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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人사이드]"체중 40㎏…이대로 죽을 수 없어" 2700만원으로 시작, 대표가 된 28세 니트족

수정 2023.08.13 10:57입력 2023.08.12 09:00

출판사 텐메츠샤 대표 야라 아사야 이야기
사회 적응 실패하다 헌 책방에서 아이디어

은둔형 외톨이를 뜻하는 '히키코모리', 취직 의지가 없는 백수를 뜻하는 '니트족'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쓰이곤 하는 말인데요. 이번 주 아사히신문에서는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못했던 28세 백수 청년이 출판사를 차리게 된 성공 신화를 보도했습니다. 본인의 콤플렉스와 아픔을 딛고 어엿하게 성장한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는데요.


우리는 인생에 겪은 아픔을 어떻게 멋지게 극복해낼 수 있을까요? 오늘은 본보기가 될만한 청년, 야라 아사야씨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야라 아사야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일하게 공개한 본인 사진. (사진출처=야라 아사야 SNS)

야라씨는 지난 8일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어린 시절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채로 보냈다고 회상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말을 더듬었는데, 긴장하면 더 심해져서 중학생 때부터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무서웠다는데요.


대학에 진학해 자기소개를 했을 때도 말을 제대로 못 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외계인 같다"라는 주위의 야유를 받았다고 합니다. 동아리도 가입하지 않았고 친구도 사귀지 못해 혼자 학교 화장실이나 계단에서 도시락을 먹곤 했다고 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해봐도 상사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야단만 맞고, 어디든 적응하기가 어려웠죠. 결국 대학도 휴학계를 내버리고 맙니다.

야라씨는 "당시 구직 활동을 하는 정장 차림의 동기들이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 왜 나는 평범할 수 없을까 하며 방에서 울었다"며 "이대로는 사회에 나가도 나는 살아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환경을 바꾸어 재출발하고 싶어 도쿄의 셰어하우스로 들어갔고, 동업으로 보드게임 카페를 차렸지만 이것도 다툼으로 일 년여 만에 쫓겨나듯 나와야 했죠. 이후에는 아르바이트 면접에서조차 떨어지면서 인생의 암흑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매월 달력 일정이 정신과 가는 것 말고는 없었고, 수입은 그간 근근이 벌어놓은 돈과 부모님에게 의존해야만 했다는데요. 하루 한 끼, 최소한의 식사로 체중은 40kg 정도가 됐고, 저녁에는 정처 없이 걷다가 새벽이 돼야 잠에 들었다고 합니다. 약물 과다복용 등 자해도 계속됐는데요.


이러한 삶을 4년 가까이 이어오던 중, 지난해 3월 그는 면도날을 바라보며 문득 결심하게 됩니다. 인생에 사는 의미가 있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도 고민하던 순간 일었던 것은 분노라고 하는데요. "이러다 죽으면 너무 우습다. 나는 너무 억울하다"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고 합니다.


머리에 떠오른 사업 아이템은 밤거리를 헤맬 때 다니던 헌책방. 100엔짜리 헌책을 사서 읽으며 눈앞의 현실을 잊곤 했는데요. 죽기 전에 그런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28살에 출판사에 지원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바로 탈락하고 맙니다.


"학력도 경력도 없이 지원해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이런 나라도 책을 만든다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라는 마음으로 출판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당시 수중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고 있던 300만엔(2700만원)짜리 예금이 있었는데, 이를 털어서 출판사를 차렸다고 합니다. 우울증으로 스스로 명을 달리한 할아버지가 야라씨 앞으로 남긴 유산이었다는데요.

텐메츠샤의 이야기를 남겨두는 사이트. 출간한 책을 포장하는 이야기 등이 업로드돼있다.

그가 차린 출판사의 이름은 '텐메츠샤'로 말 그대로 점멸사(点滅社)라는 뜻입니다. 빛이 점멸하며 누군가의 발밑을 비추기를 바라며 지은 이름입니다. 책이나 영화 이야기를 하던 프리터 동료와 함께 시작하게 됐는데요.


처음으로 즐겨듣던 일본 밴드 '니네'의 가사를 모은 시집을 출간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인간의 나약함, 그럼에도 남아있는 상냥함을 보여주는 가사에 밴드에 바로 연락을 취했는데요. 덕분에 지난해 11월 니네의 시집을 출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서점 주인들 사이에서도 "텐메츠샤의 책에는 목숨을 건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편집자의 열정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하네요.


지난 6월, 개업 1주년을 맞은 텐메츠샤는 가사집, 만화 잡지 등 3권을 출판했습니다. 전국 60개 점포의 서점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가 진행 중입니다.


경영은 아직 적자고, 매일 쌓아둔 돈은 줄어들고 있지만 한 서점 주간 매출 10위권 안에 든 적도 있고, 자택 겸 일터에는 응원 편지도 도착할 정도로 번창했다고 합니다.


