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다주 '버닝맨' 행사장 출입 통제
자급자족 축제 "음식·물 아껴야" 비상
미국 사막에 폭우가 쏟아지며 '버닝맨' 축제에 참여한 7만여명이 고립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2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州) 사막에 폭풍우가 몰아치며 이곳에 축제 때문에 세워진 '임시 도시' 블랙록시티에서 열린 '버닝맨' 축제 참가자들이 고립됐다고 보도했다.
버닝맨은 1986년부터 매년 8월 첫째 주 월요일부터 9월 첫째 주 월요일까지 예술, 자기표현 등을 주제로 열리는 축제다. 인간 모양의 인형을 불태우는 프로그램 덕분에 버닝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축제 기간 주최 측은 네바다주 사막에 블랙록시티로 불리는 임시 도시를 세운다.
올해 축제는 미국 남서부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린 허리케인 '힐러리'로 젖은 땅을 말리기 위해 행사 시작 며칠 전부터 이곳 출입을 일시 통제하고, 지난달 27일 막을 올렸지만, 다시 시작된 폭우로 인해 4일 만에 막을 내렸다.
이날 저녁 미국 내무부 산하 토지관리국(BLM) 등은 4일까지 버닝맨 행사장 출입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네바다주 교통부도 홍수로 인근 도로를 폐쇄했다.
버닝맨 주최 측은 이날 아침 "폭우로 인해 블랙록시티를 드나드는 게이트와 공항이 폐쇄될 것"이라며 "긴급 차량을 제외하고 플라야 표면이 마를 때까지 운전이 금지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플라야는 우기에 호수로 변하는 사막의 오목한 저지대를 말한다.
또,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음식, 물, 연료를 절약하고 안전한 공간에 머무를 것을 권했다. 버닝맨 축제는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음식, 식수, 임시 숙소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행사장 출입이 언제 재개될지는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 WP는 이번 폭우가 3일 저녁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참가자 중 한 명인 한나 버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진흙이 달라붙어 신발이 묵직해지니 사람들이 맨발로 걸어 다닌다"며 "자전거로 탈출하려던 사람들도 꼼짝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사막을 벗어나기 위해 걸어서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행사장에서 약 3km 떨어진 도로까지 이동한 뒤 하이킹으로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탈출에 성공한 무리는 3km를 이동하는 데 2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그는 "진흙 위를 걷는 것은 정말 지옥이었다"며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시멘트 블록에 발을 묶고 걷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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