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취업자 26만8000명↑…고용률 '역대 최고'·실업자 '역대 최저'
전체 고용률 0.3%P·30대 여성 3.1%P 상승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7만명가량 늘어나는 등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률은 '역대 최고',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청년(15~29세) 고용률이 7개월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30대, 특히 여성은 8월에도 고용률이 3%포인트 이상 올랐다. 결혼을 미룬 채 경제활동을 이어간 30대 여성이 고용시장의 호조를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23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67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만8000명(0.9%) 증가하며 2개월째 20만명대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취업자 수 증가세는 2021년 3월(31만4000명) 이후 30개월째 이어졌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8월 고용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취업자 청년 줄고, 60대 이상·40대·30대 늘어
연령별로 보면 청년 취업자는 393만1000명으로 10만3000명 줄어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다만 감소폭은 6월(11만7000명), 7월(13만8000명)보다 다소 둔화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20대 초반 학업을 하는 재학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60세 이상에서 30만4000명, 50대에서 7만3000명, 30대에서 6만4000명 취업자가 늘었다.
고용률은 63.1%로 전년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7%포인트 오른 69.6%로 집계됐다. 1989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8월 기준으로 가장 높다. 실업률은 2.0%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구직기간 기준을 1주에서 4주로 변경한 1999년 6월 이후 8월 기준 최저치다.
고용률 증가세를 이끈 것은 30대 여성이다.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한 68%를 기록했다. 모든 연령층에서 고용률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저출산'의 단면…예상치 웃돈 30대 여성 고용률
30대 여성의 취업자 수 증가, 고용률 상승은 올해 들어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신규 취업자 수는 당초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37만명을 웃돌았다. 지난해 말 연구기관들은 긴축 통화정책과 높은 대외 불확실성 등에 따른 경기 부진 탓에 올해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가 10만명 내외에 그칠 것으로 봤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각각 5만명, 8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노동 분야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도 실적치의 절반 이하인 14만명을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치가 전망치를 크게 상회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30대 여성 ▲제조업의 생산-고용의 상관관계·시차 등의 요인에 주목하고 있다. 김지연 KDI 부연구위원은 "추가적인 분석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취업자 전망치와 실적치 차이가 큰 주요 원인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로 판단하고 있다"며 "특히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은 지난해 6월 53.8%에서 올 6월 55.1%로 높아졌다. 반면 남성 고용률은 같은 기간 72.4%에서 72.1%로 되레 낮아졌다. 여성이 전체 고용률을 62.9%에서 63.5%로 끌어올린 셈이다.
특히 30대(30~39세) 여성의 고용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6월 64.0%에 불과했던 고용률은 올 6월 67.8%로 1년 새 3.8%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89.1%에서 89.2%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30대 남성과는 대조적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30대 여성의 경우 결혼과 출산 탓에 경제활동 참가율이 하락하는 연령이었지만 최근 이 현상이 약화했다"면서 "더 주요한 이유는 미혼여성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부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30대 여성 비중은 2017년 39.7%에서 지난해 51.9%로 커졌다. 또 자녀가 없는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7년 77.6%에서 지난해 78.7%로 높아졌고, 자녀가 있는 경제활동 참가율도 51.3%에서 53.5%로 상승했다. 무자녀 비중이 늘어난 것이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인 주요 요인이지만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진 것이다.
강신혁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도 고용시장이 견조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저출산'을 꼽았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8년 1명 이하(0.98명)로 떨어진 후 올 2분기엔 0.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강 실장은 "여성 실업률은 올 1분기 3.5%로 남성보다 0.5%포인트 더 높았지만, 6월은 그 차이가 0.1%포인트로 줄어 남성 실업률에 근접했다"며 "특히 30대 여성의 실업률 증감의 변동이 거의 없다는 것은 구직활동 1개월 이내에 고용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30대 여성의 취업이 비교적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 실장은 제조업 생산과 고용 간의 시차가 있고 이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낮아진 것도 취업자 수가 전망치를 웃돈 이유로 꼽았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의 경우 제조업은 2분기 0.5% 줄어든 반면 서비스업은 1.9% 증가했다. 강 실장은 "올 상반기 제조업 신규취업자 수는 4만3000명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서비스업은 47만4000명 늘었다"면서 "제조업 취업자와 생산 간의 상관관계가 낮아졌고, 취업자가 생산에 6~12개월 후행하지만, 서비스업은 곧바로 취업자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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