그는 오히려 힘든 시절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아사히에 전했습니다. "충전할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계속 달리고 있다"고 인터뷰를 끝맺었는데요. 앞으로는 우울한 기분이 들 때 읽고 싶은 작가와 학자들 80여명의 에세이를 출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쳐서도 안 되겠지만, 우리는 쉽게 낙담해서도 안 되겠지요. 야라씨의 이야기로 저를 비롯한 누군가에게도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 그날엔]지난가을, 족집게 예언자 "잼버리 역경에…"
수정 2023.08.12 19:21입력 2023.08.12 09:00

지난해 10월25일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장
이원택 의원 “폭염 대책, 정말 점검하셔야”
여성가족부 장관 “제가 꼭 책임지고 잘…”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둘러싼 논란의 후폭풍은 국내 문제로 머물지 않는다. 스카우트 대원들을 한국에 보낸 각국은 파행으로 이어진 잼버리 사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생각하던 한국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안겨준 사건이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새만금을 떠나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뿔뿔이 흩어졌다. 잼버리 대회의 본래 취지는 이미 훼손됐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이어졌다.


잼버리 대회를 둘러싼 아쉬움이 커지면서 이번 사태의 배경에 관한 궁금증은 증폭하고 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4일 전북 부안군 잼벼리 야영장 수돗가에서 물을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흥미로운 점은 지난가을에 이미 ‘잼버리 사태’를 예견한 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행사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인물, 그 주인공은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족집게 예언자처럼 잼버리가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0월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나온 질의응답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은 8월 한국 기후 특성을 지적하며 폭염 대책 등을 주문했다.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먼지 대책 그다음에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 또 세계적인 대회이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올 겁니다. 관광객 편의시설 대책 또 영내·외 프로그램 점검하셔야 합니다. 정말 점검하셔야 하고.”

이 의원이 거듭 당부한 것은 행사 1년 전 준비 상황을 가늠하는 공정률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기반시설이 지금 8월 현재 37% 공정률 아닙니까? 이제 곧 겨울 들어간다. 그러면 내년 3월에 봄철이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준비 기간이 많이 남지 않았으니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당부다.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잼버리 병원에서 온열질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런 것에 대해서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세계의 청소년들과 세계에서 다 바라보고 있는 이 대회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장관님 좀 인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잼버리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 지난가을 국정감사 현장에서 나왔던 국회의원의 이런 지적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어떤 답변을 내놓았을까.


김 장관은 “예 전라북도 지사님하고…”라고 여운을 남겼다. 여성가족부가 전라북도와 협의하겠다는 응답이었지만, 이 의원의 절박한 호소와 대비되는 짧은 내용의 답변이었다.


이 의원은 여성가족부에서 다른 부처로 업무가 이관되더라도 책임 있게 준비할 주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잼버리 대회를 총괄할 컨트럴타워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당시 김 장관은 “그것은 제가 꼭 책임지고 잘 이관되도록 하겠다”면서 “저희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님께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 퇴영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회의원에게 배정된 국감 질의 시간이 한정돼 있기에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잼버리 관련한 질의응답은 이게 전부였을까.


앞서 이 의원은 다른 질의 시간에도 잼버리 관련한 내용을 질의했다.


이 의원은 “장관님 10개월 앞둔 세계 잼버리가 내년이지 않습니까. 8월에. 지금 열 달 앞뒀습니다. 과연 주무 부처가 사라진 조건에서 이 잼버리가 제대로 될까요”라고 질의했다.


김 장관은 “물론입니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뒤이어 나온 이 의원의 지난가을 경고는 2023년 8월 현재의 시점에서 곱씹어볼 대목이다.


“잼버리 대회도 지금 준비 상태를 좀 더 디테일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이원택 의원) 현장에서 그것을 보기 때문에 걱정돼서 말씀드리는데 부처의 장관과 책임자가 혼선이 있는 조건에서 이 행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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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할수록 커지는 불씨, 文 평산마을 만찬 논란
수정 2023.08.12 11:00입력 2023.08.12 11:00

친문 의원, 총선 모임 해석에 방어막
민주당 리더십 논란 번지는 시점도 변수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 사저에 측근 야당 의원들을 소집해 총선 대책을 논의할 것이란 얘기가 번지면서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거론된 의원들은 "소설", "가짜뉴스"라며 일제히 반발했지만, 해명할수록 논란의 불씨가 커지는 양상이다.


이는 민감한 시기에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만남이 준비됐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제22대 총선을 8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정치인 만남은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이재명 대표 리더십 위기가 계속되면서 친명계-비명계 갈등의 불씨가 곳곳에 잠재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나고자 양산으로 향하는 것은 정치적 배경에 관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8.8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친문계 의원들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 소집' 보도와 관련해 "의원들 서너 명이 여름도 되고, 그동안 (문 전 대통령을) 뵙지도 못했으니 한번 찾아뵙자는 게 팩트"라며 총선 대책과는 일절 상관없는 만남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평산(마을)에서 저희가 그런 토론을 왜 하겠느냐"며 "단언하건대 대통령께서 퇴임 이후에 누구를 보려고 평산마을로 부른 적은 단 한 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윤영찬 의원도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과 그런(총선) 얘기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문 전 대통령을 어떤 식으로든 현실 정치판으로 끌어내고 싶어하는 의도가 있는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터무니없이 소설을 써서 마치 무언가를 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기사를 쓰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퇴임한 문 전 대통령이 여전히 야권 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문 전 대통령을 '민주당 진영의 대주주'라고 표현했다.


윤 실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 네트워크망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네트워크망을 비교해보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2012년 총선 직전 정치를 시작한 이후 2016년, 2020년 총선 공천까지 강한 영향력을 끼쳤다며 "세 번의 총선,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보면 문 전 대통령하고 인연이 없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어 문 전 대통령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실장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현 지도부로 뭉치는 구심력보다는 자꾸 바깥으로 시야를 돌리게 하는 원심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하게 한다"고 진단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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