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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떨어진 꽃게, 큰 하자 아냐…비난 멈춰달라" 소래포구 꽃게 다리 논란 재점화

수정 2023.07.02 08:10입력 2023.07.01 14:17

"상품성 기준은 신선도와 크기"
"유통 중 훼손은 이해해야"

인천 소래포구에서 구입한 꽃게의 다리가 대부분 떨어져 있었다는 소비자 후기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또다시 '소래포구 꽃게 다리 논란'에 불을 붙였다. 소래포구 상인들은 단순히 꽃게 다리가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상품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영철 소래어촌계장은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꽃게를 잡아 좌판으로 옮겨 판매하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꽃게라도 다리가 떼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고 상품에 큰 하자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꽃게의 경우 신선도나 크기, 성별에 따라 가격이 나뉠 뿐 다리가 제대로 달려 있는지는 상품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소래포구 꽃게.[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안광균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상인회장도 "일부러 다리 없는 꽃게로 바꿔치기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지만, 단순히 다리 떨어진 꽃게가 포함된 걸 상술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님들이 다리가 성한 꽃게를 원한다면 최대한 맞추도록 상인들에게 당부하고 있다"며 "상인회에 민원을 제기하면 절차에 맞게 보상하고 문제가 된 점포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대다수 상인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익명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비난 여론을 조성하는 것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달라지지 않은 소래포구 꽃게 구입 후기'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다리가 떨어진 꽃게 사진이 공유됐다. 사진에는 모두 10개여야 하는 꽃게 다리가 2∼5개씩 떨어져 있었으며, 한 꽃게는 다리가 1개만 붙어 있었다.


글쓴이는 "경기 용인에서 소래포구로 갔다가 암게 2㎏을 6만원에 구입했다"며 "상인분이 자기네는 다리 없는 꽃게와 상관없다고 했는데 믿은 내가 호구였다"고 적었다. 이 게시글에는 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소래포구에 대한 비난 여론에 다시 불이 붙었다.


온라인에선 지난 5월에도 "소래포구에서 살아있는 꽃게를 구매했지만,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다리가 떨어진 꽃게로 바뀌어 있었다"는 게시글이 공유되며 누리꾼의 비난이 잇따랐다.


지난달 14일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 상인들이 '바가지요금' 근절 등을 결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논란이 거세지자 소래포구 상인들은 지난달 12∼14일 2박3일간 위법행위 근절 교육을 진행하고 마지막 날 자정대회를 열어 호객 행위와 바가지 척결을 외쳤다. 고객을 향한 사과의 뜻으로 큰절을 올리고 어시장을 돌아다니며 퍼레이드에 나섰다. 하지만 또다시 꽃게 다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며 불신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현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입구에는 소비자가 직접 수산물 무게를 잴 수 있는 표준 계량대와 민원 창구인 '고객 소리함'이 설치돼 있다. 어시장 전광판에는 해산물 시세를 반영한 가격표가 있으며 2층에는 각종 민원을 접수하는 소비자 신고센터도 운영 중이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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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백서]"월급만으로 먹고사나요?" 부업 했다가, 낭패 볼 수도
수정 2023.07.01 15:49입력 2023.07.01 07:30

퇴근하고 유튜버·대리운전·배달원 등 부업
회사의 '겸업금지' 조항 꼼꼼히 살펴야
'본업 방해…부업 열심''괘씸죄' 우려도

편집자주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어떤 사람은 직장 생활을 '바둑판'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만큼 돌발 변수가 많고,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곳이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직장 생활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장생활 백서에 그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1. 30대 직장인 김 모 씨. 그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김 씨는 "유튜브로 부수입을 좀 노리고 있다. 회사 월급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다른 직장인들도 이렇게 부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큰 수익은 바라지 않는다. 그냥 소소한 용돈벌이 정도만 할 수 있어도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2. 40대 김 과장. 그는 퇴근 후 배달원으로 뛰고 있다. 김 과장은 "아이들이 계속 크면서, 아무래도 부담이 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에서는 아직 모르지만, 알아도 별문제는 없을 것 같다. 저녁에 1~2시간 정도 한다. 본업에 무리를 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강조했다.


