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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멀어지는 '꿈의 물질' 상온초전도체

수정 2023.07.27 06:00입력 2023.07.27 06:00

관련 논문 또 다시 게재 철회돼
과학계 "한 번 조작하면 버릇 된다"
지난 3월 발표 다른 논문에도 의혹 거세져

올해 초 큰 화제가 됐던 세계 최초 상온 초전도체 발견 논문의 신뢰성에 또다시 의문이 제기됐다. 에너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꿈의 물질'의 발견 및 상용화가 또 다시 멀어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26일(현지 시각) 최근 저명한 물리학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s·PRL)가 2021년 게재했던 란가 디아스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의 관련 논문을 표절·데이터 조작 등의 이유로 철회했다고 전했다.


▲공중에 떠서 달리는 초전도체. 자료사진. 기사와 관련이 없음

해당 논문은 상온 초전도체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디아스 교수가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 이황화망간(MnS2)의 전기적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였다. PRL은 이번 철회 조치에 앞서 독자적인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표절 여부나 데이터 적확성ㆍ조작 여부 등 무결성(intergrity)을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는 "PRL 편집자들은 '조사 결과 데이터 조작ㆍ위조 혐의가 설득력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특히 디아스 교수의 오랜 기간 동료인 아쉬칸 살라마트 네바다대 물리학과 교수가 PRL에 해명서를 제출했지만 오히려 해가 됐다. 4명의 조사관들은 이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살라마트 교수가 제시한 실험 수치가 논문의 것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중 2명의 조사관은 보고서에 "조사 결과 사실을 숨기거나 은폐하려는 시도가 명백한 데이터 조작이 분명하다"면서 "해당 논문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한다"고 적시했다. 이에 PRL 측은 살라마트 교수의 이른바 '원천 데이터' 자료 제출이 조사를 고의적으로 방해하려는 시도가 분명하다며 조사위원회의 결론에 동의, 논문 철회를 결정했다.

하지만 디아스 교수는 여전히 해당 논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네이처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연구 결과와 관련해 과학적인 위법 행위나 데이터 위조ㆍ조작 등의 행위가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한다"면서 "이번 철회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디아스 교수 연구팀은 2020년 10월 네이처에 100만 대기압 이상의 극도로 높은 압력하에서 섭씨 15도에서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었다. 이전까지 만들어진 초전도체들은 기껏해야 200켈빈(영하 73.15도) 아래에서 작동하는 게 고작이었다. 문제는 다른 연구자들은 연구팀이 밝힌 실험 조건과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9월 네이처는 불법 행위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데이터 처리 부정 등을 발견했다며 논문 게재를 철회했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은 디아스 교수 연구팀은 올해 3월 또다시 놀라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루테튬, 수소, 질소(Lu-H-N))로 만들어진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네이처를 통해 발표한 것이다. 이 논문은 아직까지는 표절이나 데이터 조작 의혹 등이 제기된 적이 없다.


그러나 지난해 네이처에 이어 이번 PRL의 논문 철회까지 이어지면서 의심의 눈길도 짙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뮬러 코넬대 물리학과 교수는 "디아스 교수의 논문 철회는 20년 전 벨 연구소의 존 헨드릭 쇤 연구원의 사례를 연상시킨다"면서 "경험상 데이터를 속이는 사람은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초전도체는 초고압ㆍ극저온 등 특정 상태에서 내부 전기 저항이 0이 되고 자기장을 밀어내는 반자성을 갖는 물질을 말한다. 엄청난 전기와 특수 소재를 동원해 절대 온도 0도(영하 273도) 안팎의 극저온에서 구현된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꿈의 물질'인 상온 초전도체 개발 연구가 활발하다. 별도의 장비ㆍ자원ㆍ비용 없이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이게 발견되면 영화 아바타 속의 '언옵테늄'을 지구상에서 재현할 수 있다.


전기 생산ㆍ저장ㆍ전달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손바닥만 한' 양자컴퓨터, 초저전력 반도체, 영화 '스타트렉' 속 날씬하고 빠른 우주선, 돈ㆍ자원이 많이 들어 지지부진한 자기부상열차의 상용화 등이 실제 이뤄질 수 있다. 풍력ㆍ조력ㆍ원자력 등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최소화한 초소형 발전기를 통해 초고용량의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전력 손실이 전혀 없는 송배전 설비나 저장 장치(배터리)도 나올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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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수지 ‘국민호텔녀’ 댓글 누리꾼… 벌금형 확정
수정 2023.07.27 11:31입력 2023.07.27 11:31

