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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남은 잼버리대원…광안리·레고랜드·순천만서 휴가 만끽

수정 2023.08.13 14:14입력 2023.08.13 14:01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여한 각국 대원 4만여명이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일부 대표단들은 한국 일정을 추가하며 본격적인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추가 일정을 이어가는 대원들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숙소·교통·문화 체험·관광 전 영역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휴가 즐기는 잼버리 대원들.[사진 출처=연합뉴스]

스웨덴 잼버리 대원 890여 명은 12일부터 부산 관광을 즐기고 있다. 전날 한국해양대 기숙사로 거처를 옮긴 이들은 부산을 대표하는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아 여름 바다 휴가 분위기를 누렸다. 이들은 오는 15일까지 유엔기념관과 용두산공원, 감천문화마을, 범어사, 금정산 등 부산 관광에 나설 예정이다.


영국 대원 600여명도 전날 강원 춘천시에 도착해 구곡폭포와 애니메이션 박물관 등을 방문했다. 이후 레고랜드를 찾아 놀이기구에 몸을 싣기도 하고, 물총 보트에서 한바탕 물놀이를 즐기며 휴가 분위기를 만끽했다. 대만 대표단 일행은 조를 나눠 부산과 경북 경주, 전남 순천을 둘러보고 있다. 순천을 찾은 46명은 순천만 국가정원과 낙안읍성 등을 둘러보며 남도의 맛과 멋을 즐겼다.


한국 전통가옥, 무예, 예술, 역사 등을 탐구하는 국가들도 있었다. 네덜란드 대원 230여명은 경기 용인 한국민속촌을 방문해 도롱이, 죽부인 등 민속품을 구경하며 한국문화 탐구에 나섰다. 요르단 대원 38명은 경기 남양주 홍유릉을 방문해 영조가 딸인 화길 옹주에게 지어줬던 '궁집'을 둘러봤다. 우크라이나 대원 24명은 잼버리 공식 기간보다 일주일가량 더 머물며 경기도국제교육원이 마련한 '문화 오디세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 문화를 체험하려는 잼버리 대원들의 행보에 정부도 이들의 체류 편의를 한마음으로 돕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각 부처와 지자체는 항상 잼버리 대원의 안전과 건강을 제1원칙으로 하면서 숙박, 급식, 이동, 체험, 출국 등 모든 과정에서 대원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기관장들이 직접 꼼꼼히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기차는 '바퀴달린 보조 배터리'…V2H 확산
수정 2023.08.13 09:09입력 2023.08.13 07:00

V2L 이어 V2H, V2G 기능 탑재 확산
美·日 등 전기차 기업들 V2X 사업 확대
전기차 배터리, 클라우드 전력망 역할

V2H 기능을 탑재한 2024년형 쉐보레 실버라도 EV. 사진출처=GM

캠핑을 좋아하는 김민석(가명)씨는전기차 구매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캠핑장에서 이웃 캠퍼가 전기차의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이용해 온풍기와 에어컨을 사용하는 걸 볼 때마다 부럽기 그지 없다. 최근엔 전기차에 에어프라이어를 연결해 다양한 캠핑요리를 즐기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전기차가 바퀴달린 에너지저장장치(ESS)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엔 야외에서뿐 아니라 비상시 가정에까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V2H(Vehicle to Home)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도 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력망에 연결하는 V2G(Vehicle to Grid)까지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가 일종의 클라우드 전력망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 GM은 지난 9일(현지시간) 2026년부터 출시하는 얼티엄 플랫폼 기반의 모든 전기차에 V2H 기능을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얼티엄’은 GM의 전기차 플랫폼을 말하며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공급한다.


당초 이 회사는 최근 공개한 2024년형 쉐보레 실버라도 EV RST 픽업 트럭에만 V2H 기능을 적용한다고 발표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2024년형 GMC 시에라EV 데날리 에디션1, 2024년형 쉐보레 블레이저 EV, 2024년형 쉐보레 에퀴녹스 EV, 2024년형 캐딜락 리릭, 2024년형 캐딜락 에스컬레이드IQ에도 V2H 기능이 들어갈 예정이다.

GM·테슬라 등 V2H 적용 확산

V2H는 전기차의 배터리를 가정집에 연결해 조명을 키는 가전 기구용으로 사용하는 기능을 말한다. 기존 V2L에서 한단계 앞선 것이다. 전기차를 건물에 연결하면 V2B(Vehicle to Building), 전력망과 연결하면 V2G(Vehicle to Grid)라고 부른다. 이처럼 전기차의 배터리를 외부와 연결해 활용하는 기술을 통틀어 V2X(Vehicle to Everything)라 한다.