최근 물가상승, 고금리 등이 겹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부업을 하는 이른바 'N잡러'가 늘고 있다. 월급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삶이 어렵고, 부업을 통해 부족한 생활비를 벌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수입원 다양화다. 도보 배송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처럼 남는 시간에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부업을 선호한다.


서울 시내 한 상점에 붙어있는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부업을 선호하는 직장인들은 퇴근 후 할 수 있는 이른바 '쪼개기 알바'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부업을 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부업을 가진 사람은 2017년 41만 1000명에서 2018년 42만 9000명, 2019년 46만 3000명으로 늘어났다. 2020년(43만 2000명)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2021년 49만 6000명에 이어 2022년 54만 7000명(3분기 기준)으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직장인 절반 이상이 부업을 고려 중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6월 인크루트 산하 휴먼클라우드 플랫폼 뉴워커가 직장인 881명을 대상으로 5월 18~22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업을 찾을 의향이 있는지 묻는 말에 응답자의 57.9%가 "그렇다"고 답했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이미 부업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41.4%가 부업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한 부업의 종류는 '테스트·리뷰(22.7%)'로 나타났다.


부업을 하면서, 그 자체로 불안감이 해소된다는 반응도 있다. 30대 후반 최 모 씨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최 씨는 "일단 (부업용으로) 시작을 했다는 것에 큰 만족을 하고 있다. 이 자체로 행복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그 행복감이 아직 돈으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냥 희망이 하나 생긴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최 씨에 따르면 유튜브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아직 없다. 다만 부업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다만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부업을 하는 것 때문에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부업을 알아보는 또 다른 직장인 박 모 씨는 "(회사 생활을 봐가면서 누구든지) 부업이야 할 수 있지 않나"라면서도 "문제는 회사 조치다. 이게 근로계약서 등 회사에서 금지하고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은 '겸업 금지' 조항을 근로 계약 안에 포함하고 있다. 근로자가 겸업(부업)으로 인해 회사의 이익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부업으로 인해 본업에 지장을 초래하거니, 특정 회사에 이중 취업해 회사의 기밀을 누설하거나, 기업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직장인들은 자신의 부업을 회사에서 알아채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부업 중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종의 '부업 하기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고용보험이 중복되지는 않았는지, 소득 외 수입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체크하는 것들이다.


고용보험의 경우 중복가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가입하게 되면 회사에 통보된다. 월급 이외 소득 규모는 수입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소득월액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이럴 경우 회사에서 직원 개개인의 소득금액증명원을 확인하거나 연말정산시 건강보험료 비용이 징수되었던 금액보다 많은 경우, 직원의 다른 수입 경로 등을 유추해볼 수 있다. 건보료가 추가로 부과되는 소득 종류로는 근로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임대소득 (월세 등), 연금소득, 기타소득, 사업소득 등이 있다.


그러나 진짜 큰 문제는 회사에서 부업을 알아채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낙인이 찍히는 것'이라고 직장인들은 입을 모은다. 직장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중간 관리자로 일하는 과장 김 모 씨는 "겸업 금지 조항 위반 등 따지고 들었을 때, 위반이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회사 윗선에서 직원이 업무에 100% 몰입해서 일하지 않고, 결국 부업을 하고 있네!'라는 인식을 할 수 있다는 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이렇게 인식이 되면 되돌리기 정말 힘들다"라고 말했다.


