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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분에 맥주 1000병"…'켈리 돌풍'의 전진기지

수정 2023.07.25 16:40입력 2023.07.25 13:45

자동화로 병맥주 분당 1000병 생산
켈리 생산량 전체 20%…점차 증가세
국내 최대 맥주공장 연간 50만kl 생산

"이곳 강원공장에서는 1분에 1000병, 시간당 6만병의 맥주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의 강원공장은 국내 맥주시장 선두 탈환의 최전선에 있는 생산시설이다. 올해 4월 선보인 신제품 맥주 ‘켈리’는 출시 99일 만인 지난 11일 기준 누적 판매 330만 상자, 1억 병(330mL 기준) 판매를 달성하며 시장에 빠른 속도로 안착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하이트진로의 전체 맥주 판매량은 켈리 출시 전인 3월 대비 약 33% 상승해 기존 ‘테라’와의 캐니벌라이제이션(자기잠식효과)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지난 19일 찾은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최근 켈리의 빠른 성장세를 반영하듯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에 방문한 생산동에서는 제조동에서 완성된 켈리 원액이 특유의 호박색 유리병에 쉴 새 없이 병입되며 출고 준비에 나서고 있었다. 각처에서 수집된 맥주병은 자동화 설비를 따라 1분에 1000병씩 선별기를 거친다. 여기서 병이 외부접촉 등으로 하얗게 변하는 현상(스커핑)이 기준 이상으로 진행된 병이나 변형된 병들은 6대의 폐쇄회로 카메라를 통해 걸러지고, 합격 판정을 받은 병들은 35분간 깨끗하게 몸을 씻는 과정을 거친다. 세척과 살균을 거친 병들은 외부와 밀폐된 시설로 이동해 맥주 주입 공정이 진행된다.


김태영 주류개발팀장은 “비열처리 맥주가 저온에서 담기기 때문에 주입 과정에서 혹시라도 있을 세균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최종 주입 공정은 외부와 철저하게 분리돼 밀폐시켜 둔다”고 설명했다. 강원공장에는 병맥주 2개, 캔맥주 2개, 페트병 1개, 생맥주 2개 등 7개의 생산라인이 구축돼 있다. 공장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리면 500mL 20병입 한 상자 기준으로 하루에 17만 상자를 생산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맥주 '켈리'가 생산되고 있다.

생산 현장에선 켈리의 상승세가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정의민 품질관리팀 과장은 “기존 테라가 각 라인에서 생산량을 유지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켈리가 더해져 현장 체감상으로 성수기보다 더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며 “현재 켈리가 공장 전체 생산량의 20% 정도를 담당하고 있고, 출시 초기인 만큼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맥주 제조과정도 살펴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마주한 시설은 주원료인 보리가 저장된 거대한 사일로였다. 여기서 저장된 보리의 싹을 내 건조시키면 맥아가 되고, 맥아를 분쇄해 따뜻한 물을 넣고 가열하면 단맛의 맥아즙이 만들어진다. 이어서 맥아즙에서 쓴맛의 타닌 성분과 단백질을 분리해내는 자비 과정을 거친 뒤 냉각기로 급랭시켜 발효 과정을 거치면 맥주가 만들어진다. 완성된 맥주는 최소 20일 이상 발효·저장하는데, 강원공장에는 60만 리터 크기의 저장 탱크가 총 108개가 있다.

1997년 8월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에 준공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도둔산자락 아래 홍천강을 끼고 16만평의 대지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준공 당시부터 지금까지 국내 최대 맥주공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연간 50만 킬로리터(kl)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주요 생산 품목은 켈리와 테라를 비롯한 맥주 제품과 발포주 ‘필라이트’이며, 수출용 발포주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공장은 생산 전 공정이 자동화 설비를 통해 이뤄지며, 중앙통제실에서 맥주 생산의 모든 공정을 제어하고 있다. 또한 제조과정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열재생시스템(ERS)을 도입하는 등 친환경 설비투자를 통해 홍천강의 오염방지는 물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전경[사진제공=하이트진로]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2년 뒤 자율운항선박 나온다는데…사고나면 누구 책임?
수정 2023.07.25 09:04입력 2023.07.25 07:47

조선업계 자율운항 기술 상용화 앞둬
선원 없이 배 운항하면 '불법'
법적 책임·보험 등 제도적 준비 늦어

선원이 선박에 타지 않아도 원격으로 운항할 수 있는 고도의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한 배가 곧 강과 바다를 누빌 전망이다. 조선사들은 자율운항 선박을 미래 먹을거리로 점치고 기술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일정 정원의 선원이 타지 않은 배를 운항하는 것은 불법이다. 자율운항 선박이 등장하기 전에 자율 운항자에 대한 역할이나 법적 책임이나 사고 시 보험 등 제도적 준비에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HD현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솔루션이 탑재될 미래 해상택시 조감도

