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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마트에 이마트가 없다?" 파격 변신 '더 타운몰' 노리는 건

수정 2023.08.02 08:00입력 2023.08.02 08:00

더 타운몰 3호점, 킨텍스점서 방 뺀 이마트
맛집·패션·레저 채워…먹고 놀고 쉬러 오도록
장보기 대안으론 트레이더스·노브랜드 활용
할인점 매출감소 속 '미래형 점포' 확대 방침

"여기 이제 이마트 없나요?"


지난 주말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더 타운몰 킨텍스점'. 저녁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만차 행렬인 주차장을 지나,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느낀 건 '이마트의 흔적을 지운 이마트'라는 점이었다. 이마트는 킨텍스점을 리뉴얼하면서 이마트(할인점)를 빼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더 타운몰 1, 2호점인 월계점과 연수점엔 모두 이마트 매장이 있었으나 3호점인 킨텍스점에서 처음 이마트가 빠졌다는 점에서 킨텍스점은 '이마트 없는 이마트타운' 1호점이기도 하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더 타운몰 킨텍스점' 내 노브랜드에서 방문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김유리 기자].

리뉴얼한 킨텍스점은 더 타운몰이 추구하는 방향성, '지역 랜드마크 쇼핑몰'을 충실히 따라 만들었다. 매장 면적만 2만6446㎡(약 8000평)로 이마트 최대 규모지만, 대부분의 공간을 종전처럼 장보기에 할애하는 대신 대규모 체험형 테넌트(임대매장)와 문화·휴게 공간으로 채웠다.


이마트가 빠진 자리엔 1, 2층 모두 식당가(1층 푸드코트, 2층 전문식당가)가 들어섰고, '우리 동네 작은 스타필드' 느낌으로 브런치 카페와 북 카페,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어른을 위한 골프·필라테스 등 레저·스포츠, 아이를 위한 키즈카페 등이 다양하게 입점했다.

지상 2층에 들어서자 올리브영과 팀버랜드, 젝시믹스, 크록스, ABC마트 등 뷰티·패션 테넌트가 늘어서 있었다. GDR 메가골프, 모던 필라테스 등 지역민을 위한 스포츠·레저 시설도 갖췄다. 캠핑 트렌드에 캠핑용품 전문점 캠핑고래도 들여놨다. 2층 한쪽엔 한식·일식·동남아식 등을 취급하는 맛집을 한데 모은 전문 식당가 '고멜리'에도 인파가 북적였다. 맞은 편엔 인증샷을 부르는 브런치 카페 코코스도 입점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더 타운몰 킨텍스점' 내 전문식당가 고멜리에 방문객이 북적이고 있다[사진=김유리 기자].

한 층 아래로 내려가니 더 타운몰로 탈바꿈하면서 새로 입점한 노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간단하게 내일 먹거리를 사려는 이들이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마트를 없애면서 '본격적인 장보기'는 종전부터 지하 1층에 있던 트레이더스를 이용하고, 들른 김에 하는 '간편 장보기'는 1층 노브랜드를 이용하게끔 한 이마트 의도 대로였다. 이외에도 1층 까사미아, 누하스 홈, 슬로우베드, 리빙크리에이터 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소품숍 엄마의 잡화점, 만화카페 책으로 가는 문, 쿠킹 스튜디오를 갖춘 문화센터 컬처클럽, ABC키즈마트, 탑텐키즈 등 어린이 매장을 비롯해 미식가(푸드코트), 스타벅스, 엉클피터스 등 맛집·카페가 자리했다.


이마트가 추구하는 '미래형 이마트'는 장보기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먹고 즐기고 휴식하러 들렀다가 온 김에 장도 보는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마트(할인점)는 최근 매출 성장률이 제자리걸음인 데다 영업적자가 확대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다. 주요점 리뉴얼 등 일시적인 영향도 있으나, 이보다 근본적으로 대형마트에 고객 발길이 예전만큼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이마트 고민의 출발이다. 모바일 쇼핑의 간편함을 이길 대안은 직접 찾았을 때의 재미다. 먹는 재미, 즐기는 재미 등을 이마트에 녹여 일단은 발걸음을 하도록, 와서 지갑을 열도록 하기 위해 더 타운몰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더 타운몰로 리뉴얼한 이후 킨텍스점에 대한 초반 고객 반응은 긍정적이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오픈 초반 효과와 폭염 효과로 방문객이 많았다. 이마트에 따르면 리뉴얼 오픈한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11일간 방문객은 15만명에 달했다. 종전 지역 내에서 찾기 힘들었던 '힙한 음식점과 카페'의 등장에 1020세대 방문이 눈에 띄게 늘었고, 어린 자녀를 동반 3040세대도 많이 찾았다. 이마트는 더 타운몰 변화 후 낮아진 방문객 평균 연령으로 장기 충성고객 확보 효과도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트레이더스에서 대량 구매하기엔 부담스럽고, 노브랜드에서 소규모로 사기엔 필요량이 많을 때 적합했던 '이마트 장보기'가 사라진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왕에 몰이라면, 스타필드 등 테넌트가 더 갖춰진 다른 대안도 있어 '꼭 찾아야 하는 곳'이 되지 못한 점에서 한계가 있단 지적도 나왔다.


