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7나노 반도체 역습…"美 자극"
美견제 맞서 '자원 무기화' 속도 가능성
의존도 높은 韓…中 손짓에도 경제 휘청
다만 中도 경기 나빠 확산 자제 전망도
지난주부터 이어진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설과 화웨이의 7나노(㎚)급 반도체를 탑재한 최신형 스마트폰 출시에 한국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요소수는 수급 불안에 품귀 조짐을 보였고, 화웨이 사태는 가뜩이나 회복세가 더딘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결론적으로 두 이슈 모두 당장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높은 중국 의존도 탓에 작은 충격에도 크게 휘둘렸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중국이 이같은 대미(對美), 대한(對韓) 도발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중국이 요소수가 아니라 리튬이나 니켈 등 핵심 전략 광물 수출 통제에 나설 경우 우리 이차전지, 반도체 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공무원 아이폰 사용 금지'나 '반도체 우회 기술개발' 등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 그 사이에 끼인 한국 기업들 역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설을 두고 미·중 갈등 발 '공급망 전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블룸버그가 지난 7일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일부 비료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중국 내 최대 요소 생산기업인 중눙그룹이 수출 축소를 선언한 만큼 사실상 정부 입김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미 2년 전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로 요소수 대란을 경험해본 만큼 이번 사태를 쉽게 넘기기 힘들다. 정부가 "요소수 비축분이 충분하다"며 진화에 나섰음에도 쉽사리 시장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것은 여전히 높은 중국 수입 의존도 때문이다. 이번엔 수출 통제가 비료용으로 한정돼 다행이지만, 중국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제조·차량용 요소의 수출 통제가 시작되면 제2의 대란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산업계에선 갈륨과 게르마늄에 이어 요소로 수출 통제 항목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 중국은 첨단산업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 51종 중 33종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전기차, 이차전지, 반도체 분야 공급망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10대 전략 핵심광물(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희토류(5종))에서도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은 상당하다.
화웨이가 최신형 스마트폰인 '메이트 60'을 출시하면서 7나노 반도체 기술 개발을 과시한 것도 비슷하다. 중국이 실제 미국의 견제를 뚫고 반도체 국산화에 성공하고 있든, 아니면 미국을 자극하기 위한 도발에 불과하든, 한국 경제에는 부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면 그 자체로 한국 반도체 기업에 안 좋고, 중국의 도발로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시장 위축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이번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시를 두고 "중국의 상황을 보면 고도로 계산된 도발"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기술 봉쇄에도 3년 만에 돌파구를 뚫어, 미국은 극복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고 중국은 미국의 봉쇄를 뚫는 나라라는 것을 홍보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자국 공무원에게 '아이폰 금지령'을 내리며 미국에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화웨이가 최신형 스마트폰을 내놓은 상황에서 이같은 금지령은 중국인의 애국 소비를 자극해 아이폰 불매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자, 기관지 관영매체를 통해 비판 기사를 쏟아내며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확산을 사실상 부추기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중국의 이번 조치로 연간 아이폰 판매량이 500만~1000만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는데, 이 경우 애플의 주요 협력사인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한국의 수출과 국내총생산(GDP)도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행은 올 초 '향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우리 수출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경우 우리 총수출액(명목)은 1.0~1.7%, 실질 GDP는 0.1~0.3%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련의 흐름을 보면 중국의 대미 역공이 시작된 것으로도 해석된다"며 "중국의 역공이 정말 현실이라면 국내 경기와 원화 가치도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이 앞으로 갈등을 더 확산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가뜩이나 내수와 수출이 안 좋은 상황에서 미국과의 갈등을 더 키우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도 좋은 결정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 부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은 공급망이 너무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자원을 더 무기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우리도 미리 대응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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