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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Next]'요소수·화웨이' 중국의 계산된 도발?…"韓, 미리 대응해야"

수정 2023.09.12 07:52입력 2023.09.12 06:10

화웨이 7나노 반도체 역습…"美 자극"
美견제 맞서 '자원 무기화' 속도 가능성
의존도 높은 韓…中 손짓에도 경제 휘청
다만 中도 경기 나빠 확산 자제 전망도

지난주부터 이어진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설과 화웨이의 7나노(㎚)급 반도체를 탑재한 최신형 스마트폰 출시에 한국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요소수는 수급 불안에 품귀 조짐을 보였고, 화웨이 사태는 가뜩이나 회복세가 더딘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결론적으로 두 이슈 모두 당장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높은 중국 의존도 탓에 작은 충격에도 크게 휘둘렸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중국이 이같은 대미(對美), 대한(對韓) 도발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중국이 요소수가 아니라 리튬이나 니켈 등 핵심 전략 광물 수출 통제에 나설 경우 우리 이차전지, 반도체 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공무원 아이폰 사용 금지'나 '반도체 우회 기술개발' 등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 그 사이에 끼인 한국 기업들 역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설을 두고 미·중 갈등 발 '공급망 전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블룸버그가 지난 7일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일부 비료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중국 내 최대 요소 생산기업인 중눙그룹이 수출 축소를 선언한 만큼 사실상 정부 입김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미 2년 전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로 요소수 대란을 경험해본 만큼 이번 사태를 쉽게 넘기기 힘들다. 정부가 "요소수 비축분이 충분하다"며 진화에 나섰음에도 쉽사리 시장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것은 여전히 높은 중국 수입 의존도 때문이다. 이번엔 수출 통제가 비료용으로 한정돼 다행이지만, 중국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제조·차량용 요소의 수출 통제가 시작되면 제2의 대란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산업계에선 갈륨과 게르마늄에 이어 요소로 수출 통제 항목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 중국은 첨단산업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 51종 중 33종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전기차, 이차전지, 반도체 분야 공급망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10대 전략 핵심광물(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희토류(5종))에서도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은 상당하다.



화웨이가 최신형 스마트폰인 '메이트 60'을 출시하면서 7나노 반도체 기술 개발을 과시한 것도 비슷하다. 중국이 실제 미국의 견제를 뚫고 반도체 국산화에 성공하고 있든, 아니면 미국을 자극하기 위한 도발에 불과하든, 한국 경제에는 부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면 그 자체로 한국 반도체 기업에 안 좋고, 중국의 도발로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시장 위축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이번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시를 두고 "중국의 상황을 보면 고도로 계산된 도발"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기술 봉쇄에도 3년 만에 돌파구를 뚫어, 미국은 극복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고 중국은 미국의 봉쇄를 뚫는 나라라는 것을 홍보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자국 공무원에게 '아이폰 금지령'을 내리며 미국에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화웨이가 최신형 스마트폰을 내놓은 상황에서 이같은 금지령은 중국인의 애국 소비를 자극해 아이폰 불매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자, 기관지 관영매체를 통해 비판 기사를 쏟아내며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확산을 사실상 부추기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중국의 이번 조치로 연간 아이폰 판매량이 500만~1000만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는데, 이 경우 애플의 주요 협력사인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한국의 수출과 국내총생산(GDP)도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행은 올 초 '향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우리 수출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경우 우리 총수출액(명목)은 1.0~1.7%, 실질 GDP는 0.1~0.3%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련의 흐름을 보면 중국의 대미 역공이 시작된 것으로도 해석된다"며 "중국의 역공이 정말 현실이라면 국내 경기와 원화 가치도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이 앞으로 갈등을 더 확산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가뜩이나 내수와 수출이 안 좋은 상황에서 미국과의 갈등을 더 키우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도 좋은 결정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 부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은 공급망이 너무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자원을 더 무기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우리도 미리 대응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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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은마 20년만에 조합설립 임박하자…집값 ‘지붕킥’
수정 2023.09.12 06:00입력 2023.09.12 06:00

76㎡ 23.35억 거래…작년 7월 후 최고가
재건축 기대감에 집주인 매물 거두는 중
투기과열지구라 조합설립 후 집값 더 오를 듯

'강남 재건축의 상징'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가 추진위원회 승인 20년 만의 조합설립을 앞두자 각종 부동산 지표가 급변하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에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이는데 입주권 막차를 타려는 매수 대기자가 모여들며 집값이 불황기 대비 4억~6억원 반등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의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일 은마 아파트 전용 76㎡가 23억35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는 2022년 7월(24억8000만원) 이후 14개월 만의 최고 실거래가다. 부동산 불황기이던 지난해 11월 17억7000만원(1층)까지 떨어졌는데, 10개월 만에 4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84㎡도 지난달 27억2000만원에 계약서를 써, 2021년 11월(28억2000만원)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해당 면적 가격은 지난해 10월 21억원까지 하락한 바 있다.


