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칼부림' 등 부쩍 늘어난 폭력에
밤길 동행 '안심귀가 스카우트' 눈길
활동가 대부분 40~60대 여성으로 구성
호신술 훈련 몇 번에 현장 투입...안전 우려
범죄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밤길을 혼자 걷는 여성을 취객이 시비 걸고, 소매치기가 주머니를 터는 수준이 아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입구에서 흉기 난동이 일어난다. 차량은 인도로 돌진하고 백화점 1층에서까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칼부림하는 세상이다. 시민들의 건강한 여가를 위해 조성한 서울의 둘레길에는 대낮에 강간범이 출몰해 목숨마저 앗아간다.
전국 곳곳에서 범행 지역과 시간까지 특정해 살인과 테러를 예고하는 글들은 건장한 성인 남성들까지도 긴장시키고 뒤를 돌아보게 한다.
대중교통도, 백화점도, 학교도, 안전한 곳이 없다. 경찰은 최근 흉기 난동 대응에 총기 사용 등 공권력 강화를 약속하기까지 했지만 치안 공백은 크다.
부족하나마 지방자치단체에서 치안 부재를 메우고 있었던 여러 제도 중 하나가 ‘안심귀가 스카우트’다. 안심귀가 스카우트는 밤늦은 시간 귀가하는 시민들이 집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동행하는 서비스다. 서울시가 2013년 도입했는데 자치구별로 배정된 인원이 오후 10시~새벽 1시(월요일은 자정, 주말·공휴일 미운영 )까지 귀가하는 여성, 청소년들을 집 앞까지 바래다준다.
서울시가 예산을 배정해 25개 구청에 나눠주면 구청이 인력을 뽑아 운영한다. 25개 구청에서 활동한 안심귀가 스카우트는 2020년 493명, 2021년 500명 등 구청당 연간 20명, 10개 조(2인 1조)였다. 하지만 연간 55억원 안팎이었던 예산이 38억원 수준으로 줄면서 지난해 340명, 올해 334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에겐 야광조끼와 노란 모자, 경고음을 울릴 수 있는 경광봉, 호신용 후추 스프레이가 지급된다.
심야 시간 안전한 귀가를 돕는 안심귀가 스카우트는 누가할까. 평소 신체를 단련한 민간인 유단자도, 훈련받은 군인도, 무기를 소지한 경찰도 아니다. 호신술 교육 한 두 번 받은 중장년 경력단절 여성이 대부분이다. 폐쇄회로TV(CCTV) 관제센터에서 이들을 지켜보다가 불상사가 발생하면 순찰차를 출동시킨다지만 그 역시 사후 조치다. 야광조끼를 입지 않고 경광등을 들지 않았다면 이들 또한 귀갓길에 보호받아야 할 대상일 수 있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시민 불안이 높아지자 관악구는 지난 17일 신림역 안심귀가 스카우트를 종전 2개 조(4명)에서 3개 조(6명)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구청들도 지자체의 치안 강화 대책으로 안심귀가 스카우트를 부각했다. 옹색하다. 구청마다 차이가 있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는 안심귀가 스카우트의 70~80%는 여성이다.
한 현직 경찰관은 “없는 거 보단 낫지만, 솔직히 요즘같이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이들의 안전도 장담할 수는 없다”며 “ 이들에 대한 안전 대책 또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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