1심, 벌금 100만원→ 2심 "위법성 없어" 무죄
상고심 "정당한 비판 넘어서"→ 파기환송심, 벌금 50만원

가수 겸 배우 수지에게 ‘국민호텔녀’라고 단 댓글을 단 40대 누리꾼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수지를 성적 대상화 하는 방법으로 비하해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7일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재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5년 가수 겸 배우 수지(30·본명 배수지)가 출연한 영화 관련 기사에 "언플(언론플레이)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호텔녀" 등 비방 댓글을 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는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표현행위에 대해 비연예인보다 표현의 자유가 넓게 보장돼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A씨가 댓글에서 사용한 ‘거품’, ‘국민호텔녀’, ‘영화폭망’, ‘퇴물’ 등의 표현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라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연예인 등 공적 관심을 받는 인물에 대한 모욕죄 적용을 판단함에 있어 비연예인에 대한 표현과 언제나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사용한 표현들이 다소 과격하고 거칠지만 위법하거나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영화폭망’, ‘퇴물’이라는 표현들은 수지의 공적인 영역에 대한 비판으로 다소 거칠게 표현했더라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국민호텔녀’ 부분은 수지를 성적 대상화 하는 방법으로 비하했다고 판단했다.


상고심 재판부는 "‘국민호텔녀’는 피해자의 사생활을 들춰 피해자가 종전에 대중에게 호소하던 청순한 이미지와 반대의 이미지를 암시하면서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 하는 방법으로 비하하는 것으로서 여성 연예인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멸적인 표현으로 평가할 수 있고,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다시 열린 2심(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국민호텔녀’ 표현에 관한 부분을 모욕죄로 보고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다시 열린 상고심(재상고심) 재판부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모욕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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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공대 연구비카드로 밥값 내고 퇴근 조작…"도덕적 해이 만연"
수정 2023.07.27 11:08입력 2023.07.27 11:00

산업부, 2023년 한전공대 감사결과
시간외수당 부정 수령 등 비위 적발

전남 나주시 혁신도시 선정. 사진=나주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 직원들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허위 근무 등 도덕적 해이 실태가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법인카드와 연구비카드로 음식값 127만원을 결제한 교수, 허위로 근무시간을 입력하고 시간외수당을 부정하게 수령한 팀장 사례 등이 다수 적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3년 한전공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 4월 국회에서 전년 9월 한전공대에 대해 실시한 업무 컨설팅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은폐의혹 등에 대해 정부 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면서 실시됐다.


감사 결과 한전공대에서는 예산·회계, 인사·총무 등 전반에 걸친 도덕적 해이가 발견됐다. 특히 법인카드의 부적정 사용 실태는 총 264건, 1억2600만원에 달했다. A 교수는 한정식집에서 법인카드와 연구비카드 3개로 음식값 127만원을 결제하기도 했다. 그는 3개 카드를 1분 간격으로 나눠 결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같은 부정 사용은 총 14회, 약 880만원에 달했다.


B직원은 법인카드로 카페 포인트(유가증권)를 선결제하고, 본인의 휴대전화번호 뒷자리를 입력해야 사용 가능하도록 설정한 후 포인트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외에 업무추진비 집행·정산 부적정 총 28건(약 800만원)과 출연금 용도별 관리 소홀(사업비로 사용해야 할 출연금 208억원을 기관운영비, 시설비로 집행) 등도 적발됐다.

인사·총무 분야에서는 47명 직원의 허위근무 총 206건(약 1700만원)이 확인됐다. 퇴근 후 시간외 근무 종료시간에 맞춰 외부에서 시스템에 접속해 퇴근 시간을 입력하는 방법 등으로 총 25회에 걸쳐 320만원 시간외수당을 부당수령한 팀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전공대는 산업부와 협의 없이 내부결재만으로 지난해 전년대비 13.8% 급여인상률을 자체 결정한 사실도 적발됐다.


연구과제 수행과 관련이 적은 비품을 연구비로 구입하는 경우도 총 31건(약 2000만원)으로 나타났다. C교수는 연구비로 연구과제 수행과 직접 관련이 적은 무선 헤드폰·신발건조기·공기청정기 등을 4회에 걸쳐 53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한전공대 예산이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가운데 한전 및 한전 그룹사와 정부· 지자체의 출연금으로 조성돼 합리적인 예산집행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공대 기관운영 전반에서 관리부실, 규정 위반과 기강 해이 행위가 대거 발생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어 “총장에 대해 관리 감독 미흡, 총장 개인 업무추진비 집행·관리 부적정, 중요사항 이사회·산업부 보고 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에너지공대 이사회에 ‘해임 건의’를 했다”고 밝혔다. 또 “한전 컨설팅 결과 관련 이사회·산업부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전 감사에 대해서도 비위 사실 자료를 공직 인사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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