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청년 5명중 1명 실업자
대졸자, 고임금 IT 일자리 선호
IT기업 감원으로 구인구직 감소
저임금 택할 바에 취업 포기 늘어
지난달 언론은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지표에 이목을 집중했습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쉰 2030 청년의 수(66만명)가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40·50대 기록을 뛰어넘은 것입니다. 고용통계상 쉬었다는 것은 가사와 육아, 시험 준비 등을 하지 않는데도 그저 일을 하고 싶지 않아 구직을 포기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최근 일할 의욕을 잃은 청년들이 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구직을 단념한 청년들을 일컫는 '탕핑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습니다. 탕핑(?平)은 '평평하게 누워있다'는 뜻으로 일을 할 바에 바닥에 드러눕기를 택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로 쓰입니다. 인구가 많아 한국보다는 일자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에서까지 청년 구직 단념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지미출처=블룸버그]中 청년, 5명 중 1명 실업자…제조업은 일손 부족에 허덕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1.3%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16세에서 24세 사이의 인구 9600만명 가운데 노동 인구는 3200만명으로, 이 중 630만명이 실업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미지출처=블룸버그]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청년실업률은 46.5%로 추산된다고 주장합니다. 비노동 인구(4800만명) 중 학생을 제외하고 남는 1600만명은 사실상 탕핑족에 해당해, 이들을 포함할 경우 실업률이 치솟는다는 것입니다. 두 명 중 한 명 정도가 실업자라는 얘기가 됩니다.
하지만 일부 산업군은 일손 부족에 허덕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2025년까지 중국에서 약 3000만개의 제조업 노동자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가사도우미와 판촉업 등 서비스업계도 노동력 부족이 극심한 상황입니다.
청년 실업, 일자리 미스매치가 근본 원인
그렇다면 왜 일자리가 있는데도 구직을 단념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단순한 일자리 부족 문제보다는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재의 20·30세대는 저숙련 업종보다 고숙련 고임금 일자리를 원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온라인 구인·구직 회사인 즈롄자오핀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 대졸자의 4분의 1은 IT 분야의 취업을 희망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경영난에 휩싸이면서 이들이 원하는 일자리 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텐센트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2~3분기 동안 7000명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도 지난 1년 사이 2만여명을 구조조정을 한 데 이어 추가 인원 감축 계획까지 발표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고숙련 일자리를 원하는 대졸자가 대폭 늘면서 구직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이 1158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졸업생 수보다 82만명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다 인원입니다.
중국 당국은 1999년부터 노동 시장의 질을 높이고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목표로 대학 정원을 대폭 늘렸는데요. 이에 2001년까지만 해도 114만명에 불과했던 중국의 한 해 대학 졸업자 수는 2008년 500만명을 넘어선 뒤 2020년 들어서는 10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고등교육을 받은 구직자들이 빠른 추세로 늘다 보니 이들을 수용할 일자리가 부족해진 것입니다.
청년층, 저임금 받느니 취업 포기…사회에 소극적 불만 표출
결국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은 취업을 단념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중국 청년층 사이에서 캠퍼스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대학교 졸업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청년들은 '탕핑'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학위복을 입고 학사모로 얼굴을 가린 채 무력하게 누워있는 사진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립니다.
[이미지출처=시나웨이보]WP는 이 같은 사진은 학생들이 중국 사회에 표출하는 수동적인 반항의 일환이라고 설명합니다. 치열한 취업난에도 고소득 일자리를 가질 수 없다는 암울함과 더 노력하라고 몰아붙이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소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중국의 탕핑족은 한국에서도 발견됩니다. 고용동향 조사에서 '쉬었음'이라 답한 청년 66만명도 중국처럼 저숙련 일자리를 택하느니 아예 구직 단념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고숙련 고임금 일자리를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는 요즘입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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