 4명이 지시에 따르지 않고 같은 반 학생을 지속해서 괴롭혔던 정황이 담겼다.
특히 한 학생이 친구를 지속해서 폭행하자 교장에게 지도를 요청했다는 등의 이유로 B씨는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하고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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