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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달려들텐데...'시민 지킴이' 자처한 이들, 경광봉 하나가 전부?

수정 2023.08.23 13:48입력 2023.08.23 05:30

'묻지마 칼부림' 등 부쩍 늘어난 폭력에
밤길 동행 '안심귀가 스카우트' 눈길
활동가 대부분 40~60대 여성으로 구성
호신술 훈련 몇 번에 현장 투입...안전 우려

범죄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밤길을 혼자 걷는 여성을 취객이 시비 걸고, 소매치기가 주머니를 터는 수준이 아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입구에서 흉기 난동이 일어난다. 차량은 인도로 돌진하고 백화점 1층에서까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칼부림하는 세상이다. 시민들의 건강한 여가를 위해 조성한 서울의 둘레길에는 대낮에 강간범이 출몰해 목숨마저 앗아간다.


서울 관악구는 최근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신림역 일대 '안심귀가 스카우트' 인력을 당초 4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사진은 신림역 일대에서 활동하는 안심귀가 스카우트.(사진=관악구 제공)

전국 곳곳에서 범행 지역과 시간까지 특정해 살인과 테러를 예고하는 글들은 건장한 성인 남성들까지도 긴장시키고 뒤를 돌아보게 한다.

대중교통도, 백화점도, 학교도, 안전한 곳이 없다. 경찰은 최근 흉기 난동 대응에 총기 사용 등 공권력 강화를 약속하기까지 했지만 치안 공백은 크다.


부족하나마 지방자치단체에서 치안 부재를 메우고 있었던 여러 제도 중 하나가 ‘안심귀가 스카우트’다. 안심귀가 스카우트는 밤늦은 시간 귀가하는 시민들이 집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동행하는 서비스다. 서울시가 2013년 도입했는데 자치구별로 배정된 인원이 오후 10시~새벽 1시(월요일은 자정, 주말·공휴일 미운영 )까지 귀가하는 여성, 청소년들을 집 앞까지 바래다준다.


서울시가 예산을 배정해 25개 구청에 나눠주면 구청이 인력을 뽑아 운영한다. 25개 구청에서 활동한 안심귀가 스카우트는 2020년 493명, 2021년 500명 등 구청당 연간 20명, 10개 조(2인 1조)였다. 하지만 연간 55억원 안팎이었던 예산이 38억원 수준으로 줄면서 지난해 340명, 올해 334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에겐 야광조끼와 노란 모자, 경고음을 울릴 수 있는 경광봉, 호신용 후추 스프레이가 지급된다.

'안심귀가 스카우트'는 누가 안심시키나. 서울 서초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여성안전 호신술 아카데미'에 참가한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및 몰카보안관 여성대원들이 호신술 연습을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심야 시간 안전한 귀가를 돕는 안심귀가 스카우트는 누가할까. 평소 신체를 단련한 민간인 유단자도, 훈련받은 군인도, 무기를 소지한 경찰도 아니다. 호신술 교육 한 두 번 받은 중장년 경력단절 여성이 대부분이다. 폐쇄회로TV(CCTV) 관제센터에서 이들을 지켜보다가 불상사가 발생하면 순찰차를 출동시킨다지만 그 역시 사후 조치다. 야광조끼를 입지 않고 경광등을 들지 않았다면 이들 또한 귀갓길에 보호받아야 할 대상일 수 있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시민 불안이 높아지자 관악구는 지난 17일 신림역 안심귀가 스카우트를 종전 2개 조(4명)에서 3개 조(6명)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구청들도 지자체의 치안 강화 대책으로 안심귀가 스카우트를 부각했다. 옹색하다. 구청마다 차이가 있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는 안심귀가 스카우트의 70~80%는 여성이다.


