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2일(현지시간) 유가 상승, 오라클을 비롯한 기술주 부진 여파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신형 아이폰15 공개라는 대형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신제품 효과에 따른 주가 반등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73포인트(0.05%) 하락한 3만4645.99를 기록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5.56포인트(0.57%) 떨어진 4461.9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4.28포인트(1.04%) 하락한 1만3773.61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에서 에너지, 금융, 유틸리티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8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오라클은 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밑돈데다 향후 전망까지 하향하며 13% 이상 급락했다. 클라우드 매출에 대한 우려로 경쟁사인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도 나란히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아이폰15 시리즈를 공개한 애플은 1.7%가량 밀렸다. 전날 10% 이상 급등했던 테슬라는 2%이상 떨어졌다. 반면 에너지주는 국제유가 오름세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옥시덴털페트롤리움은 4%이상 뛰었다. 엑손모빌, 셰브론도 각각 2~3%가까운 오름폭을 보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투자자들은 오라클, 애플을 비롯한 주요 기술주 움직임을 주시했다. 이날 장 내내 이어진 오라클의 주가 급락은 기술주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보케 캐피탈 파트너스의 킴 포레스트 창업자는 "초대형 주식은 아니지만 오라클의 주가 급락이 나스닥과 S&P500지수를 모두 짓누르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애플의 주가는 이날 오후 신형 스마트폰인 아이폰15 시리즈 공개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미 중국발 쇼크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신제품에 큰 변화가 보이지 않았고 가격 동결 결정으로 수익성에 대한 기대도 줄어든 여파로 해석된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주가 움직임은 시장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요소로 손꼽힌다. 지난 주에는 중국 당국의 아이폰 금지령 소식에 애플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술주 전반의 투심도 악화했었다.
오는 13일 예정된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유가는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근 경기 회복세에 따라 올해와 내년 원유 수요 전망치를 유지한 여파다. OPEC 회원국인 리비아의 대홍수로 동부 지역 4곳의 원유 수출 터미널이 폐쇄됐다는 소식도 유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유가 상승세는 향후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긴축 경계감도 제기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1.55달러(1.78%) 상승한 배럴당 88.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작년 11월11일 이후 최고치다. 장중 WTI 가격은 2%대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브렌트유 11월물 가격 역시 장중 배럴당 92달러를 돌파했다.
다음날인 13일에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하는 데 주요 힌트가 될 수 있는 미국의 8월 CPI가 공개된다. 최근 유가가 뛰면서 8월 CPI 상승률은 3.6% 안팎에서 전월 상승폭을 소폭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4%대 초반으로 둔화할 전망이다. 이어 14일에는 도매물가 격인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공개된다. 통상 도매물가 상승분은 향후 소비자 물가로 전가된다는 점에서 주시할만하다. 같은날 8월 소매판매도 발표될 예정이다. 월가에서는 앞서 반등했던 소매판매가 이번에 둔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5일에는 미시간대의 소비자심리조사가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9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여전히 93%이상 반영 중이다. 11월 동결 전망은 56%대를 나타냈다. 더블라인 캐피탈의 제프리 군드라치 CEO는 이날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긴축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에겐 경제적 약점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NFIB 소기업낙관지수는 91.3으로 월가 전망을 밑돌았다. 이는 소기업들의 낙관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20개월 연속 장기평균치(98)를 하회하고 있다.
다만 최근 경제지표가 대체로 탄탄한 수준을 보인 만큼, 이번주 공개되는 CPI 등 인플레이션 지표의 상승폭이 시장 예상을 웃돌 경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도 재차 힘이 실릴 수 있다. 올해 남은 FOMC는 9월, 11월, 12월 등 세 차례다. 알리안츠의 수석경제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안은 이날 CNBC에 출연해 "시장에서 Fed가 내년 초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면서 "내 생각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4.27%선에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금리는 5.02%선을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0.1% 이상 오른 104.7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2% 이상 올라 14선을 기록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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