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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 커지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서울시 칼 빼들었다

수정 2023.08.27 06:00입력 2023.08.27 06:00

설계사 재공모 시정명령…불이행 시 수사의뢰

국내 대표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설계사 선정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서울시는 공모 지침을 위반한 희림건축을 고발한 데 이어, 재공모를 진행하진 않으면 조합도 수사 의뢰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공모에서 탈락한 해안건축이 조합을 상대로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했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되며 급물살을 타던 압구정3구역 재건축에 제동이 걸렸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조합은 시로부터 수사 의뢰 1건, 시정명령 불이행 시 수사 의뢰 7건, 시정명령 1건, 행정지도 3건 등 총 12건의 처분을 받았다. 시는 앞서 압구정3구역 설계사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공모 과정 등을 포함해 조합 운영·행정 전반에 대한 점검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처분의 핵심은 설계사 선정 재공모를 요구한 시정명령이다. 조합이 계약을 체결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해 고시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과 서울시 '공공지원 설계자 선정기준', 조합이 작성·교부한 공모 운영기준·지침을 준수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것은 희림건축이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공모에서 제시한 안이다. 희림건축은 친환경 인센티브를 통해 용적률 360%, 임대주택이 없는 재건축안을 공모안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이는 용적률 300% 이하, 임대주택 소셜믹스 등을 핵심으로 하는 서울시 신속통합 정비지원 계획안과 배치됐다. 이에 서울시가 반대하고 나섰는데, 희림건축은 인센티브 등을 적용하면 상한을 높일 수 있다며 주민을 설득했고 결국 설계사로 낙점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련 규정을 위반한 설계자 선정은 무효이고 조합이 설계자 재공모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시 입장"이라며 "조합이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즉시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미 희림건축을 건축설계 공모 지침 위반이라며 사기미수, 업무방해 및 입찰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_부동산 자료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설계사 선정에서 탈락한 해안건축과 일부 조합원들은 최근 조합을 상대로 설계사 선정 및 계약 체결에 제동을 거는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에 설계사 선정 및 대의원회 계약체결 위임건에 대한 총회 결의 효력 정지, 설계 계약 체결 등 후속절차 진행을 막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인허가권을 쥔 시가 강경대응에 나서면서 신속통합기획 발표로 급물살을 타던 압구정3구역 후속 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함에 있어 서울시는 공공성, 조합은 단지 가치 최대화로 목표가 각각 다르다"면서 "앞으로 한강변 고급 단지일수록 유사한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개점 2년여 만에 1억명 다녀간 이곳… 올해 매출 1조 찍는다
수정 2023.08.27 10:35입력 2023.08.27 10:35

전국구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
2030 외국인 관광객도 크게 늘어
외국인 매출 신장률 780% 육박

더현대 서울의 누적 방문객이 2년 6개월 만에 1억명을 넘어섰다. 국내 단일 유통시설을 찾은 방문객 기준으로 최단기간 1억명 돌파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7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2월 26일 개점한 더현대 서울 누적 방문객 수는 1억명(8월 25일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국민이 두 번씩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셈이다.


더현대 서울의 방문객 수 추이를 살펴보면 오픈 첫해인 2021년(2월~12월) 2500만명이 방문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 방문객은 전년보다 1.5배가량 늘어난 4400만명으로 집계됐다. 엔데믹이 본격화된 올해 들어선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에 힘입어 지난 25일까지 3100만명이 더현대 서울을 찾아 누적 방문객이 1억명을 돌파했다.


더현대 서울은 ‘전국구 핫플레이스’다운 면모 보여줬다. 오픈 이후 더현대 서울 구매 고객의 55%는 서울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고객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근교인 경기·인천에서 온 방문객이 24%, 충청 12.9%, 호남·영남 13%, 강원·제주 4.3% 등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더현대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구매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더현대 서울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년 대비 외국인 매출 신장률은 779.7%로,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전체 평균 신장률(302.2%)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높다. 특히 더현대 서울 외국인 구매 고객 중 20~30대 비중이 67%로, 구매 외국인의 세 명 중 두 명이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현대 서울은 올해 매출 1조원 돌파도 목전에 두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매출 95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월평균 20% 가까운 매출 신장률을 기록 중이어서 올 연말 무난하게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현대 서울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면, 국내 백화점 최단기간인 2년 10개월 만에 ‘매출 1조원 돌파’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에 국내외 유명 브랜드를 지속 유치해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영 앤 럭셔리’ 이미지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올 연말께 오픈하는 루이비통을 비롯해 오는 9월 디즈니 스토어, 10월 파이브가이즈 등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글로벌 브랜드 입점이 예정돼 있다.