V2H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 GM에너지사업부는 지난달 V2H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번들 제품을 출시 한 바 있다. GM에너지사업부는 GM이 지난해 테슬라와 경쟁하기 위해 설립한 사업부로 배터리팩과 태양전지패널, 전기자동차 충전기 등 에너지 관련 제품을 개발, 출시하고 있다.


GM은 전기차가 단순히 이동 수단뿐 아니라 에너지 관리 솔루션으로 기능이 확장될 것으로 보고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GM에너지사업부의 웨이드 쉐퍼 부사장은 “V2H를 모든 얼티엄 기반 제품에 통합합으로써 소비자들은 차량 자체를 뛰어넘는 가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도 지난 3월 열린 인베스터데이(Invester day) 행사에서 2025년부터 V2H 기능 적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드류 바글리노 테슬라 부사장은 질의응답 시간에 “테슬라 전기차도 향후 2년내 양방향 충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V2X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양방향 충전 기능이 필요하다.


뒤이어 일론 머스크가 “자동차를 플러그에서 뽑는다면 집이 어두워지고 사람들은 불편해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양방향 충전을 원할 것 같지는 않다”는 다른 의견을 내비쳤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머스크의 말보다는 바글리노 부사장의 말에 더 주목했다.


경쟁 차종들은 이미 V2L이나 V2H 기능을 탑재했거나 탑재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는 E-GMP 플랫폼에서 V2L 기능을 지원한다. 리비안은 향후 V2H와 호환할 수 있는 V2L 기능을 적용했다. 포드 F-150 라이트닝은 지난 3월 출시한 ‘포드차지스테이션프로’와 연결해 V2L, V2H 기능을 지원한다.


일본의 닛산 리프는 지난해 7월 전기차의 잉여 전력을 전력망에 판매할 수 있는 V2G 서비스를 전기차 최초로 선보였다. 닛산 리프는 2013년부터 V2G 기능을 탑재했는데 지난해서야 비로서 이 기능을 실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루시드도 자사 차량에 V2X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도 전기차에 양방향 충전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


日은 보조금까지 지급

전기차의 V2H가 가장 빨리 보급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전기차 보급률은 2021년 기준 0.8%로 유럽(16.7%), 중국(15.9%), 북미(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운수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 관련 설비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그 대상중 하나가 V2H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지난 5월 펴낸 보고서를 보면 일본 정부는 올해 예산 100억엔을 들여 V2H 충방전 설비 및 외부 충전기 도입,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충전 설비 구입비, 수소 스테이션 정비비 및 운영비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니치콘, 파나소닉과 같은 일본 전자 기업들도 V2H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니치콘이 출시한 ‘트라이브리드(TRIBRID)’는 주택용 태양광 발전, 가정용 축전지, 전기차에 내장된 배터리에 에너지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한 곳에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어해주는 시스템이다. 니치콘은 트라이브리드 축전 시스템 주문 건수가 지난해 5000건에 달했으며 올해 두배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트라는 “V2H 대응 전기차종이 증가한 데다 보조금 신청도 쉬워졌다”며 “2023년에는일본 전기차의 대부분이 V2H에 대응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파나소닉도 지난 2월 V2H와 축전 시스템을 결합한 ‘에네플랫(eneplat)’을 출시했다. 기존 태양광 발전 시스템, 가정용 축전지를 전기차와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아예 직장에서 충전한 전기를 가정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스미토모 상사는 지난 4월 기업용 전기차 리스 사업과 V2B, V2H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코뷴(Hakobune)’을 설립했다. 직장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잉여 전력으로 낮시간에 전기차를 충전하고 그 전력을 집으로 가져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전기차 한대에 10일치 쓸 전기가

해외에서 V2H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비상시에 전기차가 유용한 전력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동한다면 전기차 배터리가 클라우드 전력망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은 2021년 2월 불어닥친 텍사스 한파로 수백만 가구가 정전 사태를 겪은 이후 ESS로서 전기차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전기차에 탑재된 고용량 배터리에는 가정에서 약 10일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전기기 들어있다.


현대 아이오닉5에는 77.4킬로와트시(kWh)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있다. 올해 1월 기준 서울시 가구당 일평균 전력 사용량이 7.9kWh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시 9.7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들어있는 셈이다.