한 현직 경찰관은 “없는 거 보단 낫지만, 솔직히 요즘같이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이들의 안전도 장담할 수는 없다”며 “ 이들에 대한 안전 대책 또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단독]日오염수 방류에 수산물 소비 초비상…정부 최대 600억 예비비 푼다
수정 2023.08.23 11:35입력 2023.08.23 10:08

日오염수 방류에 해수부, 기재부에 예비비 요청
수산물 가격 안정에 최대 600억원 투입 검토


일본 정부가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방류 즉시 수백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편성해 대대적인 수산물 촉진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염수 방류의 과학적 안전성과 별도로 국민 불안에 따른 수산물 소비심리 위축이 확산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23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이런 내용의 '수산물 가치 및 소비촉진' 예비비 편성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비비를 요청했고, 기재부는 수산물 가격 안정을 고려해 관련 예산 투입 결정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비 규모는 올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물 소비촉진 예산(640억원)의 최대 50~100%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예비비는 300억~6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르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 시작 당일에 예비비 편성 계획과 이에 따른 대대적인 수산물 안정화 추가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그동안 일정 기간 진행해온 온·오프라인 수산물 할인 기한을 대폭 연장하고, 어종 및 할인 폭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또 향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어업인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확인될 경우 피해 보상 대책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24일부터 개시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정부가 예비비 편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한 번 소비심리가 위축할 경우 관련 업종 침체 장기화에 따른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상황은 2004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에서 확인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미 광우병 발생 이후 쇠고기 소비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광우병 파동 확산으로 2004년 상반기 쇠고기 소매점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4%, 산지 가격은 19% 각각 급감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심리 요인이 경제 요인보다 소비 감소에 더 영향을 끼친다"며 "경제적 변수인 가격과 소득에 의한 소비량 변화는 추정 가능하지만, 심리적 요인에 의한 변화는 수치화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올해 오염수 대비 수산물 촉진 예산이 조기에 고갈된 점도 예비비 편성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해수부는 올해 초부터 수산물 소비 위축에 따른 어업인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할인 행사, 소비 쿠폰 발행 등 지원을 강화해 왔다. 올해 편성한 예산이 추석 연휴 이후인 오는 10월 고갈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예산의 추가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산물 관련 예비비 편성은 지난해에도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해 수산물 소비 촉진 본예산을 200억원 편성했으나, 오염수 방류 시점이 구체화하면서 추가경정예산(200억원), 예비비(200억원) 등을 추가 투입했다.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오염수 방류에 따른 피해 확산을 최대한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인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산물 촉진 예비비 편성과 관련한 실무적인 협의를 마친 상태"라며 "다만 최종 결정을 완료한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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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약 때문에 환율 출렁…위고비, 덴마크 금리까지 흔든다
수정 2023.08.23 11:05입력 2023.08.23 09:42

노보노디스크 비만약, 세계적 인기
제약 산업 수출 호조에 통화도 강세
통화 가치 낮추려 금리도 낮게 유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모델 킴 카다시안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다이어트약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에서 개발했다.


다이어트약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노보노디스크는 이제 덴마크의 경제까지 좌우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가 벌어들이는 외화의 양이 너무 많아 덴마크의 통화 가치가 높아지는 바람에 기준 금리까지 낮게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이용해 체중 감량을 한 것으로 알려진 킴 카다시안 [이미지출처=인스타그램]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2분기에만 판매액 7억3500만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배 상승했다. 또 다른 비만 치료제인 오젬픽 매출은 21억55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8월 평균 4203억달러를 기록,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4060억달러)을 추월했다. 한 기업의 시가총액과 나라 전체의 GDP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덴마크 내에서 노보노디스크가 차지하는 위상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비만약 인기에 수출 급증…통화 가치 낮추려 금리까지 조절
위고비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비만 치료제의 인기는 덴마크의 거시 경제 상황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덴마크 최대 은행 단스케 뱅크는 최근 분석에서 "덴마크 경제 내에 제약 산업의 역할이 증가하면서 통화 가치에 상승 압력을 주고 있다"라며 "이는 정책 금리 인하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덴마크는 독자적인 통화 '덴마크 크로네'를 사용하지만, 이웃 국가이자 최대 무역 파트너인 유로존에 대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유로보다 살짝 낮게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덴마크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 정책 금리와 발을 맞추는 편이다.


그러나 위고비를 포함한 제약 산업의 강세로 수출액이 커지자 달러가 덴마크로 유입됐고, 크로네의 통화 가치도 높아졌다. 크로네를 유로보다 약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다소 낮게 유지해야 하는 기현상이 펼쳐진 것이다.


이에 대해 WSJ는 "덴마크 중앙은행은 금리를 ECB보다 낮게 유지해 크로네를 약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라며 이런 대응이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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