김창섭 더현대 서울 점장은 “이틀에 한 번꼴로 팝업스토어를 열며 이슈 매장을 빠르게 선보인 결과, 더현대 서울이 국내는 물론 외국인 고객에게도 K콘텐츠 트렌드의 바로미터로 인식되고 있다”며 “더현대 서울이 글로벌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를 지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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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섭의 금융라이트]'4000000000000000원' 그림자 금융, 中 뇌관이 되다
수정 2023.08.28 07:43입력 2023.08.27 08:00

돈 빌려주지만 은행은 아니다?
규제 사각지대에 숨은 그림자 금융
부동산 개발로 성장하던 중국 경제
한계 봉착하자 그림자 금융이 '휘청'
중국판 '리먼사태' 나올라…우려 ↑

인구 1100만에 달하는 중국 허베이성 성도 스좌좡. 베이징에 맞닿아 접근성이 좋은 이 곳에 수년 전부터 짓다 만 아파트가 방치돼 흉물스럽게 남아있다.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4000000000000000원’이라는 숫자를 상상할 수 있나요? 맨 끝에서부터 아득히 헤아려야만 4000조원이라는 걸 간신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4000조원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피부로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의 올해 예산(639조원)보다 7배 넘게 많고, 한국인 전체 신용대출 규모(1862조원)의 2배에 해당하는 아주 큰 금액이니까요.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이 중국에 있습니다. 바로 ‘그림자 금융’으로요. 최근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중국이 경제위기를 겪는 원인에도 그림자 금융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림자 금융은 어떻게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를 무너뜨린 걸까요?


돈 빌려주지만 은행은 아니니까?…규제 사각지대에 숨은 그림자 금융
'그림자 금융'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 경제학자 폴 맥컬리.

그림자 금융이란 폴 컬리라는 이코노미스트가 2007년 처음 쓴 용어입니다.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회사를 말하죠. 투자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들은 담보를 받지 않거나, 투자 리스크를 정확히 알리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험한 상품을 만들고 돈을 빌려주는데 투자구조가 복잡해 손익구조도 잘 드러나지 않았고요.


그림자 금융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그림자 금융은 시장의 유동성을 늘려줍니다. 만약 그림자 금융이 없고, 오로지 은행에서만 돈을 빌려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지금보다 훨씬 돈을 빌리기 어려웠을 겁니다. 조금만 사업성이 부족해도 은행이 대출을 거절하니까요. 위험함을 감수하고 추진해야 할 사업들은 줄줄이 좌초했을 겁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그림자 금융은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조금 위험하더라도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내고 싶다면,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게 왜 나쁜 일이겠어요?

해안가 관광 수요를 기대하고 짓다가 건축이 중단된 리조트 전경. 다롄 곳곳에는 이 같은 현장이 곳곳에 방치돼 있다.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문제는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그림자 금융은 시장상황에 따라 예상보다 큰 손해를 유발합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투명성이 낮다 보니 미리 손실을 파악하기 어렵거든요. 안전장치도 없습니다. 은행은 손실이 발생하면 미리 잡아둔 담보를 팔아 손해를 복구하지만, 그림자 금융은 투자금액 모두를 고스란히 날려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돈이 오가는 구조가 복잡해 수많은 관련자가 얽혀있고, 그림자 금융의 위기가 전체 경제위기로 번질 수도 있죠.


