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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영웅]②생존자 파악 손놓더니…'죽음'까지 외면

수정 2023.08.03 17:26입력 2023.07.25 08:59

정전협정 무시한 北…"억류 중인 포로 없다"
역대 정부, 구출 손 놓더니 생존자도 안 찾아
'알리지 못한 부고' 포로 대부분 어린 병사들

편집자주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며 한반도에서 포성이 멈췄다. 그러나 수만 명의 국군포로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북한의 탄광으로 내몰렸고, 전장으로 뛰어든 젊은 용사들은 조국의 외면 속 '잊혀진 영웅'이 됐다. 70년이 흘러 북한에 억류된 생존자는 90세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마지막 기회'로 평가되는 이유다.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국군포로의 희생을 외면한 제도를 살펴보고, 개선책을 모색한다.

역대 정부는 정전협정 이래 70년 동안 단 1명의 국군포로도 직접 구출하지 않았다. 올해로 16년째 북한에 억류된 생존자를 파악하는 일에서도 손을 놓고 있다. 특히 귀환 국군포로의 부고(訃告)조차 사실상 가로막으면서 정부가 참전용사의 헌신에 대해 마땅한 예우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방부·통일부·외교부 등에 따르면 1953년 휴전회담 당시 유엔군사령부는 국군 실종자를 8만2000여명으로 추산했다. 반면, 공산군 측은 유엔군 포로 4417명(미군 3189명), 국군포로 7142명 등에 대한 명단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당초 포로 수만 명을 잡았다고 선전하던 북측이 전후 복구 등에 노동력을 동원할 목적으로 그 수를 터무니없이 줄인 것이다.


1953년 8월 판문점에서 이뤄진 포로 교환.

전쟁에서 인도적 대우에 관한 기준을 정립한 제네바 협약은 국군포로에 대한 '지체 없는 석방과 송환'을 명시하고 있다. 남과 북이 1953년 7월 맺은 6·25전쟁 정전협정에도 국군포로·민간인 송환 문제가 분명하게 적시됐다. 군사분계선 이북 민간인에 대한 귀향을 허용하고, 특히 협정 3조는 '60일 이내 포로 송환을 완료한다'고 구체적인 기간까지 정했다.


이에 따라 연합군은 인민군·중공군 포로 가운데 송환 희망자 8만3000여명을 모두 이송했으나, 북측이 최종 인도한 국군포로는 8343명에 그쳤다. 이후로도 최소 5만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북한은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다 끝난 이야기'라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억류 중인 포로는 1명도 없다는 입장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

'포로 없다' 거짓말 드러나도…생존자 포기한 정부
한국전쟁 당시 중국인민지원군이 국군포로를 이송하는 장면. [이미지출처=책 '그들이 본 한국전쟁1']

1994년 고(故) 조창호 중위의 귀환을 시작으로, 북한의 거짓말이 드러났다. 특히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 당시에는 국군포로 생존자 18명이 남측 가족과 만나기도 했다. 북측의 주장과 달리 생존자가 더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책임을 방기했다. 국군포로의 생존 증거를 확인하고도 단 1명도 구출하지 않았다. 살아 돌아온 80명은 모두 자력 또는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탈북했다. '현역' 신분인 국군포로를 주관하는 국방부는 물론 책임 있게 관여해야 할 통일부와 외교부도 손을 놓은 것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로 16년째 생존자를 찾는 노력마저 멈췄다. 국가정보원이 탈북자 등 진술을 근거로 2007년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기준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는 1770명으로 추산됐다. 생존자 560명에 사망 910명, 행방불명 300명이다. 최소 스무 살 때 붙잡혔다고 가정해도 올해 90세에 이르는 만큼 상당수는 세상을 떠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1년 이후로는 귀환한 국군포로가 없다"며 "이 시점으로부터 정확한 생존자 현황 파악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지윤 북한인권시민연합 팀장은 "생존자 파악은 국민의 희생을 잊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인 동시에 북한의 비인간적 박해를 주시하고 있다는 경고"라며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송환해오기 위한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고' 막은 국방부…"희생 기릴 방법 얼마든지 있어"
박선영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국방부는 국군포로가 사망한 경우 마땅히 예우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2020년 12월에는 국방부가 부고를 저지하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국군포로의 쓸쓸한 안장식' 제하의 기사가 한 외신에서 보도됐는데, 국방부가 해당 언론이 아닌 사단법인 물망초에 기사 삭제를 요구한 것이다. 국군포로 송환을 지원해온 물망초가 관련 정보를 제공했을 것으로 짐작하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이 단체 측의 주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에 생존해 있는 가족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귀환 국군포로 당사자가 평소 언론보도를 거부한 경우가 있다"며 "또 유족들이 보도를 거부할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부고를 알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귀환 국군포로의 명단은 2007년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08년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낸 '국군포로 문제의 종합적 이해', 다수의 국정감사 자료집 등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실명 공개된 바 있다.


