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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업히세요!"…침수 대피 못한 할머니 구한 경찰관

수정 2023.07.21 13:55입력 2023.07.21 10:35

80대 노인 구한 고재중 경감

집중호우로 침수된 마을에서 거동이 불편해 홀로 집에 남아있던 할머니를 업어 구조한 경찰의 사연이 전해졌다.


20일 JTBC에 따르면 지난 15일 새벽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다. 당시 폭우로 인해 허벅지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였다. 이에 마을을 수색하던 한 경찰관은 집에 홀로 남아있던 80대 할머니를 발견했고, 그를 업어서 대피시켰다.


폭우가 내린 지난 15일 경기도 이천시의 한 마을에서 최영분 할머니가 고재중 장호원파출소 경감에게 업혀 구조됐다. [이미지제공=경기남부경찰청]

당시 구조 영상을 보면 고재중 이천경찰서 장호원파출소 경감은 집 문을 두드려 보고 창문을 열어보는 등 여러 집을 직접 방문해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고 경감은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대피방송을 듣지 못한 최영분 할머니를 발견했다.


고 경감은 최 할머니를 향해 "밖으로 나가셔야 한다. 경찰관이다"며 "물이 지금 넘쳐나서 피하셔야 한다"고 외쳤다. 고 경감은 이어 할머니에게 업히라고 말하며 등을 내밀었다. 고 경감은 할머니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후에도 40분 넘게 마을을 돌아봤다.

고 경감은 "저희 부모님도 시골에 혼자 계신다"며 "(할머니를) 들쳐업고 무조건 나가서 살고 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최 할머니는 "나를 업어다 갖다 살려줬으니 (고맙고) 미안하다"며 "그러지 않았으면 혼자 어떻게 할뻔했냐"고 했다. 그러자 고 경감은 "무사 해주셔서 고맙다"고 답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20일 오전 6시 기준 주택 542채가 침수되고 125채가 파손됐다. 서울 넓이의 절반이 넘는 3만2894.5㏊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사망자는 46명, 실종자는 4명이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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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효과 1000억' 왕연어가 안 돌아와요"…연어천국 알래스카 위기
수정 2023.07.21 12:20입력 2023.07.21 10:05

하천 회귀 연어 개체 사상 최소치
남획·기후변화 영향…"어획 멈춰야"

'연어의 천국' 미국 알래스카에서 '왕연어(king salmon)'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개체 수 감소로 범고래의 생존마저 위협받으면서 어획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보고서를 인용해 “알래스카에서 어획돼 가공업체에 판매되는 왕연어 양이 지난 40년간 감소하고 있다”며 “지난해 여름엔 알래스카 주요 하천으로 회귀하는 연어가 사상 최소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치누크 연어로도 불리는 왕연어는 몸길이 90㎝, 무게 13㎏ 이상으로 태평양에서 가장 큰 연어 종이다. 1963년 알래스카 지역 공식 물고기로 지정될 만큼 알래스카를 대표하는 어종이자,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관광상품이다.


NYT에 따르면 알래스카 남동부 해안에는 900여척의 어선이 있는데, 이들이 왕연어 어획으로 지역사회에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과는 8500만달러(약 107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 전 세계 해수면 온도가 역사상 가장 높게 관측되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로 인해 한류 어종인 연어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태평양연어위원회는 2021년 보고서에서 워싱턴주 시애틀 주변 강에서 부화하는 왕연어 개체 수가 1984년 이후 60% 감소했다고 밝혔다. 키나이강에서 매년 포획되는 왕연어 개체 수가 2017∼2020년 사이 48% 이상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알래스카의 한 가공업체는 NYT에 "1985년에 알래스카산 왕연어를 1320만파운드(약 6000㎏) 구매했지만, 2021년에는 260만파운드(약 1200㎏)로 줄었다"고 전했다.


이름이 무색하게 왕연어 크기도 작아지고 있다. 한때 낚시 대회에서 잡히는 왕연어의 무게는 100파운드(약 45㎏)에 달했으나, 이제 30파운드(약 14㎏)짜리 물고기가 우승을 차지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 환경단체들은 범고래의 먹이인 연어 개체 수가 감소하면서 범고래의 생존도 위협받고 있다며 "왕연어 어획을 멈춰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까지 제기했다.


법원은 5월 왕연어 어획을 금지하는 취지의 판결을 했으나, 현재는 유예돼 지난 1일부터는 어업이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래스카 어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알래스카 동남부 펠리컨 섬의 한 어민은 “우리 모두 겁에 질려 있다. 생계를 유지할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라고 밝혔다.