은마 아파트 집값의 V자 반등은 부동산 규제완화로 시장이 살아나는 한편, 최근 들어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은마 아파트는 지난달 19일 조합설립총회를 열었고, 최근 강남구청에 조합설립 신청을 마쳤다. 오래도록 기다린 재건축이 가시화하자 집주인들은 시장에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는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은마 아파트 매매 매물은 총회 당일 204건에서 현재 171건으로 30건 이상 줄었다.

더군다나 강남구가 여전히 투기과열지구라, 사교육 1번지의 대표 재건축을 원하는 매수 대기자들의 마음이 급해지면서 실거래가가 크게 올랐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설립 시 10년을 보유하고, 5년을 거주한 집주인만 입주권을 팔 수 있어, 거래 가능 매물이 확연히 줄어든다.


대치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조합설립 앞두고 워낙 호가가 오르다 보니 입주권 막차를 타려는 대기자들은 조합설립 후 양도가 안 돼서 꼭 팔아야 하는 급매물 위주로 거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설립이 임박한 은마 아파트는 현재 강남구에서 하반기(6월1일~9월11일) 가장 많이 거래된 1위 단지에 올라 있다. 조합설립 후 은마 아파트의 호가는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 관계자는 "마음 급한 것 없는 집주인들은 지금도 역대 최고가보다 높은 29억~30억원을 부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은마 아파트는 조합설립을 앞두고 소송전에 휘말린 상태다. 이재성 은마소유자협의회 대표가 조합장으로 뽑힌 최정희 추진위원장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 대표는 “선관위원 선임부터 사전 우편 투표함도 참관인 없이 무방비로 관리돼 선거 공정성이 해쳐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진위 측은 선거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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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챗GPT '복붙'했다 딱 걸린 과학자들
수정 2023.09.12 14:24입력 2023.09.12 09:44

사전고지 없이 AI로 논문 쓰는 사례 급증
국제 학술계 "연구부정 수두룩, 신뢰에 치명타"

국제 과학계가 사전 고지 없이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학술 논문을 작성하는 연구 부정 행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9일 복잡한 수학 방정식을 푸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논문을 게재했다가 AI 이용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철회한 국제 학술지 '피지카 스크립타( Physica Scripta)'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논문은 진짜처럼 보였지만 전문가가 논문의 3번째 페이지에서 '응답 생성(Regenerate response)'이라는 문구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문구는 챗GPT에 질문을 입력한 후 답을 구할 때 누르는 버튼에 붙는 것으로, 해당 논문 작성자가 챗GPT를 이용해 논문의 내용을 쓴 후 복사해 붙이는 과정에서 실수로 지우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문가는 해당 문구를 발견한 즉시 스크린 샷으로 저장한 후 출판된 연구 결과를 토론하는 웹사이트 '펍피어(PubPeer)에 올려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피지카 스크립타의 편집진들이 조사에 나선 결과 해당 논문의 저자는 챗GPT를 이용해 논문을 부정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약 두 달간 진행된 논문 사전 심사 과정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편집진들은 저자들이 논문 제출시 챗GPT 이용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게재 철회를 결심한 상태다.


더 심각한 것은 이같은 사례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이번 피지카 스크립타 게재 논문의 문제점을 찾아낸 기욤 카바낙 프랑스 툴루즈대 컴퓨터과학 교수는 지난 4월부터 10여개 이상의 논문에서 비슷한 사례를 발견해 펍피어에 신고글을 올렸다. '응답 생성'이라는 문구 외에도 'Please note that as an AI language model'라는 AI의 문장이 그대로 실려 있는 논문들도 다수 발견됐다.


사실 이미 유명 국제학술지를 다수 펴내는 엘스비어(Elsevier)나 스프링거 네이처(Springer Nature) 같은 출판사의 편집자들은 '사전 고지'를 전제로 챗GPT나 거대언어모델(LLM)같은 AI를 이용한 논문 작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문제는 사전 고지 없이 AI를 이용해 논문을 쓰고도 마치 자신이 작성한 것처럼 속이는 이들이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AI가 작성하다 보니 내용이 부정확하고 심지어 방정식 계산이나 실험 결과가 틀린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학술지들이나 동료 검증위원들의 숫자가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학계에서는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미생물학자 겸 독립 연구 컨설턴트인 엘리자베스 빅은 네이처에 "챗GPT나 LLM 등 생성형 AI 도구의 급격한 증가가 출판 논문 수를 늘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가짜 논문을 제공하는 '제지 공장(Paper mills)'들에게 화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 수백 배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이미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부정 행위로 작성된) 논문들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가짜 논문 전문가'이자 전직 대학 교수인 데이비드 빔러도 "사전 고지없이 AI에 의해 작성돼 학술지들에 실린 논문들로 인한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AI 작성 여부를 판독해낼 수 있는)게이트키퍼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가짜 논문 출판 양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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