결국 국방부는 북한에 남은 가족을 명분 삼아 참전용사의 죽음에 대해 예우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이름을 가리더라도 국군포로의 부고를 전하고 희생을 기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며 "이 순간에도 위기에 처한 국군포로를 외면하는 국방부의 태도는 국가로서의 본분을 잊고, 국가이길 포기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시아경제는 물망초의 협조를 얻어 귀환 국군포로 80명 가운데 조용히 생을 마감한 67명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대부분 10~20대 나이에 참전했으며, 특히 최소 42명은 하사 이하 계급으로 나타났다. 귀환 이후 특진이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국군포로는 간부가 아니라 최전선에 내몰린 어린 병사들에 불과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한적인 정보지만, 늦게나마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알리는 차원에서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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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대피자 2만명 육박… 2300명 미귀가
수정 2023.07.25 09:49입력 2023.07.25 09:49

17일째 호우 피해
사망자 47명, 실종자 3명
응급 복구율 70%

지난 9일부터 17일째 이어진 호우로 대피한 사람이 2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5일 오전 6시 기준 누적 대피자는 1만9468명이다. 이중 2312명이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경로당·마을회관·민간 숙박 시설 등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집중호우로 사망한 사람은 47명, 실종자는 3명으로 21일 이후 변동은 없다.


주택 침수, 산사태 등 시설피해는 1만1000건이 넘었다. 사유시설 3463건, 공공시설 7965건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응급복구율은 약 70% 수준이다. 호우로 인한 농작물 침수 면적은 3만5000㏊가 넘는다. 356㏊는 낙과 피해를 봤으며 613㏊는 유실되거나 매몰됐다.


닭 등 폐사한 가축은 87만2000마리다.


현재 도로는 156곳이 통제 중이며 하천변 508곳, 둔치주차장 148곳, 8개 국립공원 202개 탐방로, 숲길 99개 구간도 통제된 상태다.


이날 오전 전남 흑산도·홍도, 전북 고창·부안·정읍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오전 사이 전라권을 중심으로 빗줄기가 강해질 전망이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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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차 초등 교사 "만삭 배 차고 침 뱉고…사과는커녕 신고"
수정 2023.07.25 12:20입력 2023.07.25 12:20

교육 현장 학부모 민원 사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교권 강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겪는 학부모 민원에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22년 차 초등학교 교사 A씨는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몇 년 새 교사 커뮤니티에서 교직 생활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교실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수업을 방해하고 친구들과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아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아이들을 제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들이 굉장히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이 된 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씨는 악성 민원 사례에 대해 "아이가 뾰족한 가위로 친구를 위협하자 놀란 선생님이 소리 지르며 '그만하라'고 막았더니, 보호자가 '소리 지른 것에 놀라 (아이가) 밤에 경기를 일으킨다'며 교사를 정서학대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서 '하지 말라'고 제지했더니, '다른 친구들 앞에서 아이를 공개적으로 지적해서 망신을 줬다'고 아동학대로 신고한다"며 "그래서 아이들을 밖으로 불러내 따로 이야기하면 '왜 내 아이가 수업을 못 받게 학습권을 침해하느냐' 또 이렇게 말씀하신다든지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고 전했다.


A씨 또한 비슷한 사례를 겪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임신해서 만삭일 때 배를 발로 차고, 침 뱉는 아이들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아이가 특수학급 아이였고, 학부모도 예민한 분이었다. '선생님이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해서 사과를 못 받고 그냥 덮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제대로 된 훈육은 체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본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과정을 스스로 경험해 보는 게 진정한 교육"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는 교육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2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이 된 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앞서 서이초 1학년 학급 담임교사였던 B씨는 지난 18일 오전 등교 시간을 앞두고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교사 커뮤니티 등에서는 고인이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B씨의 사망 경위를 제대로 규명해달라는 요구가 거세졌다.


특히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유족 동의를 받아 일부 공개한 B씨의 일기에는 "월요일 출근 후 업무 폭탄 + OO(학생 이름)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숨이 막혔다"며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고 적혀 있었다.


노조는 "고인이 생전 업무와 학생 문제 등 학교생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노조가 제보를 통해 학생 중 (한 명이) 큰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해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정황을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대책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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