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논문 또 다시 게재 철회돼
과학계 "한 번 조작하면 버릇 된다"
지난 3월 발표 다른 논문에도 의혹 거세져
올해 초 큰 화제가 됐던 세계 최초 상온 초전도체 발견 논문의 신뢰성에 또다시 의문이 제기됐다. 에너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꿈의 물질'의 발견 및 상용화가 또 다시 멀어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26일(현지 시각) 최근 저명한 물리학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s·PRL)가 2021년 게재했던 란가 디아스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의 관련 논문을 표절·데이터 조작 등의 이유로 철회했다고 전했다.
해당 논문은 상온 초전도체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디아스 교수가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 이황화망간(MnS2)의 전기적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였다. PRL은 이번 철회 조치에 앞서 독자적인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표절 여부나 데이터 적확성ㆍ조작 여부 등 무결성(intergrity)을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는 "PRL 편집자들은 '조사 결과 데이터 조작ㆍ위조 혐의가 설득력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특히 디아스 교수의 오랜 기간 동료인 아쉬칸 살라마트 네바다대 물리학과 교수가 PRL에 해명서를 제출했지만 오히려 해가 됐다. 4명의 조사관들은 이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살라마트 교수가 제시한 실험 수치가 논문의 것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중 2명의 조사관은 보고서에 "조사 결과 사실을 숨기거나 은폐하려는 시도가 명백한 데이터 조작이 분명하다"면서 "해당 논문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한다"고 적시했다. 이에 PRL 측은 살라마트 교수의 이른바 '원천 데이터' 자료 제출이 조사를 고의적으로 방해하려는 시도가 분명하다며 조사위원회의 결론에 동의, 논문 철회를 결정했다.
하지만 디아스 교수는 여전히 해당 논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네이처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연구 결과와 관련해 과학적인 위법 행위나 데이터 위조ㆍ조작 등의 행위가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한다"면서 "이번 철회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디아스 교수 연구팀은 2020년 10월 네이처에 100만 대기압 이상의 극도로 높은 압력하에서 섭씨 15도에서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었다. 이전까지 만들어진 초전도체들은 기껏해야 200켈빈(영하 73.15도) 아래에서 작동하는 게 고작이었다. 문제는 다른 연구자들은 연구팀이 밝힌 실험 조건과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9월 네이처는 불법 행위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데이터 처리 부정 등을 발견했다며 논문 게재를 철회했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은 디아스 교수 연구팀은 올해 3월 또다시 놀라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루테튬, 수소, 질소(Lu-H-N))로 만들어진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네이처를 통해 발표한 것이다. 이 논문은 아직까지는 표절이나 데이터 조작 의혹 등이 제기된 적이 없다.
그러나 지난해 네이처에 이어 이번 PRL의 논문 철회까지 이어지면서 의심의 눈길도 짙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뮬러 코넬대 물리학과 교수는 "디아스 교수의 논문 철회는 20년 전 벨 연구소의 존 헨드릭 쇤 연구원의 사례를 연상시킨다"면서 "경험상 데이터를 속이는 사람은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초전도체는 초고압ㆍ극저온 등 특정 상태에서 내부 전기 저항이 0이 되고 자기장을 밀어내는 반자성을 갖는 물질을 말한다. 엄청난 전기와 특수 소재를 동원해 절대 온도 0도(영하 273도) 안팎의 극저온에서 구현된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꿈의 물질'인 상온 초전도체 개발 연구가 활발하다. 별도의 장비ㆍ자원ㆍ비용 없이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이게 발견되면 영화 아바타 속의 '언옵테늄'을 지구상에서 재현할 수 있다.
전기 생산ㆍ저장ㆍ전달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손바닥만 한' 양자컴퓨터, 초저전력 반도체, 영화 '스타트렉' 속 날씬하고 빠른 우주선, 돈ㆍ자원이 많이 들어 지지부진한 자기부상열차의 상용화 등이 실제 이뤄질 수 있다. 풍력ㆍ조력ㆍ원자력 등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최소화한 초소형 발전기를 통해 초고용량의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전력 손실이 전혀 없는 송배전 설비나 저장 장치(배터리)도 나올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