V2H 보급에 장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정내에서 V2H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양방향 충전 장치가 필요한데 가격이 수백만원에 달한다. 포드가 지난 3월 출시한 홈인터그레이션시스템의 가격은 3895달러(약 513만원)다.


단독주택이 많은 미국과 달리 아파트가 많고 주차 환경이 열악한 한국에서는 V2H의 활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분석실장은 “해외와 한국의 자동차 사용 환경이 달라 국내에선 V2H의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전력 회사들과 연계해 V2G 기능을 활성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과 SK렌터카는 전기차를 에너지 저장장치로 활용해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해소에 기여하는 V2G 실증 사업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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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전쟁사]러 방어선 '용의 이빨'에 걸린 우크라…2차 대전 때도 악명
수정 2023.09.12 09:56입력 2023.08.13 11:00

러 1차 방어선도 돌파 못한 우크라
지그프리드선에 첫 설치됐던' 용의 이빨'
평화협상과 장기전 갈림길에 선 우크라戰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2개월 이상 펼친 대대적인 반격작전에도 러시아군 점령지의 방어선을 좀처럼 뚫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선 교착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비관론이 크게 확산하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다층방어선 중 1차 방어선조차 뚫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앞으로 전쟁 지속보다는 평화협상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방의 각종 탱크와 중화기 지원까지 받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잘 뚫지 못하는 이유는 일명 '용의 이빨(Dragon's teeth)'이라 불리는 대전차 방어시설이 전선 전체에 걸쳐 구축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해당 방어선을 중심으로 각종 지뢰, 참호, 방공시설들이 계속 설치되면서 우크라이나 기갑부대가 좀처럼 이를 뚫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점령지 일대 설치한 대전차 방어시설인 '용의 이빨(Dragon's teeth)'의 모습.[이미지출처=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특히 서방의 최첨단 무기로도 뚫지 못하는 이 용의 이빨은 콘크리트 덩어리로 만들어진 아주 단순한 구조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로 탱크를 수송하기 위해 벌였던 각종 노력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이처럼 전선에서 높은 가성비를 보여주는 방어용 시설들의 역사와 용의 이빨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뉴스(News) : "우크라이나 8주 동안 반격했지만…러 1차 방어선도 못 뚫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포격을 가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모습. 바흐무트=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서방 고위관리들은 미국 국방부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최신 정보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해당 브리핑에서 미군이 분석한 우크라이나군의 전선 상황은 심각한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 서방 고위 외교관은 CNN에 "러시아군은 다층 방어선을 구축했는데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제1 방어선조차 깨뜨리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앞으로 전투를 지속한다 해도 최근 7, 8주에 걸친 공세에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그들이 더욱 더 고갈될 병력으로 갑자기 실마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야심 차게 준비했던 반격작전이 예상보다 잘 안 풀리는 이유는 러시아군의 촘촘한 다층방어선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용의 이빨이라 불리는 피라미드 모양의 콘크리트 방어시설과 지뢰밭, 곳곳의 방어진지들이 우크라이나 탱크의 진격을 막고 있고 각종 방공시설이 우크라이나 공군의 반격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우크라이나군은 탱크 및 차량 이동이 매우 어려워지는 가을철이 다가오면서 반격작전이 대대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북부 지대를 중심으로 10월 중순 이후부터는 주요 간선도로가 진흙탕에 갇히는 이른바 '라스푸티차' 현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돼 우크라이나의 반격작전은 그 이전까지만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역사(History)1 : 동서양 막론하고 쓰였던 마름쇠
서울시 광진구 일대에서 출토된 고구려군이 사용하던 마름쇠의 모습.[이미지출처=국립중앙박물관]

이처럼 적의 진격 속도를 크게 늦추고 전선을 교착상태에 빠뜨리기 위한 목적의 방어시설은 오래전부터 발명됐습니다. 대표적인 유물 중 하나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문명권에서 발견되는 '마름쇠'가 있는데요.