이마트는 그럼에도 더 타운몰을 이마트 미래형 점포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보고, 주요 점포를 대상으로 리뉴얼 검토를 하고 있다. 이두섭 이마트 개발담당 상무는 "더 타운몰 킨텍스점은 일산 지역 최초로 입점하는 매장만 34개에 달하는 등 테넌트 유치에 큰 공을 들였다"며 "온 가족이 즐기는 다양한 콘텐츠를 강화해 일산 지역 '최애 플레이스'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더 타운몰 킨텍스점' 내 트레이더스에서 방문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김유리 기자].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배터리 기업, 설비투자 100조…30조는 韓 돌아온다
수정 2023.08.03 07:25입력 2023.08.02 11:00

K배터리, 장비도 물 건넌다
배터리사, 해외 투자에도 국익 도움

장비 국산화 비율 90% 안팎
배터리3사, 설비투자 앞으로도 100兆
이중 30~40% 이상 장비 투자

NCM배터리 시장 선점 효과
튼튼해진 장비 생태계
해외 배터리도 "韓 장비 사겠다"


"해외 생산라인에 있는 장비요? 다 국산인데요."


요즘 한창 해외 공장 건설로 정신이 없는 국내 배터리 업체 관계자들에게 현지 공장의 장비 국산화율을 물어보면 대부분 국산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국산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해외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면 한국 장비가 해외로 나간다. 배터리도 팔고, 장비도 수출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반면 수십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 역할을 한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30% 이하다. 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땐 장비를 네델란드, 일본, 미국에서 사와야 한다. 반도체 해외 생산라인보다는 배터리 해외 공장이 한국경제에 더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배터리업계의 힘은 ‘소부장 생태계’다. 소재·부품·장비 중에서 가장 관심도가 떨어졌던 장비의 국산화 비율은 90%안팎이다. ‘K 배터리’와 함께 장비업계도 바다를 건넌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2027년까지 짓는 공장에 들어갈 설비투자(CAPEX) 규모만 100조원에 가깝다. 이 중 장비에 투입될 돈이 40조원 가량이다. 우리 장비 기업들의 ‘수주 먹거리’는 더욱 넘쳐날 것이다. 배터리 공장을 세우는 외국 기업들도 한국 장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배터리 3사가 일찍부터 시장을 선점해 소부장 생태계를 키워온 것이 이제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배터리 설비투자 앞으로 100兆…장비에만 30兆 이상

국내 배터리 3사가 2027년까지 짓기로 한 글로벌 공장 규모는 연산 1109.3GWh(기가와트시)다. 현재 가동 중인 공장을 제외하고 2027년까지 추가로 짓는 공장 규모만 757.3GWh에 이른다. 1GWh당 설비투자가 평균 1300억원 들어간다고 봤을때 설비투자 총액은 98조4490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한다. 설비투자 중에서 30~40% 이상이 장비 구매에 들어간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29조5300억~39조3800억원 규모다. 설비투자액 내 장비 투자 비중은 공장 규모가 크면 클수록 높아진다. 건설 비용은 규모의 경제로 인해 대규모일수록 보다 저렴해지는 데 비해 장비 비용은 규모가 커질수록 비례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30GWh 이상의 대규모 공장을 다수 짓고 있는 미국의 경우 중국이나 헝가리, 폴란드보다 장비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장비 대부분은 국산이다. SK온의 경우 신규 배터리 공장의 국산화율이 95% 이상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7월 충북 청주 오창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대회’에서 최근 3년(2018~2020년)간 장비의 국산화 비율이 87% 수준이라고 했다. 삼성SDI는 장비 국산화율 95%라고 밝혔다. 2025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된 북미를 중심으로 장비 발주가 본격화하면서 양극재 등 핵심 소재뿐만 아니라 장비업계에도 훈풍이 분다.