조선업계는 선원이 승선하지 않고 원격제어로 운항이 가능한 자율운항 단계인 국제해사기구(IMO)의 레벨 3 수준의 자율운항 기술을 개발 중이다. 자율운항 레벨1은 선원의 항해를 보조적으로 인지·판단을 도와주는 시스템을 뜻하며, 레벨2는 인지·판단·제어를 시스템이 하지만 항해사가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다. 레벨3~4는 인지·판단·제어를 시스템이 하고 긴급한 상황에서만 사람이 개입한다. 선원이 승선하지 않는 사실상 이른바 무인 선박이다.


조선사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완전 자율운항 기술 개발을 마치고 무인 선박을 바다에 띄울 계획이다. 전망이다. HD현대 아비커스는 대형 상선용 자율운항솔루션 '하이나스(HiNAS)'를 개발, 실용화 단계에 들어갔다.

아비커스는 작년 6월 하이나스 컨트롤을 이용, 세계 최초로 태평양 횡단 테스트를 했다. 2025년에는 레벨3 이상의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아비커스는 오는 2025년 부산에 자율운항 해상택시를 운영하기 위해 부산광역시 해상택시 운항사업자(KMCP)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원격 자율운항 시스템 'SAS'를 개발, 작년 9000t급 선박으로 목포에서 독도까지 자율운항 해상 실증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 3월 노르웨이 콩스버그사와 공동 개발 프로젝트 협약(JDA)을 체결하며 자율운항 선박 개발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내년 완전 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최근 자율운항 솔루션에 대한 기술검증을 완료, 로이드 선급 기준 자율운항 레벨3 수준까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자율운항 선박은 현재 해운업계가 고심하고 있는 선원 수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 물류의 90% 이상을 선박이 담당하고 있으나 선원 수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연안 선박의 경우 선원 절반 이상이 50세가 넘고 2025년에 세계적으로 해기사가 20%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도를 향해 자율운항 중인 세계로호 조타실 내부 모습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앤마켓스는 세계 자율운항 선박 시장 규모가 2019년 71억달러(한화 9조1000억원)에서 2030년에 143억달러(18조3000억원)로 2배가량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자율운항 선박의 역할과 법적 책임 규정, 관련 보험 개발 등 제도적 준비는 늦어지고 있다. 원격운항자 등에 대한 정의와 역할·책임을 서둘러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율운항 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이 작년 11월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추가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또 자율운항기술 수준별 최소승무정원 기준과 같은 규제 개선도 필수적이다.


사고 시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그동안 선박 사고에 대한 책임을 대부분 선박소유자나 선장이나 선원 등이 졌다. 하지만 자율운항 선박의 경우 선박 또는 시스템 제조업자까지 책임 문제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사 관계자는 "레벨3부터는 인지·판단·제어의 책임이 시스템에 있기 때문에 제조물 책임 원칙을 적용해야 하고, 관련 보험도 필요하다"면서 "인지·판단·제어는 시스템이 하지만, 사고 시 책임은 운영하는 사람에게 부여하는 가정을 두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 아비커스와 SK해운이 대형 상선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사진은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2.0 시스템을 살펴보는 선장과 항해사의 모습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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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영웅]②생존자 파악 손놓더니…'죽음'까지 외면
수정 2023.08.03 17:26입력 2023.07.25 08:59

정전협정 무시한 北…"억류 중인 포로 없다"
역대 정부, 구출 손 놓더니 생존자도 안 찾아
'알리지 못한 부고' 포로 대부분 어린 병사들

편집자주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며 한반도에서 포성이 멈췄다. 그러나 수만 명의 국군포로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북한의 탄광으로 내몰렸고, 전장으로 뛰어든 젊은 용사들은 조국의 외면 속 '잊혀진 영웅'이 됐다. 70년이 흘러 북한에 억류된 생존자는 90세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마지막 기회'로 평가되는 이유다.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국군포로의 희생을 외면한 제도를 살펴보고, 개선책을 모색한다.

