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5세 이상 1~8호선 이용객 늘어
"지하철 피서 근본적인 해결책 안 돼"
"생명권 차원서 냉방 대책 점검 필요"
전기요금 걱정 탓에 집에서 에어컨을 틀지 못하고 지하철역이나 전동차 안에서 더위를 피하는 노년층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지하철 1∼8호선을 이용한 65세 이상 노인은 146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93만명보다 약 75만명 많았다.
노년층이 더위를 피해 지하철을 찾는 대표적 이유는 금전적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65세 이상은 지하철 요금이 무료이기에 심해진 폭염을 피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됐던 작년 여름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엔데믹 전환 선언 이후 그동안 '밀집 지역'으로 분류됐던 지하철에서 폭염을 피하는 노인이 작년보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하철 피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년층에 대한 냉방복지 대책에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주택 환경이 열악한 노인은 냉방 기구 설치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정부의 냉방비 지원 대책도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독거노인이나 주거 취약 노인이 무더위를 편하게 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폭염 민감 계층의 건강피해 최소화 방안' 보고서에서 "노인 등 폭염 민감 계층이 (지하철이 아닌) 주거지 인근에서 무더위 쉼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 다양한 자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마다 온열질환자 급증…80대 이상, 10만명당 6.4명 '최다'
한편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 주말 경북 경산시, 문경시, 예천군 등에서 고령자 사망 소식이 이어졌다.
지난 31일에도 서울 최고기온이 33도 넘게 오르는 등 더위가 꺾이지 않자 노인들은 냉방시설이나 그늘이 있는 곳을 찾았다. 카페, 식당 등의 '자릿세'를 내기 어려운 취약계층 노령층의 경우, 지하철과 경로당 등을 전전하며 여름을 버티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매년 5월20일부터 7월29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021년 910명(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12명 포함), 2022년 1005명(추정 사망자 7명), 2023년 1015명(추정 사망자 10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은 세대는 80대 이상(6.4명)이었다. 이어 70대(4.3명), 50대(4명), 60대(3.8명) 순이었다.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낮 시간대(낮 12시~오후 5시)에는 야외 작업과 운동을 자제하고 시원한 곳에 머물러야 한다. 외출이 불가피하면 양산이나 모자 등으로 햇볕을 차단하는 게 좋다. 샤워를 자주 하고, 헐렁하고 밝은색의 가벼운 옷을 입으면 체온을 내릴 수 있다. 갈증이 없더라도 물을 규칙적으로 자주 마시는 것 또한 온열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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