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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3.07.29 19:12입력 2023.07.29 19:09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애플 쇼크웨이브](24)'올해도 실패' 애플 속썩이는 통신용 반도체
수정 2023.07.30 10:22입력 2023.07.29 16:11

애플, 5G모뎀 칩 자체 개발 시도 연이어 불발
퀄컴 모뎀 칩 퇴출했다가 다시 손잡아
5G 통신 기술 부족으로 어려움
삼성도 퀄컴 종속 끝내기 위해 10여년 노력 후 성과내


편집자주[애플 쇼크웨이브]는 애플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며 벌어진 격변의 현장을 살펴보는 콘텐츠입니다. 애플이 웬 반도체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에서부터 시작된 오랜 노력 끝에 애플은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설계해 냈습니다. PC 시대에 인텔이 있었다면, 애플은 모바일 시대 반도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됐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와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설비 투자가 이뤄지는 지금, 애플 실리콘이 불러온 반도체 시장의 격변과 전망을 꼼꼼히 살펴 독자 여러분의 혜안을 넓혀 드리겠습니다. 애플 쇼크웨이브는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40회 이상 연재 후에는 책으로 출간합니다.
"애플은 비싼 모뎀 부품을 대체하려 했지만, 퀄컴이 5G의 제왕이라는 점만 확인했다" 투자 전문매체 식킹 알파(Seeking Alpha)

애플 아이폰은 고가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애플은 2017년 아이폰X를 기점으로 고가라인인 '프로'를 분리한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컴퓨터, 아이패드, 아이폰에서 각각 프로라인으로 판매되는 제품의 특징은 차별화된 핵심 칩이다.


'급 나누기'를 위해 아이폰14에서는 프로 등급에 신형 칩인 A16을, 일반 등급에는 A15를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이폰13까지는 프로라인과 일반 아이폰 간의 반도체 성능 격차가 크지 않았다. 가성비를 찾는 이들은 성능이 비슷하면서도 저렴한 일반 아이폰을 선택했다. 반면 아이폰14에서는 가성비 때문에 일반 라인을 선택하기 어려워졌다. 고가 라인은 한세대 발전한 칩을, 일반라인은 기존 칩을 사용하다 보니 성능 차이가 벌어졌다. 최신 성능의 칩을 원한다면 프로를 사야 했다.


이처럼 반도체는 애플 제품의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비싼 반도체를 사용해 성능이 상승하면 완제품 가격도 오른다. 반대로 비슷한 성능의 부품을 저렴하게 확보한다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반도체 역시 그렇다.


애플도 외부에서 반도체를 사 오면 비싸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애플은 반도체를 자체 개발 중이다. 그래야 성능은 물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과거 인텔의 칩을 사용했던 PC에 비해 애플 M1, M2 칩 사용한 애플 맥북 컴퓨터들이 가성비라고 평가받는 것은 반도체 조달 비용을 낮춘 이유도 있다. PC에서 가장 큰 부품값이 적용되는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TSMC에 위탁생산하면 인텔이 생산한 칩을 공급받는 것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 것이다.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 통신용 모뎀 반도체다. 애플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도통 성과가 나지 않는다.


무선 통신용 RF(Radio Frequency) 모뎀 칩은 스마트폰에 꼭 필요하다. 애플 A 칩이 아이폰을 작동시키는 '뇌' 역할을 한다면 RF 모뎀 칩은 전화의 통신 기능을 담당한다.


핵심 반도체 부품을 연이어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애플이지만 통신 분야는 쉽지 않다. ARM이 제공하는 기본 반도체 설계를 기반으로 날아오를 수 있었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달리 RF용 칩에는 ARM 역할을 하는 곳이 없다. 오히려 퀄컴이라는 장벽이 자리 잡고 있다.


마치 피처폰 시절 삼성전자가 퀄컴의 RF 칩에 종속됐던 것과 같은 현상이 애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통신 분야에 투자해온 삼성도 퀄컴에 대한 의존을 끊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애플 아이폰14의 메인보드에 퀄컴의 5G 모뎀칩이 보인다. 사진=유튜브

통신 전문가인 조신 전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성장동력기획위원장의 증언이다. 조 전 위원장에 따르면 2012년 등장한 갤럭시S3 LTE(Long Term Evolution) 버전에 삼성이 자체 개발한 LTE 모뎀이 처음 탑재됐다. 조 위원장은 이 일이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우리나라 IT산업에서 큰 획을 긋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조 박사는 "모뎀은 음성과 데이터를 무선을 통해서 송수신하는데 필요한 핵심 반도체 칩이다. 삼성이 LTE 모뎀을 최고급 스마트폰에 탑재하여 가장 ‘까다로운’ 국내 고객들을 대상으로 출시한 것은, 그만큼 성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CDMA 상용화 이후 국내 모뎀 시장을 독점해 온 퀄컴에 대한 선전포고로 느껴진다"고 했다.


