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5구역 신속통합기획 추진
회복하는 부동산…호가 오르고 매물 잠겨
최고 50층, 1만1800가구 수변친화 도시로
"압구정이 최악의 거래절벽에서 살아났다. 35층 층수 규제가 폐지되고, 신속통합기획으로 속도가 붙자 가격이 오르고 매물은 잠겼다. 아무나 못 산다는 이야기다. 최근에 설계공모 경쟁까지 치열해서 신고가가 나오는 단지도 있다."(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대한민국 최고 부촌' 압구정 2~5구역이 최고 50층, 총 1만1800가구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한다. 화려한 스카이라인 사이로 압구정과 성수를 잇는 보행교가 세워지고, 올림픽대로로 단절된 아파트 단지와 한강변 위로 덮개공원이 들어선다.
서울시가 10일 압구정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청사진을 공개하자 시장의 눈이 집값에 쏠렸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압구정 집값 반등세가 뚜렷한 상황이다. 압구정 B 공인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최고가를 빠르게 추격하는 분위기고, 일부 중대형 면적에서는 신고가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8차 전용 163㎡는 지난달 23일 49억5000만원 신고가에 손바뀜됐다. 1층이지만 지난 3월 실거래가 41억5000만원 대비 8억원 높은 가격이다. 부동산 시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21년 8월 경신한 최고가 48억7000만원을 8000만원 뛰어넘었다. 한양4차 208㎡도 지난달 27일 역대 가장 높은 64억원에 팔렸다. 2021년 1월 52억9000만원에서 11억1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B 공인 관계자는 "압구정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투기과열지구라 거래 가능한 매물 자체가 적다"면서 "재건축이 진행될수록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초고가 단지 압구정 재건축이 가시화하면서 주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동산 시장에서는 재건축 단지가 집값을 리딩한다"면서 "기준금리 동결, 청약시장 개선 국면에 압구정 신통기획안이 발표되면서 집값 상승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2040 서울플랜을 통해 용적률 규제가 완화되자 수익성이 높아져 압구정 재건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재건축을 비롯한 모든 개발 사업의 전제 조건은 가치 상승이라는 관점에서 집값은 오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압구정 2 ~5구역이 동시에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함에 따라, 개별 단지계획 차원을 넘어 하나의 도시로서 일관성을 가지도록 종합계획안을 마련했다.
우선 부채꼴로 펼쳐진 압구정의 특징을 살려 단지 별로 높낮이가 다르게 배치해 한강변 파노라마 경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압구정과 성수를 잇는 보행교를 지어 강북과 강남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해 수변이 생활의 중심으로 만들 방침이다.
구역별로 보면 2구역에는 수변 커뮤니티 시설 등 여가 거점을 만들고, 3구역에는 올림픽대로 위로 덮개공원을 만들어 문화 거점으로 삼는다. 압구정역 부근은 기존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해 상업·업무·문화 등 다양한 복합기능이 있는 건물을 짓는다. 4·5구역에는 조망데크공원을 만들어 뚝섬 쪽 전망을 볼 수 있게 했다.
공공주택 1200가구 내외가 확보되는데, 분양세대와 공공임대의 주택 품질과 배치를 똑같게 만들어 적극적 소셜믹스가 이뤄질 방침이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을 오는 13일까지 열람공고하고, 이후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 법적 절차를 거쳐 신속히 지구단위계획을 결정고시할 예정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과거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상징이던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이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한강을 향유할 수 있게끔 도시의 공공성까지 담아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이번 사례가 한강의 잠재력을 살린 세계적인 수변도시 모델로, 선도적 주거문화를 이끌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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