어류 생물학자 마크 스토퍼는 “어민들 모두가 왕연어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바다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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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힌남노 피해' 포스코, 2m 수벽·강력 펌프로 철옹성 쌓았다
수정 2023.07.21 10:18입력 2023.07.21 06:30

포항제철소, 여름철 호우·태풍 앞두고
지난해 힌남노 피해 이후 절치부심
2m 수벽, 1.9㎞ 설치·무게 30t 차수문
'제철소 심장' 수전변전소엔 2중·3중 보호막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제철소, 제철소 정문부터 2문, 3문에 이르는 1.9㎞구간에는 높이 2m의 차수벽이 둘러쌓여 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입은 포스코는 제 2의 힘남노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2중, 3중으로 '절치부심' 대비책을 세워놨다. 대표적인 것이 '작은 성곽'을 연상케하는 차수벽이다. 차수벽은 높이 3m의 PC옹벽을 주문해 지하 1m 깊이까지 고정해 세웠다. PC옹벽은 공장에서 미리 철근콘크리트 부재를 제작하고 양생해 만든 콘크리트인데 현장 시공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좋다. 고로에서 나온 슬래그(제철 부산물)도 넣어 친환경적 옹벽을 만들었다.


공륜호 포스코 구매투자본부 과장은 "지난해 태풍 피해때 제철소 내부가 1.5m~1.7m 가량 물에 잠겼다"며 "시간당 100㎜ 이상 비가 내린 힌남노급 태풍이나 폭우 상황을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2m 높이 차수벽으로 공장 내부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봤다"고 힘줘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침수 직후 차수 방안을 검토하고 같은해 12월 착공에 들어가 지난달 차수벽 공사를 끝냈다. 투입 인원만 1만2000명에 달한다.


국내 최대 철강사 포스코는 지난해 고로(용광로)가 멈추는 초유의 피해를 입었다. 포스코는 당시 창사 이래 54년만에 처음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지하 십수m 깊이까지 물과 토사가 가득차고 지상 1.5m까지도 물이 차올라 '뻘밭'이 됐다. 지난해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한 철강업계 피해 추산액은 2조원에 달한다. 여파는 올해 초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철강업계 중에서도 포스코 피해가 가장 컸다. 포항제철소 인근에 흐르는 냉천이 범람한 것이 피해의 주된 원인이었다. 태풍 피해 당시 포항제철소 3문 앞 냉천교에 부유물이 가득 쌓이면서 물줄기를 막았고 이때 불어난 하천 물줄기가 포항제철소로 들이닥친 것이었다.


포스코는 차량과 직원들이 오가는 3개의 정문에는 최대 29m 길이, 무게 30t의 철문을 설치했다. 비 피해가 예상될 때는 이 문이 닫히면서 외부에서 물이 들어오는 것을 원천 차단한다. 철문은 모터 4개가 구동하면서 움직이는데 지상에서 5㎝가량 떠오른 철문이 슬라이드 식으로 닫힌 뒤 고정된다.

임기대 포항제철소 토건설비기술부 팀장이 경북 포항 남구 포항제철소 인근 냉천에 수해 방지를 위해 설치한 시트파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트 파일은 콘크리트 밑으로 15m 깊이로 박혀 있고 1.6km 가량의 제방에 걸쳐 설치돼 있다. 사진=정동훈 기자

제철소 내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제철소의 심장'과 같은 수전변전소는 '유난스럽게' 보호했다. 제철소 내 7개의 수전변전소에 2중 차수 시설을 설치했다. 각 건물 출입문에 차수 시설을 설치했고 건물 외부에는 1.5m높이의 콘크리트벽을 둘렀다. 여기에 분당 12t의 물을 퍼낼 수 있는 고정형 물펌프를 설치해 만일의 사태까지 대비했다. 임기대 포항제철소 토건설비기술부 팀장은 "지난해 범람 때 물이 변전소로 들어오면서 공장 가동이 모두 중단됐다"며 "(공장 가동에 필수인) 수전변전소만큼은 사수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람했던 냉천 제방에는 강철 4000개를 촘촘하게 박아놨다. 물이 범람해 흙으로 된 제방이 유실되더라도 제철소까지 물이 넘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임 팀장은 "제철소 방면 1.6㎞ 구간에 걸쳐 '시트파일'이라고 하는 넓은 철판을 지하 15m 정도까지 매설했다. 경상북도, 포항시와 협의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공륜호 포스코 구매투자본부 과장이 2m 높이의 차수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동훈 기자



포항=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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