벤처기업이었던 퀄컴은 한국에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하며 다국적 통신 반도체 기업으로 입지를 다진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모뎀 개발 노력을 했지만, 퀄컴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자신들이 만든 모뎀을 사용하지 않으면 더 많은 로열티를 요구했다. 일정 비율 이상의 모뎀을 사용해야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퀄컴은 모뎀 외에 스냅드래곤 AP 생산 업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의 핵심 경쟁력이 AP에 달린 상황에서 퀄컴은 스냅드래곤을 내세워 삼성전자 '엑시노스' 칩과 함께 안드로이드 진영을 주도했다.


애플도 어쩔 수 없는 퀄컴

애플 아이폰은 자체 개발한 A 칩을 사용한다. 애플은 퀄컴 스냅드래곤 AP를 사용할 필요가 없지만, 여전히 퀄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업계 1위 퀄컴의 모뎀 칩이 없이는 아이폰을 만들 수 없었다.


팀 쿡이 주도하는 애플의 단가 인하 압박은 업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공급망 관리 전문가인 쿡은 협력사의 납품 단가를 낮추고 부품 재고는 최대한 납품사의 책임에 두는 '달인'이다. 퀄컴에 부품을 구입하고 로열티를 내던 애플은 2017년 소송을 시작했다.


아무리 애플이라도 독점 공급업체에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기 마련이다. 번번이 로열티도 요구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애플은 퀄컴 모뎀을 아이폰에서 제외한다.


인텔은 아이폰용 AP 칩 공급을 거부하며 스마트폰 시대에 올라타지 못했지만, 독일 인피니언의 모뎀 부문을 인수하며 모뎀 사업에 나섰다. 애플이 경쟁사인 삼성에서 모뎀을 공급받을 수도 없는 일. 선택은 인텔의 모뎀이었다. 애플과 퀄컴의 분쟁은 인텔에게 기회였다.


시장 지배력이 강력한 애플 앞에 대부분의 부품업체가 고개를 숙였지만, 퀄컴은 달랐다. 2년의 공방에 이어졌지만, 애플이 얻은 성과는 미미했다. 그사이 삼성전자는 2019년 최초의 5G 스마트폰 갤럭시S10을 선보였다.


분쟁이 무한정 이어질 수는 없는 법. 애플과 퀄컴은 약 2년의 갈등을 끝내고 2019년 전격적으로 특허 분쟁 종료에 합의했다. 아이폰도 5G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퀄컴의 모뎀이 필요했다. 그렇게 퀄컴의 모뎀은 다시 아이폰12에 탑재됐다. 애플은 마침에 5G 시대에 합류했다.


애플 무선 반도체 연구소가 입주할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소재 건물.

이 과정에서 인텔은 애플에 모뎀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만다. 이제 아이폰의 모뎀도 애플의 몫이 됐다. A, M 처럼 모뎀도 곧 애플의 천하가 될 것 같았다. 희망은 현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애플이 2022년 3세대 아이폰SE를 선보인 후 4세대 아이폰SE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도 모뎀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에서는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2022년에 중단될 것이라던 퀄컴의 모뎀 공급도 계속되고 있다. 퀄컴이 예상하는 애플과의 거래 중단 시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애플이 인텔의 모뎀 칩 부문을 인수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논 퀄컴 최고경영자도 지난 2월 애플이 2024년까지도 자체 모뎀을 개발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논이 보는 애플의 모뎀 개발 시점도 매년 지연되고 있다. 최근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도 애플이 빨라도 2025년에서야 5G 모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점도 장담할 수 없다.