국산 배터리 장비, 왜 자립도 높나

또다른 첨단산업인 반도체의 상황은 다르다. 국산화율이 20% 수준에 그친다. 반도체장비 국산화율은 국내 반도체 기업에 공급된 장비 중 국내기업이 국내에서 생산한 비율을 가리킨다. 국내 장비 수입 중 77.5%는 미국·일본·네덜란드 등 3국에 의존하고 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미국), ASML(네덜란드), 램리서치(미국), 도쿄일렉트론(일본), KLA(미국) 등 ‘세계 5대 반도체장비 기업’의 국내 매출액은 203억달러(약 25조 9637억원)로 점유율이 81.3%에 달했다(한국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자료).


배터리 장비의 높은 국산화 비율은 국내 배터리 3사가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세를 이루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일본에서 태동했지만 대규모 양산을 먼저 시작한 것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다. 1990년대부터 노트북·휴대전화 등에 들어가는 소형전지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장비 생태계도 튼실해졌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등 지근거리에 지속적인 수요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서는 더욱 규모가 커졌다.


해외기업 수주 따내는 장비 기업들

대규모 공급을 통해 기술력을 키운 배터리 장비사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진출하고 있다. NCM(니켈·코발트·망간)으로 대표되는 하이니켈 배터리를 양산하는 해외 공장에 대규모 장비를 납품한 이력을 가진 업체를 한국 밖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일부 중국기업들이 해외 공장 납품 경험이 있다. 하지만 미국과 서구 국가들은 중국기업들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추세다. 이런 ‘중국 따돌리기’ 기조로 인해 국내 장비기업들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33개 중국 업체를 포함한 수출통제 기업 목록 UVL(미검증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이 목록에는 CATL의 조립 공정 장비 공급사인 하이무싱 등이 올랐다.


국내 배터리 장비 기업들은 한국 배터리 3사 뿐만 아니라 유럽·미국 등 해외 배터리셀 제조사들에게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2026년 이후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걸고 있는 유럽기업들의 장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추가적인 수주 가능성이 높다. 하나기술, 에스에프에이, 탑머티리얼 등이 제각기 장비 컨소시엄을 꾸려 노스볼트·엔비전AESC·프레이어·ACC 등에 국산 배터리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너도나도 배터리 양산에 나서면서 기술력과 대규모 수주 실적을 갖춘 한국 장비 기업들이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판을 좌우하는 네덜란드 ASML같은 장비 기업이 한국에서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다만 배터리 장비 기술은 비용 절감 등 분야에서 보다 고도화할 필요는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배터리 장비 시장은 올해 7조6319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31% 이상 성장해 2030년 39조691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시장조사전문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 자료).


배터리판 ASML 나올까…공정별 韓 배터리 장비 기업은

배터리 공정은 전극→조립→ 활성화(화성)→검사 공정으로 크게 4단계로 나눠진다. 우리 장비 기업들은 섞고 누르고 자르고 숙성시키는, 배터리 세부 공정 하나하나에 맞는 장비를 개발했다.


우선, 전극(극판) 공정은 배터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제조 공정이다. 성능과 제조 효율을 높이는 공정 장비가 필요하다. 제품 종류와 폼팩터(외형별 분류)에 따라 계량된 활물질(전기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활성 물질)과 도전재(전자의 이동을 촉진시키는 물질), 바인더(소재 결합·도포를 돕는 물질) 등을 섞는 믹싱 공정이 첫번째다. 믹싱 공정에는 티에스아이, 윤성에프앤씨, 제일엠앤에스와 같은 기업들의 장비가 들어간다. 이후 구리박과 알루미늄박을 전극에 얇게 코팅하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코팅 공정이라고 한다. 코팅장비를 한화 모멘텀·씨아이에스·피엔티 등의 업체가 만든다.


이후 전극은 두개의 커다란 롤 사이로 통과해 납작하게 만든다. 입자 사이의 불필요한 공간을 없애며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다. 롤프레싱 공정에는 씨아이에스, 피엔티의 장비가 들어간다. 납작해진 전극을 각 사이즈에 따라 가로로 자른 후(슬리팅) 다시 세로 방향으로 잘라주면(노칭) 전극 공정이 완료된다.


이렇게 완성된 전극은 파우치·각형·원통형 등 폼팩터에 따라 조립 공정을 거친다. 양극·음극·분리막을 층층이 쌓거나(스태킹) 접거나(폴딩) 감아서(와인딩) 파우치나 알루미늄 캔에 넣은 후 전해액을 주입한다. 이 공정을 거치면 배터리 형태는 완성된다. 톱텍·원익피앤이·하나기술 등이 조립 공정 장비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전지 특성을 심는 것이 활성화 공정이다. 이 공정에서는 배터리를 충·방전하고 ‘숙성(에이징)’시켜 활성화한다. 에이징은 정해진 온도, 습도에서 일정 시간동안 보관해 배터리 내부에 전해액을 충분히 분산시켜 이온 이동의 최적화 상태를 만드는 공정이다. 원익피앤이, 에이프로, 삼지전자 등의 장비를 사용한다. 이후 검사장비를 통해 셀의 불량을 점검하고 포장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된다.