역대 정부는 정전협정 이래 70년 동안 단 1명의 국군포로도 직접 구출하지 않았다. 올해로 16년째 북한에 억류된 생존자를 파악하는 일에서도 손을 놓고 있다. 특히 귀환 국군포로의 부고(訃告)조차 사실상 가로막으면서 정부가 참전용사의 헌신에 대해 마땅한 예우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방부·통일부·외교부 등에 따르면 1953년 휴전회담 당시 유엔군사령부는 국군 실종자를 8만2000여명으로 추산했다. 반면, 공산군 측은 유엔군 포로 4417명(미군 3189명), 국군포로 7142명 등에 대한 명단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당초 포로 수만 명을 잡았다고 선전하던 북측이 전후 복구 등에 노동력을 동원할 목적으로 그 수를 터무니없이 줄인 것이다.


1953년 8월 판문점에서 이뤄진 포로 교환.

전쟁에서 인도적 대우에 관한 기준을 정립한 제네바 협약은 국군포로에 대한 '지체 없는 석방과 송환'을 명시하고 있다. 남과 북이 1953년 7월 맺은 6·25전쟁 정전협정에도 국군포로·민간인 송환 문제가 분명하게 적시됐다. 군사분계선 이북 민간인에 대한 귀향을 허용하고, 특히 협정 3조는 '60일 이내 포로 송환을 완료한다'고 구체적인 기간까지 정했다.


이에 따라 연합군은 인민군·중공군 포로 가운데 송환 희망자 8만3000여명을 모두 이송했으나, 북측이 최종 인도한 국군포로는 8343명에 그쳤다. 이후로도 최소 5만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북한은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다 끝난 이야기'라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억류 중인 포로는 1명도 없다는 입장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

'포로 없다' 거짓말 드러나도…생존자 포기한 정부
한국전쟁 당시 중국인민지원군이 국군포로를 이송하는 장면. [이미지출처=책 '그들이 본 한국전쟁1']

1994년 고(故) 조창호 중위의 귀환을 시작으로, 북한의 거짓말이 드러났다. 특히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 당시에는 국군포로 생존자 18명이 남측 가족과 만나기도 했다. 북측의 주장과 달리 생존자가 더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책임을 방기했다. 국군포로의 생존 증거를 확인하고도 단 1명도 구출하지 않았다. 살아 돌아온 80명은 모두 자력 또는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탈북했다. '현역' 신분인 국군포로를 주관하는 국방부는 물론 책임 있게 관여해야 할 통일부와 외교부도 손을 놓은 것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로 16년째 생존자를 찾는 노력마저 멈췄다. 국가정보원이 탈북자 등 진술을 근거로 2007년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기준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는 1770명으로 추산됐다. 생존자 560명에 사망 910명, 행방불명 300명이다. 최소 스무 살 때 붙잡혔다고 가정해도 올해 90세에 이르는 만큼 상당수는 세상을 떠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1년 이후로는 귀환한 국군포로가 없다"며 "이 시점으로부터 정확한 생존자 현황 파악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지윤 북한인권시민연합 팀장은 "생존자 파악은 국민의 희생을 잊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인 동시에 북한의 비인간적 박해를 주시하고 있다는 경고"라며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송환해오기 위한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고' 막은 국방부…"희생 기릴 방법 얼마든지 있어"
박선영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국방부는 국군포로가 사망한 경우 마땅히 예우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2020년 12월에는 국방부가 부고를 저지하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국군포로의 쓸쓸한 안장식' 제하의 기사가 한 외신에서 보도됐는데, 국방부가 해당 언론이 아닌 사단법인 물망초에 기사 삭제를 요구한 것이다. 국군포로 송환을 지원해온 물망초가 관련 정보를 제공했을 것으로 짐작하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이 단체 측의 주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에 생존해 있는 가족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귀환 국군포로 당사자가 평소 언론보도를 거부한 경우가 있다"며 "또 유족들이 보도를 거부할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부고를 알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귀환 국군포로의 명단은 2007년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08년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낸 '국군포로 문제의 종합적 이해', 다수의 국정감사 자료집 등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실명 공개된 바 있다.


결국 국방부는 북한에 남은 가족을 명분 삼아 참전용사의 죽음에 대해 예우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이름을 가리더라도 국군포로의 부고를 전하고 희생을 기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며 "이 순간에도 위기에 처한 국군포로를 외면하는 국방부의 태도는 국가로서의 본분을 잊고, 국가이길 포기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시아경제는 물망초의 협조를 얻어 귀환 국군포로 80명 가운데 조용히 생을 마감한 67명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대부분 10~20대 나이에 참전했으며, 특히 최소 42명은 하사 이하 계급으로 나타났다. 귀환 이후 특진이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국군포로는 간부가 아니라 최전선에 내몰린 어린 병사들에 불과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한적인 정보지만, 늦게나마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알리는 차원에서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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