부동산 개발로 성장한 중국경제…이젠 유령도시가 나온다

최근 중국의 경제위기도 그림자 금융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중국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도 6~7%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왔습니다. 이는 탄탄한 내수시장 속 기반시설 개발과 부동산 시장의 호황 덕분이었죠. 2008~2021년까지 중국 국내총생산(GDP)을 들여다보면 44%가 인프라·부동산 개발과 관련돼 있었습니다. 전 세계 평균 25%보다 훨씬 높죠. 부족했던 도로, 공항, 발전소, 아파트가 대거 지어지면서 강한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난 겁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동부 장쑤성 화이안에 건설한 주택 단지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물론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이 돈을 공급했던 게 바로 중국의 그림자 금융입니다. 중국의 투자신탁회사들이죠. 이들은 부동산 개발회사의 돈줄 역할을 해왔습니다. 개인과 기업에 투자상품을 권유해 돈을 모아서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식으로요. 은행 대신 중국의 투자신탁회사가 부동산 개발업체들한테 돈을 빌려준 겁니다. 중국의 투자신탁 산업은 지난 3월 말 2조9000억달러(3893조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고요, 부동산 노출규모는 1550억달러(208조원)에 이르게 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잉·중복투자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났습니다. 건물을 짓기만 하면 훌륭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공실이 발생하고 손해가 나기 시작했죠. 급기야 유령도시가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돈을 빌려 도시를 만들어놨는데 정작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가 생겼단 뜻입니다. 이러한 도시는 중국 전역에 수십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수도 베이징의 중심가에도 공사중단으로 방치된 건물과 공실이 목격되기 시작했고요.


디폴트 위기 빠진 中 부동산 회사, 돈 빌려준 금융사도 덩달아 타격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의 베이징 외곽 공사 현장 근처 차량에 '비구이위안 주택 구매자 권리 보호'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러자 부동산 회사들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부동산 개발업체 완다그룹 계열사가 디폴트 위기에 빠졌습니다. 만기가 도래한 4억달러(약 5350억원) 규모의 채권을 막아야 했는데 2억달러가 부족했거든요. 지분을 팔아 겨우 위기를 넘겼지만 심상치 않은 징조였습니다. 최근에는 총자산 330조원인 민간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이 10억달러 채권 2개 중 이자 2250만달러를 갚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부동산 업체 위안양은 2094만달러의 채권 이자를 상환하지 못했고요.


부동산 회사들이 이자를 갚지 못하자 불똥은 돈을 빌려줬던 그림자 금융으로 튀었습니다. 자산이 1조위안(약 182조원)이 넘는 중즈그룹과 산하 신탁회사들은 고객 수천명에게 원리금 지급을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특히 계열사 중 한 곳인 중룽국제신탁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건물을 짓도록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했는데, 투자 실패로 3500억위안(약 64조원)의 지급중단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투자자들이 베이징으로 몰려가 시위를 한 것도 못 받은 돌려달라는 항의 차원에서였죠.


부동산 관련 빚은 이미 방대하게 늘어나버렸습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부동산 업종의 부채비율은 2012년 274%에서 2017년 403%까지 올랐습니다. 사업을 주도했던 지방정부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중국의 지방 정부는 주요 인프라를 깔기 위해 돈을 빌렸는데, 부동산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빚더미에 앉게 됐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총액은 무려 66조위안(약 1경2400조원)으로 추산됩니다. 지방정부는 재정수입을 충당하기 위해 소유 부지를 건설업체에 팔거나 임대해왔는데, 이마저도 여의찮게 됐습니다.


중국판 '리먼사태' 올라…대책 마련 나선 中 정부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동산 위기로 중국의 경제가 추락하면 다른 나라들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일각에서는 중국판 리먼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리먼사태는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해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말합니다. 리먼사태의 원인도 부동산 시장에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준 그림자 금융이었죠.


중국 인민은행 전경.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인민은행·금융감독관리총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도로 1조5000억위안(275조)의 특별 융자채권 발행을 허용했습니다. 지방정부의 부채상환을 돕기 위해서죠. 또 인민은행은 부동산 위기와 경기 둔화 우려에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2개월 만에 3.45%로 0.1%포인트 내렸습니다.


편집자주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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