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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다음 날 음주운전 사고 낸 교장선생님…옛 제자 2명 중상

수정 2023.09.02 16:00입력 2023.09.02 16:00

비보호 좌회전하다 직진 차량과 충돌
20대 피해자들은 중학교 때 수업 받은 제자

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한 남성이 퇴임 바로 다음 날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냈다. 공교롭게도 사고를 당한 상대편 차량 탑승자 2명은 이 남성의 옛 제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6시30분께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삼거리에서 60대 남성 A씨가 몰던 모하비 차량이 토레스 차량을 들이받았다. 당시 A씨의 차량은 비보호 좌회전을 하고 있었는데, 녹색 신호를 받고 직진 중이던 토레스 차량과 충돌한 것이다.

경기 이천경찰서 전경[사진출처=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이 사고로 모하비 차량 운전자인 60대 A씨가 크게 다쳤으며, 토레스 차량에 타고 있던 20대 2명도 중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 출동한 경찰은 음주 감지기를 통해 A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A씨가 크게 다쳐 정확한 음주 측정이 어려운 탓에, 향후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확인을 위해 경찰은 A씨 혈액을 채취해 뒀다.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A씨를 입건하는 한편 A씨의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기지역 전직 고등학교 교장이었던 A씨는 사건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정년퇴임을 했다. 사고로 중상을 입은 B씨 등 피해자 2명은 과거 A씨가 몸담았던 학교에 다닌 제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피해자들은 현재 대학병원에 입원해 눈도 못 뜨고 있는 상태"라면서 "B씨 등은 과거 중학생 때 A씨에게 수업도 받았던 제자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2022년 교원복무규정을 개정해 교원들의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음주운전으로 단 한 차례 징계를 받더라도 교장 승진은 영구 배제된다. 또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명예퇴직 시 특별승진이 금지되며, 보직교사 임용도 제한된다. 음주운전뿐 아니라 음주측정 불응 또한 동일하게 처벌된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서이초 교사 49재' 앞두고 전북에서도 초등교사 사망
수정 2023.09.02 12:21입력 2023.09.02 12:21

전교조 "승진 문제로 직장 내 갈등" 주장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49재인 4일을 앞두고 전북 군산시에서 초등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군산해양경찰서 등은 1일 오전 10시25분께 동백대교 주변 바다에서 군산의 초등학교 교사 A(30대)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등학교 담임 교사의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오전 8시께 “다리 위에 비상등을 켠 차량이 서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10척이 넘는 구조정을 투입해 수중 작업을 벌였지만, A씨를 막지는 못했다.


이 차량에서 발견된 A씨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메모장이 열려 있었는데 “힘들다”는 내용과 함께 자신을 자책하면서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는 내용의 유서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사망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휴대전화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했다.

전북도교육청 측은 “학생과 교사들 간에 사이가 좋아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에 전교조 전북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투신한 교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들리는 바에 따르면 A씨는 승진 문제와 관련해 직장 내에서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괴롭힘, 갑질, 차별 행위 등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엄정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같은 날 서울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초등교사도 사망했다. 30대 14년 차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두 분 선생님께서 왜 스스로 고귀한 목숨을 버리셨는지 수사당국뿐만 아니라 관할 교육청도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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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人사이드]적응 못해 등교거부 9년…"다른 사람에게도 용기가 되길"
수정 2023.09.02 11:16입력 2023.09.02 07:00

화제의 '등교거부생 선수권 대회' 수상자
적응 못 해 등교거부 9년째…어머니의 사랑으로 상처 치유

일본에서 얼마 전 '등교 거부 학생권 대회'가 개최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각자의 사정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 '등교 거부생'이 본인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찍어 출품하는 대회였기 때문인데요. 대회 주제는 '학교 가기 싫은 내가, 학교 가기 싫은 너에게'였습니다.


17세 이츠키(가명) 씨는 등교 거부 9년 만에 어머니와 나눈 대화 영상을 올려 지난달 이 행사에서 상을 받게 됐는데요. 여러 사람에게 감동을 줘 화제가 됐습니다.


오늘은 학교 가기 싫었던 이츠키 씨가 다른 학생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어머니에게 인터뷰를 시도하는 이츠키(가명)씨.(사진출처=NHK)

NHK방송에 따르면 이츠키 씨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했다고 합니다. 공부는 좋아했지만, 학교에 가려고 하면 몸이 움직이지 않아 답답했다고 하는데요. 스스로 '나는 이상한 사람이다', '부적응자다'라는 생각을 해왔다고 합니다.

이츠키 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던 중 등교 거부를 선언하고, 9년간 학교에 나가고 있지 않은 상황인데요. 대신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집안 사정 등으로 학교에 출석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사이버 수업을 제공하는 '통신제 고등학교'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머니와 학교에 같이 등교해보려고 했는데 현관에서부터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츠키 씨는 "이유도 모르겠고, 내가 왜 학교에 가지 못하는 걸까. 내가 못난 사람일까"라며 무능함에 답답했다고 합니다. 간만에 용기를 내어 학교에 나가도 "오늘은 쟤 왜 학교 나왔대?"라는 동급생들의 말, 기껏 교문까지 힘들게 왔는데 선생님이 내놓는 "힘내서 교실로 가자"는 말이 모두 상처가 됐다고 하네요.


이츠키 씨는 이번 학생권 대회에 참가하면서 드디어 과거의 자신과 대면하게 됐다고 합니다. 학교에 가지도 않고, 가지 못하는 자신을 혐오해 악순환이 반복했던 시기에 항상 자신을 믿어준 어머니와 대화하게 된 것인데요. 9년간 어머니에게 한 번도 묻지 못했던, 등교를 거부한 자신에 대한 생각을 묻게 됩니다.


등교거부 학생권 대회 출품작들.(사진출처=NHK)

이츠키 씨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학교에 보내보려고 억지로 밀어붙여 봤다. 학교에 데려다주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도 해봤다"로 운을 뗐는데요. 이츠키 씨가 "불출석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다"라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습니다.


그는 "학교에 가든 안 가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며 "고민도 했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 동안 함께할 수 있는 것이 많았고, 무엇보다 이츠키가 계속 옆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키웠다"고 말했는데요. 어머니와 9년간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주고받으며 이츠키 씨는 모든 죄책감을 떨쳐내게 됩니다.


이츠키 씨의 이번 인터뷰는 등교 거부 아동 부모 단체 대표로부터 표창장을 받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는 "당시의 나 자신에게 '괜찮다, 자신을 믿고 선택한다면 미래는 괜찮을 것이다'라고 전해주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내놨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일본 전역에서 352편의 영상이 출품되고, 영상 재생 수는 1000만 회를 넘겨 대중의 호응을 끌어냈는데요.


출결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의아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제도권 밖으로 나가게 된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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