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폭염 시달리던 이탈리아
서북부 지역에선 때아닌 '8월 첫눈'
일부 지역선 폭설에 차량 고립도
지구촌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 앓는 가운데 이번에는 이탈리아 서북부 지역에 때 이른 눈이 내렸다.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서북부 피에몬테주 토리노 인근의 알프스 산악지대인 세스트리에레에 이날 오전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해 5㎝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세스트리에레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키 경기가 치러진 곳으로, 해발 1981m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은 고지대에 위치해 평소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지만 여름철에 눈이 온 것은 10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첫눈은 11월에 내렸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토리노 지역 일간지 '토리노 투데이'는 "스키 시즌이 아직 한참 남은 8월 28일 첫눈이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런가 하면 토리노에서 남쪽으로 90여㎞ 떨어진 쿠네오 인근의 해발 2748m 고지대인 콜레 델라녤로에선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폭설로 인해 차량 여러대가 고립됐으나, 인명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지난달 기록적 폭염에 신음한 이탈리아…'케르베로스' 이름도
앞서 이탈리아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다. 지난달 18일 이탈리아 수도 로마는 최고 기온이 41.8도로 관측돼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남부의 대표적인 휴양지 시칠리아는 47.4도까지 치솟았다.
역대급 폭염으로 인해 이탈리아 중부와 남부 지역에선 지난달 사망률이 평년보다 7% 증가했다. 이탈리아 보건부에 따르면 사망률 증가는 바리(50%), 카타니아(34%), 레지오 칼라브리아(34%) 등 남부 도시에서 두드러졌다.
이탈리아 기상학회는 이번 폭염을 두고 '베르베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케르베로스는 단테의 신곡에서 나오는 지옥의 문지기로, 세 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을 뜻한다. 폭염과 이에 따른 피해가 지옥만큼 극심하다는 의미다. 당시 루카 메르칼리 기상학회장은 "지구는 고열을 앓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고 CNN에 말했다.
이탈리아는 유럽에 폭염이 덮칠 때마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달 과학저널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5월 30~9월 4일 유럽에서 폭염으로 인해 숨진 사람은 모두 6만1672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폭염이 심각했던 지난해 7월 18~24일에는 일주일 동안 1만1637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폭염 사망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이탈리아(1만8010명)였으며, 다음은 스페인(1만1324명), 독일(8173명), 프랑스(4807명), 영국(3469명), 그리스(3092명), 루마니아(2455명) 순이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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