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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 500원' 식당까지 등장…중국에 닥친 D의 공포

수정 2023.08.12 08:29입력 2023.08.12 08:00

소비자 지갑 닫자, 기업들 가격 인하 경쟁
7월 CPI 2년 반 만에 하락
"일본식 장기불황 빠질 수도"

#중국 베이징에 160개 매장을 둔 패스트푸드 체인점 난청샹. 이곳은 매일 아침 죽과 새콤하고 매운 국, 우유 등 메뉴 세 개로 구성된 조식 뷔페를 인당 단돈 3위안(한화 약 550원)에 제공한다. 손자와 함께 난청샹을 찾아 아침 식사를 한 71세의 가오 이 씨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저렴하고 좋은 선택지가 많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게 지속되진 않지만 새롭고 좋은 거래들은 항상 있다"며 "그것들을 찾아 나서기만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공포가 번지는 가운데 급기야 500원대 아침 식사를 파는 식당이 등장하는 등 외식업체들이 가격 인하 경쟁에 한창이라고 1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이 전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리자, 손님을 끌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리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식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인 시샤오예는 최근 메뉴 가격을 인하했다. 10위안(약 1800원)짜리 메뉴도 내놨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인 KFC의 중국 운영사인 염 차이나 또한 햄버거와 스낵, 음료 세트 일부를 19.9위안(약 3600원)까지 인하키로 했다. KFC의 대표 햄버거 메뉴 중 하나인 징거버거 세트의 국내 판매가(7800원)와 비교하면 반값 수준이다.


이 같은 중국 외식업체들의 가격 인하 경쟁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염 차이나의 조이 왓 최고경영자(CEO)는 "판매량은 돌아왔지만, 인당 소비는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광둥성식품안전촉진연합의 주 단펑 부대표는 "소비자들에게 비용 대비 가치가 높은 선택권을 더 많이 제공하는 (최근의) 할인 전략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 각국은 불길이 잡히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반등할까 긍긍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물가 하락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했다. 중국의 월간 CPI가 하락한 건 2년 5개월 만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 내수 위축, 수출 감소 등이 겹친 결과다. 중국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는 6월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에 그쳐 넉 달 만에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지난해 연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사실상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베이징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근무하는 33세의 동 씨는 "주택담보대출이 있고 아이도 키워야 한다"며 "(지출을 위한) 선택지가 많지 않다. (지출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외신은 "경제학자들의 예측과는 달리 봉쇄 해제 후에도 즉각적인 소비지출의 증가는 없었다"며 "임금·연금은 그대로에, 고용시장 불확실성이 높다. 지출 욕구는 제한적이고, 경제도 간신히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1990년대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중국 경제성장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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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人사이드]"체중 40㎏…이대로 죽을 수 없어" 2700만원으로 시작, 대표가 된 28세 니트족
수정 2023.08.13 10:57입력 2023.08.12 09:00

출판사 텐메츠샤 대표 야라 아사야 이야기
사회 적응 실패하다 헌 책방에서 아이디어

은둔형 외톨이를 뜻하는 '히키코모리', 취직 의지가 없는 백수를 뜻하는 '니트족'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쓰이곤 하는 말인데요. 이번 주 아사히신문에서는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못했던 28세 백수 청년이 출판사를 차리게 된 성공 신화를 보도했습니다. 본인의 콤플렉스와 아픔을 딛고 어엿하게 성장한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는데요.


우리는 인생에 겪은 아픔을 어떻게 멋지게 극복해낼 수 있을까요? 오늘은 본보기가 될만한 청년, 야라 아사야씨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야라 아사야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일하게 공개한 본인 사진. (사진출처=야라 아사야 SNS)

야라씨는 지난 8일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어린 시절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채로 보냈다고 회상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말을 더듬었는데, 긴장하면 더 심해져서 중학생 때부터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무서웠다는데요.


대학에 진학해 자기소개를 했을 때도 말을 제대로 못 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외계인 같다"라는 주위의 야유를 받았다고 합니다. 동아리도 가입하지 않았고 친구도 사귀지 못해 혼자 학교 화장실이나 계단에서 도시락을 먹곤 했다고 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해봐도 상사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야단만 맞고, 어디든 적응하기가 어려웠죠. 결국 대학도 휴학계를 내버리고 맙니다.

야라씨는 "당시 구직 활동을 하는 정장 차림의 동기들이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 왜 나는 평범할 수 없을까 하며 방에서 울었다"며 "이대로는 사회에 나가도 나는 살아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환경을 바꾸어 재출발하고 싶어 도쿄의 셰어하우스로 들어갔고, 동업으로 보드게임 카페를 차렸지만 이것도 다툼으로 일 년여 만에 쫓겨나듯 나와야 했죠. 이후에는 아르바이트 면접에서조차 떨어지면서 인생의 암흑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매월 달력 일정이 정신과 가는 것 말고는 없었고, 수입은 그간 근근이 벌어놓은 돈과 부모님에게 의존해야만 했다는데요. 하루 한 끼, 최소한의 식사로 체중은 40kg 정도가 됐고, 저녁에는 정처 없이 걷다가 새벽이 돼야 잠에 들었다고 합니다. 약물 과다복용 등 자해도 계속됐는데요.


이러한 삶을 4년 가까이 이어오던 중, 지난해 3월 그는 면도날을 바라보며 문득 결심하게 됩니다. 인생에 사는 의미가 있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도 고민하던 순간 일었던 것은 분노라고 하는데요. "이러다 죽으면 너무 우습다. 나는 너무 억울하다"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고 합니다.


