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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해임? 여가부 폐지?…책임론 해법, 與 진퇴양난

수정 2023.08.13 07:00입력 2023.08.13 07:00

與일각 '여가부 폐지' 주장했으나
'정부 책임론' 확산에 급선회 분위기
"전북도·전정부 탓…장관 경질은 모순"

정치권에서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책임과 관련해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폐지 또는 김현숙 장관 해임이 거론되고 있다. 여권은 그동안 전임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프레임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정치적인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가부를 비판하며 문제점을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주관 지방자치단체인 전북도의 책임을 더 부각하는 분위기다. 여가부 폐지나 김 장관 해임 건의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여가부 폐지나 김 장관 해임 모두 여권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사안이다. 여가부 폐지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일이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단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여가부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이라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태풍 카눈으로 인한 특보가 전국적으로 발효된 10일 오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잼버리 비상 대책반 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3.8.10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여가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는 하지만, 취임 2년 차를 맞은 현재 동력을 잃었다. 야당과 여성계 반발도 큰데다 여권 내부의 관심도가 이전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여가부 폐지론이 쟁점이 되면서 부처 자체의 존재감이 약화한 만큼 폐지 명분도 부족해졌다. 여가부가 관장하는 여성·가족 사업들을 폐지 후에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도 문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원부처로서 미흡했던 문제점을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라며 여가부를 비판하기는 했지만, 해임 건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전북도에 대해서도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여부도 철저히 챙겨볼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여가부 폐지를 주장해온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여가부보단 전북도 책임이 크다고 언급했다. 하 의원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북도가 집행위원장을 하고 있고 여가부 장관은 보조기관"이라며 "1차적인 책임은 전북도에 있고 여가부는 이차적인 책임이 있는 구조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여권이 사태 책임을 전북도와 전임 정부라고 규정한 이상, 김 장관 해임 건의나 경질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칫 '정부 전체 책임론'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사권자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경질 사유가 없다. 잘못한 게 없기 때문"이라며 "(여권이)여가부 폐지를 지금, 특히 잼버리 문제로 들고나오면 논리적으로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가부 장관을 경질한다는 건 이 정부 책임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서 안 하는 것"이라며 "여가부 해체는 상당히 장기적인 문제이고 장관 경질로 그것을 가속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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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잼버리, 개영부터 폐막까지… '논란 종합세트'
수정 2023.08.13 07:00입력 2023.08.13 07:00

1170여억원 예산, 쓰지도 못하고 이월
'준비 부족' 야영장 시설엔 11%만 투입
조기 퇴영, 공공기관·기업에 숙소 급구
여가부·조직위 등 책임자 말 바꾸기도

준비 부족, 대응 차질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1일 콘서트와 폐영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1일간 온열 사고, 교통 사고부터 부실 운영, 긴급 대피 등 '논란 종합세트'에 가까웠던 새만금 잼버리는 국가 안팎으로 '역대 최악의 잼버리'였다는 평가도 받았다. 총 1170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다양한 관계부처가 협업했던 만큼 향후 파행 책임의 화살이 어디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 잼버리' 준비 부족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논란의 시작은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잼버리 첫날(1일), 400명 이상의 온열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었다. 전북지역은 지난달 31일부터 한낮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돌면서 폭염경보가 이어진 상황이었다. 지난 2일 밤 열린 개영식에서만 139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108명이 온열질환으로 분류됐다.


사태가 발생하자 장소 선정 자체가 문제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애초 농어촌 용지로 지정된 새만금은 물 빠짐이 원활하지 않은 매립지였다. 배수 문제뿐 아니라 비가 오면 습기가 빠지지 않아 한증막과 같은 상태가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 폭염 당시 습도가 70%에 이르면서 탈진 환자가 속출했다.


열악한 시설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새만금은 폭염의 날씨 속 8.8㎢의 간척지에 그늘 한 점 없는 환경이었다. 잼버리 조직위 측은 폭염 대책으로 애초 7.4㎞의 덩굴 터널, 그늘 쉼터 1720개소, 체온을 낮출 수 있는 57개의 안개 분사 시설을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덩굴터널이 조성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늘 쉼터도 역부족이었다. 화장실이 부족한 데다 위생 문제도 발생했으며, 제공된 달걀에서 곰팡이가 피기도 했다. 샤워실의 문이 천막으로 돼 있어 남성 참가자가 여성 샤워실에 침입하는 범죄까지 발생했다.

환자수에 비해 의료 인력과 병상수도 부족해 사태 발생 후 의사, 간호사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고 병상도 70개에서 220개가량으로 늘렸다. 온열환자가 속출하자 영국·미국 등 전체 인원의 15%가량이 조기 퇴소를 결정했다.


태풍으로 조기 퇴영… 급구한 숙소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폭염 문제가 불거진 직후에 태풍 '카눈'의 북상도 위험 요인이 됐다. 태풍 카눈이 10일 오전부터 전국을 관통해 올라갈 것으로 예보되자 정부는 7일 대원 3만7000여명을 전국 8개 시·도로의 대피를 결정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미리 마련돼 있던 '안전 대책'이 활용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당 매뉴얼은 잼버리 활동이 불가능한 폭우시에는 사전 지정된 8개 시·군의 342개 실내 구호소로 대피하도록 돼 있었으나 태풍 상황에 대비한 전면적인 이동에는 적용이 불가능했다.