배터리 공정별 장비 투자 비중은 대개 전극공정(30%), 조립공정(17%), 활성화공정(29%), 검사·자동화 공정(24%)으로 이뤄진다. 매출액 기준(2022년)으로 보면 에스에프에이(이차전지 부문·5429억원), 원익피앤이(2888억원), 필에너지(1897억원), 씨아이에스(1572억원) 등의 기업이 배터리 장비 기업 순위에서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배터리 기업들의 장비 발주는 공장 준공 시점보다 1년~1년 반 가량 앞서 시작된다. 2025년 준공되는 다수의 미국 공장에 공급될 배터리 장비 발주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이 다가왔다는 평가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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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티슈와 휴지통…구청에 ‘혼자만의 방’ 왜 필요한가 했더니
수정 2023.08.02 11:14입력 2023.08.02 05:00

서초구 민원실 7월 문 연 '아담소'
폭언·폭력 악성민원인 늘어 보호 차원
철밥통은 옛말 위험 노출된 민원 공무원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악성민원인들의 폭언 등 위법행위는 해마다 늘고 있다. 서초구가 OK민원센터 내에 만든 '혼자만의 방' 내부 모습.(사진=김민진 기자 enter@)

“눈물도 흘리고, 화도 삭이고, 감정을 가라앉혀요. 그래야 마음이 진정되고, 다른 민원인들을 밝은 얼굴로 대할 수 있잖아요.”


서울 서초구청 OK민원센터에서 민원여권과로 통하는 통로 한쪽에는 ‘특별한 방’이 있다. 바로 ‘혼자만의 방, 아담소(我談所)’다. 6.6㎡(2평) 남짓한 방에는 차분한 느낌의 직물 카펫이 깔려있고, 1인용 쇼파와 발 받침용 스툴, 작은 화분, 액자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져 있다. 차 한잔하면서 여유를 찾으라는 건지 전기 커피포트와 여러 종류의 차도 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눈에 띈 건 갑 티슈와 휴지통이다. 눈물, 콧물 흘릴 일이 왜 많을까. 사람 상대하는 일이 다 그런 건가. '철밥통’이라 부러움을 사던 공무원 생활도 막상 겪어보면 만만찮은 건가.

서초구는 지난달 OK민원센터를 리모델링해 재개관하면서 이 방을 만들었다. 민원 담당 공무원의 마음 건강을 챙기자는 의미에서다. 직원들은 감정 통제가 어려울 때 이곳에서 차를 마시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민원 업무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무실에는 혼자 조용히 울 곳도 없지 않은가.


다른 여러 자치구에서도 민원업무담당 공무원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폐쇄회로(CC)TV, 비상벨, 가림막 등을 설치하고, 직원 휴게공간도 따로 마련하고 있다. 민원처리 담당자 보호조치 음성안내나 녹음전화 운영, 민원접점부서 직원 교육, 민원담당업무 공무원 힐링 연수 등 심리상담 프로그램 운영 및 치료비 지원 등은 이미 웬만한 곳에서는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대책도 점차 강화하는 추세다.

성북구의 한 공무원은 “재개발 등 재산권 관련 문제와 아파트 입주자들 사이의 갈등,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복지급여 수급자 관련 악성민원 등 반복적이고 고질적인 민원들이 가장 많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민원인들을 직접 상대하는 종합민원센터나 동주민센터 외에도 주거정비과 등 주택·주거 관련 부서, 복지관련 부서 등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다.

용산구 직원들이 악성민원인 대비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용산구 제공)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폭언·폭력·기물파손 등 민원인의 위법행위는 2018년 3만4484건에서 2021년 5만1883건으로 3년 사이 50.5%나 늘었고, 점차 증가 추세다. 지난해 6월 양천구 신월동 주민센터에서는 만취 상태의 민원인이 쇠망치를 들고 와 공무원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있었고, 2021년 초에는 강동구청에서 주·정차 단속업무를 하던 30대 공무원이 한강에 뛰어든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최근에는 경기도 화성시 동화성세무서의 민원팀장이 민원인을 상대하다 쓰러져 열흘째 의식 불명 상태다.


각 구청은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경찰과 합동으로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비책을 세우고는 있다. 용산구는 지난 6월과 7월 공무원 신분증 뒷면에 부착할 수 있는 녹음기를 46대 구매해 민원센터와 동주민센터 공무원들에게 시범적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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