머리에 떠오른 사업 아이템은 밤거리를 헤맬 때 다니던 헌책방. 100엔짜리 헌책을 사서 읽으며 눈앞의 현실을 잊곤 했는데요. 죽기 전에 그런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28살에 출판사에 지원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바로 탈락하고 맙니다.


"학력도 경력도 없이 지원해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이런 나라도 책을 만든다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라는 마음으로 출판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당시 수중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고 있던 300만엔(2700만원)짜리 예금이 있었는데, 이를 털어서 출판사를 차렸다고 합니다. 우울증으로 스스로 명을 달리한 할아버지가 야라씨 앞으로 남긴 유산이었다는데요.

텐메츠샤의 이야기를 남겨두는 사이트. 출간한 책을 포장하는 이야기 등이 업로드돼있다.

그가 차린 출판사의 이름은 '텐메츠샤'로 말 그대로 점멸사(点滅社)라는 뜻입니다. 빛이 점멸하며 누군가의 발밑을 비추기를 바라며 지은 이름입니다. 책이나 영화 이야기를 하던 프리터 동료와 함께 시작하게 됐는데요.


처음으로 즐겨듣던 일본 밴드 '니네'의 가사를 모은 시집을 출간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인간의 나약함, 그럼에도 남아있는 상냥함을 보여주는 가사에 밴드에 바로 연락을 취했는데요. 덕분에 지난해 11월 니네의 시집을 출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서점 주인들 사이에서도 "텐메츠샤의 책에는 목숨을 건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편집자의 열정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하네요.


지난 6월, 개업 1주년을 맞은 텐메츠샤는 가사집, 만화 잡지 등 3권을 출판했습니다. 전국 60개 점포의 서점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가 진행 중입니다.


경영은 아직 적자고, 매일 쌓아둔 돈은 줄어들고 있지만 한 서점 주간 매출 10위권 안에 든 적도 있고, 자택 겸 일터에는 응원 편지도 도착할 정도로 번창했다고 합니다.


그는 오히려 힘든 시절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아사히에 전했습니다. "충전할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계속 달리고 있다"고 인터뷰를 끝맺었는데요. 앞으로는 우울한 기분이 들 때 읽고 싶은 작가와 학자들 80여명의 에세이를 출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쳐서도 안 되겠지만, 우리는 쉽게 낙담해서도 안 되겠지요. 야라씨의 이야기로 저를 비롯한 누군가에게도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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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지난가을, 족집게 예언자 "잼버리 역경에…"
수정 2023.08.12 19:21입력 2023.08.12 09:00

지난해 10월25일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장
이원택 의원 “폭염 대책, 정말 점검하셔야”
여성가족부 장관 “제가 꼭 책임지고 잘…”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둘러싼 논란의 후폭풍은 국내 문제로 머물지 않는다. 스카우트 대원들을 한국에 보낸 각국은 파행으로 이어진 잼버리 사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생각하던 한국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안겨준 사건이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새만금을 떠나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뿔뿔이 흩어졌다. 잼버리 대회의 본래 취지는 이미 훼손됐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이어졌다.


잼버리 대회를 둘러싼 아쉬움이 커지면서 이번 사태의 배경에 관한 궁금증은 증폭하고 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4일 전북 부안군 잼벼리 야영장 수돗가에서 물을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흥미로운 점은 지난가을에 이미 ‘잼버리 사태’를 예견한 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행사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인물, 그 주인공은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족집게 예언자처럼 잼버리가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0월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나온 질의응답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은 8월 한국 기후 특성을 지적하며 폭염 대책 등을 주문했다.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먼지 대책 그다음에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 또 세계적인 대회이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올 겁니다. 관광객 편의시설 대책 또 영내·외 프로그램 점검하셔야 합니다. 정말 점검하셔야 하고.”

이 의원이 거듭 당부한 것은 행사 1년 전 준비 상황을 가늠하는 공정률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기반시설이 지금 8월 현재 37% 공정률 아닙니까? 이제 곧 겨울 들어간다. 그러면 내년 3월에 봄철이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준비 기간이 많이 남지 않았으니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당부다.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잼버리 병원에서 온열질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런 것에 대해서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세계의 청소년들과 세계에서 다 바라보고 있는 이 대회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장관님 좀 인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잼버리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 지난가을 국정감사 현장에서 나왔던 국회의원의 이런 지적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어떤 답변을 내놓았을까.


김 장관은 “예 전라북도 지사님하고…”라고 여운을 남겼다. 여성가족부가 전라북도와 협의하겠다는 응답이었지만, 이 의원의 절박한 호소와 대비되는 짧은 내용의 답변이었다.


이 의원은 여성가족부에서 다른 부처로 업무가 이관되더라도 책임 있게 준비할 주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잼버리 대회를 총괄할 컨트럴타워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당시 김 장관은 “그것은 제가 꼭 책임지고 잘 이관되도록 하겠다”면서 “저희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님께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 퇴영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회의원에게 배정된 국감 질의 시간이 한정돼 있기에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잼버리 관련한 질의응답은 이게 전부였을까.


앞서 이 의원은 다른 질의 시간에도 잼버리 관련한 내용을 질의했다.


이 의원은 “장관님 10개월 앞둔 세계 잼버리가 내년이지 않습니까. 8월에. 지금 열 달 앞뒀습니다. 과연 주무 부처가 사라진 조건에서 이 잼버리가 제대로 될까요”라고 질의했다.


김 장관은 “물론입니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뒤이어 나온 이 의원의 지난가을 경고는 2023년 8월 현재의 시점에서 곱씹어볼 대목이다.


“잼버리 대회도 지금 준비 상태를 좀 더 디테일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이원택 의원) 현장에서 그것을 보기 때문에 걱정돼서 말씀드리는데 부처의 장관과 책임자가 혼선이 있는 조건에서 이 행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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