급히 대체 숙소를 마련하면서 전국 8개 시·도의 공공기관과 기업 연수원, 대학 기숙사 등이 총동원돼 불만이 속출했다. 장소 섭외와 참가자 숙소 배정이 급하게 이뤄지는 과정에서 지자체와 기업, 대학은 숙식 공간을 마련하고 참가자들이 이용할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했다. 4만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을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안전을 위해 경찰들이 동원됐다. 이동 과정에서 스위스 대표단을 태운 버스가 시내버스와의 접촉사고가 발생해 일부 참가진이 경상을 입기도 했다.


이번 잼버리의 핵심 행사였던 11일 K팝 콘서트도 여러차례 위기를 맞았다. 애초 6일 새만금 야외무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온열질환이 우려돼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고, 이후 참가자 이동 과정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한차례 더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미리 섭외된 출연진들이 바뀌고, 예정된 스포츠경기와 방송프로그램의 취소 공지가 나가는 등 혼란도 잦았다.


부실 운영, 예산 집행도 못한 잼버리 조직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잼버리조직위는 2020년 7월 중앙 및 지방정부,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해 당시 이정옥 여가부 장관과 김윤덕 의원 공동위원장 체제로 출범했다. 이어 지난 3월 여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잼버리 조직위 위원총회 위원명단에는 조직위에 김현숙 여가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당시 장관 대행),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공동 조직위원장 5인과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세계잼버리의 전반적인 운영 계획을 시행하는 잼버리조직위는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여가위와 잼버리 조직위는 예산을 제대로 배정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배정받은 예산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여가위 전문위원실에선 세 차례 예산 집행 부진 경고가 나왔고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세계잼버리 관련 여가부 예산을 잇따라 증액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예산이 증액됐지만, 지난 2020년 여가부가 전북도에 교부한 10억원은 전액 이월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에도 잼버리 사업을 교부받은 전북도는 39.1%를, 잼버리조직위는 32.3%의 예산을 쓰고 다음해로 이월했다. 지난해에도 전북도는 기반시설 설치·조성 지원사업 예산을 38.5%만 집행했다. 전체 투입 예산 1170여억원 중 화장실·샤워장 등 야영장 시설 조성에 129억원(11%)만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부실 운영이 명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밖에도 유관기관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 활동을 명목으로 수십건에 달하는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실제 사용 예산 중 인건비 등 운영비로만 740억원이 넘는 돈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에도 말 바꾸기·취재 불응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잇따른 논란에 대한 책임자들의 대응도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일 개영식에서 온열 환자가 속출한 배경에 대해 최창행 잼버리조직위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개영식에) K팝 행사가 있었는데 (청소년들이) 에너지를 분출하고 활동하다 보니 체력을 소진해서 환자가 많이 발생한 걸로 파악했다"고 답변해 비판을 받았다.


김 장관도 8일 오후 브리핑에서 야영장 철수 결정이 향후 부산 엑스포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위기 대응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역량을 전세계에 보여줬기 때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논란을 빚었다. 또 긴급 대피 이후인 9일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일일 브리핑을 30분 연기했다가 배경 설명 없이 돌연 취소하면서 취재진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세계잼버리 파행 사태의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여가위와 잼버리조직위, 전북도 등 관계 기관과 부처에 대한 대대적 감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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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돕던 공무원이 받은 1만2000원 도시락 청구서
수정 2023.08.13 11:00입력 2023.08.13 11:00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글, 화제의 중심으로
"도시락 하나 지원 못해주면서 일을 시키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현장에 지원 업무를 나간 공무원들이 식비 지원도 받지 못한 사건은 준비 부실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논란의 발단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잼버리 청소 지원을 나갔다는 공무원의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지난 4일 청소 지원 업무를 했다는 글쓴이는 "오후 1시에 출발해 2시부터 근무를 시작했고, 배부해준 도시락으로 저녁을 먹은 뒤 오후 8시30분까지 근무해 9시30분에 회사로 복귀했다"며 "그런데 이후 지원 근무자들에게 도시락 비용 1만2000원이 청구됐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당시 먹은 도시락 사진을 공유하면서 "이게 1만2000원짜리 도시락이냐"며 "도시락 하나 지원 못 해주면서 일을 시키냐. 정말 어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1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북도 자치행정과는 잼버리 스카우트 대원들이 새만금 야영장에서 전원 철수한 다음 날인 지난 9일 지원 업무를 마친 공무원들에게 식비를 청구하는 공지를 돌렸다.


공지는 '잼버리 관련 시설점검 해주느라 더운 날씨에 너무 고생이 많았다. 부담을 주게 돼서 죄송하지만, 동원된 직원들 식비를 각 부서에서 걷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식비 1만2000원을 부서별로 참여 인원에 따라 계산해 담당자 계좌로 송금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전북도 관계자는 "워낙 많은 직원이 동원됐는데 식비를 한 부서에서 모두 부담할 수는 없었다"며 "더운 날씨에 직원들 고생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도우려고 했지만, 출장비를 지급하는 것 외에 별도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사비로 밥값을 내라고 한 게 아니라 출장비에 포함된 식비를 돌려받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이 보낸 식비는 도시락 업체 정산 비용으로만 사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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