마름쇠는 적군 병사들과 말의 이동을 막기 위해 성벽이나 목책 등 방어구조물은 물론 주요 간선도로에 설치해놓던 것입니다. 주로 땅 밑에 숨겨놓곤 했는데 4개의 가시로 구성된 모양새가 흔히 물밤이라고도 불리는 마름 열매와 닮았다고 해서 마름쇠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죠. 사람이나 말이 지나가다가 발을 찔려서 쉽게 지나가지 못하게 만들어놓은 방어시설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에 나온 마름쇠는 서울 광진구에서 출토된 것으로 고구려군이 한강 유역을 지배할 때 매설해놨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철기 사용이 활발해진 기원전 4세기 춘추전국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많이 쓰였다고 하는데요.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에 661년 북한산성의 성주가 전쟁을 앞두고 마름쇠를 성밖에 설치해 사람과 말이 다니지 못하게 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군사분계선의 상징으로 알고 있는 철책, 즉 철조망(Wire obstacle)은 1860년대 남북전쟁을 전후 발명됐다고 합니다. 원래는 미국의 목장에서 소나 양의 탈출을 막기 위해 만든 울타리로 장미 가시덩굴을 본떠 만든 것이었다고 전해지는데요. 1904년 러일전쟁을 계기로 거의 모든 전장의 필수품처럼 여겨지게 됐습니다. 1차 세계대전 때는 철조망과 참호, 기관총을 중심으로 한 소모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는데 크게 한몫하게 됐죠.

◆역사(History)2 : 나치 독일이 지그프리드선에 설치한 '용의 이빨'…분쟁지역 상징물로
1944년 나치독일의 지그프리드 방어선을 돌파중인 미군의 모습. 삼각뿔 형태의 대전차 방어시설인 '용의 이빨(Dragon's teeth)'이 곳곳에 산재해있다.[이미지출처=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오늘날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용의 이빨'이 출현하게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라고 합니다. 당시 나치 독일이 네덜란드부터 프랑스 국경까지 약 630km 구간에 걸쳐 '지그프리드(Siegfriedstellung)'라 불리는 방어선을 구축하는데요. 프랑스군이 구축한 마지노선에 대항하기 위한 군사방어선으로 알려져 있죠. 이때 이 방어선 곳곳에 용의 이빨이 설치됩니다.


당시 지그프리드선은 다층방어선으로 구성돼있었다고 합니다. 먼저 지뢰를 매설하고, 그 뒤에 약 1m 정도 높이의 용의 이빨이 설치됐고, 용의 이빨 사이사이에 또 지뢰가 매설됐습니다. 그 뒤로는 철조망과 참호, 방어기지들이 들어섰죠. 특히 용의 이빨은 보통 2줄 이상이 설치됐고, 많은 지역은 4줄 이상 설치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돌파가 까다로웠던 이 지그프리드선과 용의 이빨은 실전에서도 악명을 떨쳤다고 하는데요. 2차대전 당시 나치독일과 교전하던 연합군도 1944년 이 방어선을 직접 뚫지 않고 우회하기 위해 네덜란드 지역에 공수부대를 파견하는 '마켓가든 작전(Operation Market Garden)'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상당히 위험했던 이 작전의 결과는 좋지 못했죠. 이 용의 이빨이 결국 격파된 것은 1945년 3월, 나치 독일의 패망이 거의 기정사실화된 시점이었다고 합니다.


2차대전 이후에도 여러 분쟁지역에 용의 이빨이 설치되곤 했는데요. 동구권 붕괴 이전 독일에서는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사이에 설치됐었고, 옛 유고슬라비아 해체 이후 분쟁을 겪은 동유럽 국가들 곳곳에도 설치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휴전선 일부 지역에 남아있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도 러시아의 침공을 막고자 접경지대에 설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사점(Implication) : 예상보다 견고한 러 방어선…휴전과 장기화의 갈림길
지난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반격작전에 나선 우크라이나 병사가 지뢰 폭발 등 피하기 위해 일명 '스파이더 부츠(Spider boots)'를 신고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의 방어선이 좀처럼 뚫리지 않으면서 앞으로 미국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 사이에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데요.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영토 일부를 잃더라도 하루속히 러시아와 휴전하라는 압박을 할 수 있고,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군사 지원을 더 서둘러서 해달라며 상호 책임을 떠넘기면서 사이가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CNN은 서방 고위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당초 기대와 달리 반격의 결과가 실망스러워지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 지원국들 사이에 상호 비난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동맹 내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했습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정부는 계속 서방의 군사 지원이 늦어져서 반격적 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고, 서방 국가들 안팎에서는 더 이상의 지원에 대한 무용론이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지난 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인터뷰에서 "반격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것은 (군사) 장비가 부족할 때 매우 어렵다"고 서방의 더 빠른 군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도 계속해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고,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죠.


이로 인해 다음 달까지 우크라이나가 반격적 전에서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은 휴전을 위한 교섭과 무제한 장기전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도 민간인 피해가 더 확대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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