애플이 퀄컴의 모뎀을 사용한다는 발표는 퀄컴을 통해 나오고 있다. 애플은 퀄컴 모뎀 사용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다. 애플의 부품 공급사가 애플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음을 스스로 밝히는 것은 드물다. 그만큼 퀄컴의 독보적인 모뎀 칩 지배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애플은 미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지역에서 무선 모뎀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사진=애플홈페이지

애플은 여전히 모뎀 칩 개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어바인에 있는 무선 개발 부문 연구 조직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모뎀에 대한 애플의 진심을 보여준다. 애플은 이미 오렌지 카운티에 무선 개발 관련 조직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인근에 추가로 건물을 계약하고 모선 모뎀 관련 연구 인력 확충을 위한 구인 공고도 냈다.


애플이 모뎀 칩 개발을 완료하는 순간, 애플 반도체는 또 다른 이정표를 마련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반대의 경우 통신 반도체 기업들은 당분간 애플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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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서 못갚아요"…신용대출 연체율 8년만에 최고
수정 2023.07.29 08:30입력 2023.07.29 07:42

신용대출 연체율 2015년 5월 이후 가장 높아

금융위 발의한 '채무자 보호법'
채무조정권·연체이자 감면
국회는 관심도 없어…법안 통과 하세월

취약계층 재기 기회 골든타임 놓칠 것


개인 신용대출 연체율이 8년 만에 가장 높이 올라갔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6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개인신용대출의 경우 기업과 가계 모든 대출 부문 연체율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신용대출·개인사업자 연체 많아

지난 2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5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신용대출 연체율은 0.75% 집계됐다. 2015년 5월 0.85% 이후 최고수준이다. 은행 빚을 못갚아 신용불량자 신세가 될 위기에 처한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개인사업자대출이 신용대출 다음으로 위험했다. 지난 5월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45%였다. 2016년 11월(0.46%) 이후 최고 수준이다. 1년 만에 0.25% 포인트가 높아질 정도로 연체 증가 속도도 빠르다. 코로나19 지원이 끊긴 다음 자영업자 금융 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의 경우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가리지 않고 대출을 받기 때문에 사업이 어려워지면 양쪽 부문의 연체율이 모두 올라가게 된다"며 "기업대출 혹은 주택담보대출처럼 담보가 있는 개인대출보다 연체율 상황이 훨씬 안 좋다"고 설명했다.

줄파산 막으려면 채무자 보호법 필요

금융위원회는 개인채무자들의 줄파산을 막으려면 '개인금융 채무자 보호법'(이하 채무자보호법)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채무자보호법은 작년 하반기 금융위원회가 만들었다.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급등할 때 개인 채무자 연체율이 올라갈 것을 대비한 방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에 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선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주요 추진과제로 이름을 올렸으나, 국회가 묻어버리는 바람에 꼼짝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채무액이 원금 3000만원 이하인 취약계층에게 채무조정을 요청할 기회를 주고, 연체이자 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이다. 채무조정권은 연체자가 제때 빚을 못 갚는 경우 은행에 상환기간 연장이나 분할상환, 상환유예, 채무감면 같은 채무조정을 먼저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다. 요청받은 은행은 추심을 중지하고 10영업일 내 채무조정 여부를 채무자에 통지해야 한다.


연체이자 부담완화는 연체한 금액 만큼에만 연체 이자를 매기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를 들어 100만원을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빌렸다고 했을 때 채무자가 이번 달 상환해야 할 10만원을 못 갚은 경우 그 10만원에 대해서만 연체이자를 부과하도록 해 채무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한 번만 연체해도 갚아야 할 원리금 전체에 연체이자를 부과하고 있다.


모든 채무자를 대상으로 과잉 추심도 막는다. 추심총량제에 따라 추심 연락은 7일 7회를 넘길 수 없다. 채무자는 채권 추심자에게 특정 시간대 또는 방법·수단을 통한 추심연락을 하지 않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처럼 연체율이 급격하게 올라갈 때 개인 채무자 재기를 위해서라도 통과돼야 할 법안"이라며 "취약계층 채무자를 보호하자는 건 여야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내용이다. 국회에서 논의를 서두르지 않으면 개인 채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감원은 "국내은행의 연체율은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상승폭은 점차 축소되는 양상"이라고 했다. 이어 "통상 분기말 연체율이 분기중 대비 하락하는 경향이 보이며 은행권이 최근 건전성 관리를 위해 연체채권 정리를 확대하면서 2분기말(6월말)은 1분기말(3월말) 대비 연체율 하락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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