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공급 부족 우려가 부각되면서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현 추세라면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러한 유가 상승세는 최근 완화 조짐을 보여온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긴축 경계감도 제기된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55달러(1.78%) 상승한 배럴당 88.8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작년 11월11일 이후 최고치다. WTI는 지난 13거래일 중 11거래일간 올랐다. 올 들어 10% 이상, 이달에만 6% 이상 치솟았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92.06달러를 기록해 작년 11월16일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글로벌 원유 수요 전망치를 종전대로 유지한 여파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연말까지 공급 축소 방침을 밝힌 가운데, 현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는 OPEC 보고서가 시장의 수급 우려에 불을 붙인 것이다.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평균 1억431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비OPEC 산유국의 공급량은 하루 7428만배럴 수준으로 추산됐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애널리스트는 "OPEC의 월간 보고서에서 당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원유 시장이 훨씬 더 긴축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면서 오르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OPEC 회원국인 리비아의 대홍수로 동부 지역 4곳의 원유 수출 터미널이 폐쇄됐다는 소식도 유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했다. 원자재 물류 정보업체 케이플러의 매트 스미스 수석애널리스트는 "리비아에는 수출할 수 없는 항구가 많이 있다"며 "원유 가격 강세를 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미 에너지정보청(EIA) 역시 공급 둔화 여파로 글로벌 원유 재고가 하루 40만배럴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단기 전망 보고서를 공개했다. EIA는 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도 기존 배럴당 86달러에서 93달러로 상향했다. 이후 원유 재고가 회복돼야 배럴당 87달러 수준으로 다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모야 애널리스트는 유럽과 중국의 경제 지표가 개선되기 시작하면 원유 시장이 더 타이트해질 수 있고, 이 경우 브렌트유가 쉽게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날에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도 공개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최근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긴축 막바지에 들어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유가 상승세가 인플레이션 압박을 키우는 것은 물론, Fed의 조기 긴축종료 기대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에너지 가격은 Fed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에는 포함되진 않지만, 직간접적으로 경제 전 분야의 비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유가 강세가 지속될 경우 Fed로선 추가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다음날 공개되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최근 유가 상승세가 어느 정도 반영될지에도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린다. 8월 CPI 상승률은 3.6% 안팎에서 전월 상승폭(3.2%)을 소폭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인사이트의 오마르 사리프 사장은 "6월말 7월초 이후 유가 상승이 휘발유 가격 등에 분명한 상승 압력을 가했고, 8월 헤드라인 CPI는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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