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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노딜 이후 끊긴 북미대화…'월북 미군' 전환점될까

수정 2023.07.23 06:00입력 2023.07.23 06:00

주한미군 월북…북미 대화 계기 될까
"유엔사 장성급 회담 개최 가능…北 유리"

최근 미군 장병이 고의로 무단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북미대화가 재개될지 주목되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 중이던 주한 미군 한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월북한 군인은 2021년 1월부터 정규군 19D(기병정찰병)로 복무해 온 23세 남성 트래비스 T. 킹 이등병이다.


지난 18일 판문점을 통해 무단 월북한 트래비스 킹 이등병. 사진제공=AP·연합뉴스

킹은 한국에서 폭행혐의로 수감됐다가 풀려난 뒤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포트블리스 기지로 이송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킹은 미국으로 가지 않고 JSA로 도주, 월북했다.


미국 정부는 킹의 소재를 파악 중이지만, 북한 측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유엔이 모두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공조하고 있다"며 "킹의 안위와 소재를 놓고 여전히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정부는 킹 병사의 안전을 확보하고 그가 무사히 돌아오도록 활발한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는 스웨덴과 한국 정부에 대한 접촉을 포함하며, 국방부가 카운터파트이니 북한군에 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 속 주한미군의 월북사건이 북미관계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남북 관계는 장기간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데, 미국 정부가 월북 군인의 신병 안전·송환 등을 위해 북한과 접촉하면서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미고위급회담대표단을 만나 워싱턴 방문 결과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군사안보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경색을 푸는 데까지 그렇게 전략적 역할을 할 거라고는 지금으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월북 사건은 북한에는 유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북한이 뭔가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 새로운 탐색전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어떤 병사의 신상 문제를 빌미로 해서 미국을 접촉할 수 있다"며 "또 그 과정에서 유엔사 장성급 회담을 개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사건이 '하노이 노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영철 전 북한 노동당 대남비서가 최근 정치 일선으로 복귀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김 전 의원은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 일본하고 마침 큰 판을 구상하던 터에 병사 하나가 왔으면 이거는 미국 정부가 북한하고 협상을 제안해올 것이 분명하다(고 여길 것)"이라며 "그러면 전에 없던 북한이 유리한 대화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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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노년기 치매, 중년기 단백질 균형에 달렸다
수정 2023.07.23 12:56입력 2023.07.23 09:22

미 국립노화연구소 연구 결과
치매 유관 단백질 32개 확인
단백질 분해 과정-면역 체계 등 관장
부족하거나 과하면 치매 원인

치매는 고령화 시대 노인 건강의 최대 적이다. 65세 이상 노인 중 약 10분의1이 걸린다. 기억 상실ㆍ행동 장애 등으로 '가장 잔인한 이별'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런데 노년기 치매의 발생이 중년 시절 체내 단백질 균형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 우유 한 잔만 마셔도 치매 예방이 가능하다'는 의사들의 충고가 재차 입증됐다는 지적이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1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이같은 연구 결과가 담긴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1987년부터 약 1만명 이상의 참가자를 모집해 장기간 추적 연구를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30년간 6번의 검사를 받았고, 이중 약 20%에서 치매가 발병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혈액을 정기적으로 채취해 단백질체(proteomeㆍ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모든 단백질)를 살펴봄으로써 특정 단백질 수치의 변화가 치매 예측인자(predictor)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약 25년간 참가자들의 혈액 내 개별 단백질들의 수치가 정상보다 훨씬 높거나 낮은 조절 장애(dysregulation) 상태 여부를 확인했다.


이 결과 연구팀은 45~60세, 즉 중년의 나이에 혈액 내에 부족하거나 넘치면 노년기 치매 발생과 강하게 연관돼 있을 것으로 보이는 32개 단백질을 찾아냈다. 아직 정확한 기전을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연구팀은 "(이같은 연결 고리가)단순히 우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장담했다.


특히 연구팀은 단백질 분해 과정(proteostasis)에 관련된 단백질들이 치매와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체는 혈액 내 특정 단백질이 너무 많으면 변질돼 뭉치지 않도록 분해해 버린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치매의 원인이 된다.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타우 단백질, 아밀로이드 단백질 등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분해되지 않은 채 뇌 신경세포 내에 지나치게 축적되면서 기능이 저해돼 생기는 질병이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사망한 사람들의 뇌세포와 생존해 있는 환자들의 혈액에서 이같은 분해 과정과 관련된 단백질들의 수치 변화를 확인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해당 단백질 분해 관련 단백질들이 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의 존재와 관련이 있으며, 치매의 발병에 일정 정도 관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키넌 워커 미 국립노화연구소 연구원은 "어떤 한 사람의 단백질체가 그 자체로 치매 발병의 위험 여부를 예측해주지는 않는다"면서도 "연령, 가족력 등 기존 변수들과 연계하면 발병 가능성 예측을 더 정확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32개 치매 유관 단백질 중에는 혈장ㆍ뇌 조직의 변화와 관련되지 않은 단백질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GDF15라는 단백질이 대표적이다. 아예 뇌에서는 검출되지 않는다. 연구팀은 치매가 단순히 뇌만의 문제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뇌와 연결된 목 아래 신체 각 부분도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봤다. 이밖에 인체의 면역 체계와 관련이 있는 단백질들의 수치 변화도 확인했다. 치매 발병에 선천적ㆍ적응적 면역 기능이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에 대한 증거를 추가로 확보한 것이다,


니콜라스 사이프리드 미 에모리대 교수는 "아직까지 이같은 단백질들이 생리학적으로 치매의 발병과 전개 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선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실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려면 기본 메커니즘에 대해 좀 더 명확하고 세부적인 이해가 필요하며, 성공할 경우 조기 치매 치료ㆍ예방법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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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 흉기 난동' 30대 "반성하고 있다"…영장심사 출석
수정 2023.07.23 14:02입력 2023.07.23 14:02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조모씨가 2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시내에서 대낮에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한 피의자 조모(33)씨가 23일 "너무 힘들어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날 오후 1시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씨는 눈을 감은 채 취재진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만 말하고 호송차에 탔다. 서울중앙지법 소준섭 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씨의 영장심사를 한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오후 결정될 전망이다.


조씨는 전날 오후 2시7분께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뒤 골목 안쪽으로 이동해 30대 남성 3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20대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조씨는 첫 범행 6분 만인 오후 2시13분께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조씨는 폭행 등 전과 3범으로, 법원 소년부로 14차례 송치된 전력이 있다. 별다른 직업이 없으며, 피해자 4명 모두와 일면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에 실려 간 부상자 3명 중 1명은 퇴원해 통원 치료 중이고 나머지 2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당초 위독한 상태로 알려진 피해자도 고비를 넘겼다. 조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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