실제 한 기업의 인사 담당 관계자 역시 비슷한 조언을 했다. 그는 "부업에 관심을 갖거나 할 수 있다"면서도 "부업을 하고 소득이 잡히고 회사가 이를 알고, 이런 것은 어떻게 보면, 나중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기업 오너가 이런 모습을 좋게 생각할까' 이건 다른 문제다. 많은 직장인이 이런 상황까지 잘 고려하고 판단해서 부업을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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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 성인게임]①한달 생활비 하루에 '몰빵'…기초수급자 돈 빨아들이는 종로 불법게임장
수정 2023.07.01 20:04입력 2023.07.01 08:00

기초수급 나오는 날…게임장 줄 서는 노인들
동시에 10대 돌리는 사람도…쉬질 않는 게임기
'딱지장사꾼' 통해 환금…방치하는 게임장
"사행성 게임 악영향…철저한 단속 필요"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 오전 9시가 되기 전부터 노인들이 어느 건물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이 서성이는 곳은 'J게임랜드' 앞. J게임랜드는 돈을 넣고 일정 확률로 게임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성인게임장이다. 오전 9시 조금 전 문이 열리자 노인들이 J게임랜드에 우루루 들어갔다. 기자도 노인들을 따라 업장에 들어섰다. 직원들이 업장 내부를 돌며 게임기 전원을 켜기 시작했다. 노인 약 30명이 돈을 넣지 않고 궁합을 따지듯 꼼꼼하게 게임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날은 유난히 사람들이 성인게임장에 몰리는 날이다. 매월 20일은 기초생활수급비가 나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위해 이곳을 찾은 김영태씨(61·남)는 "20일만 되면 기초생활수급자들로 탑골공원 인근 성인게임장은 바글바글하다"며 "점수가 터지는 맛에 중독된 나머지 얼마 없는 돈이 사라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위치한 성인게임장에서 한 노인이 게임기 여러 대를 한 번에 돌리고 있다. 게임 조작은 필요하지 않으며 점수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 사실상 사행성 게임에 가깝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자! 9시입니다. 돌립시다." "따닥!" 오전 9시가 되자마자 직원의 호령에 맞춰서 게임기 앞에 앉은 노인 30여명이 동시에 버튼을 손으로 내려쳤다. 그날의 게임이 시작됐다. 게임에는 별다른 조작이 필요하지 않다. 버튼을 누르면 용 한 마리가 나와 알을 차례로 깬다. 알에서는 네잎클로버와 하트 등이 그려진 트럼프 카드가 나와서 5칸 중 4칸을 먼저 채운다. 4칸에 그려진 카드는 일치한다. 하지만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5칸의 카드가 일치하는, 일명 '잭팟'이 터지려면 나머지 4칸과 똑같은 카드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용이 아무리 알을 깨도 유독 그 카드만 나오질 않는다. 그렇게 화면만 쳐다보다가 1000원에 6분짜리 게임 한 판이 끝난다.


오전 9시34분이 되자 그날의 첫 잭팟이 터졌다. 잭팟이 터진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됐다!"고 소리치면서 만세를 부르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잭팟이 터진다고 점수가 고정적으로 정해지는 건 아니다. 그때부터 점수가 연달아 터지면서 30만점이 될 수도 있고 70만점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곳을 출입하는 노인들은 나름대로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잭팟을 부럽게 쳐다보던 한 노인은 갑자기 "내 행운의 자리는 66번이다. 내가 하루에 여기서 74만점을 땄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몇몇 노인은 게임장에서 바쁘게 뛰어다녔다. 한 번에 10개가 넘는 게임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줄 끝에 있는 게임기의 게임이 끝나면 뛰어가서 버튼을 내려쳤다. 이들 덕분에 J게임랜드의 게임기 110대가 쉬질 않고 돌아간다고 이 업장 종업원은 전했다. 이런 식으로 하루 100만원 가까이 성인게임장에 쓰는 사람도 있다. 올해 기준 기초생활수급비는 95만원 정도 나오는데 20일 하루 동안 전액을 이 게임장 기계에 모두 집어넣는 셈이다. 심각하게 중독된 사람은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으로 나오는 쌀 10㎏도 1만원에 팔아 게임에 쓴다고 한다. 자신을 '캐나다 정'이라고 소개한 정모씨(73·남)는 "항상 20명은 성인게임장에 있다고 보면 된다. 많으면 한 사람이 10대 넘는 게임기를 돌리기도 한다"며 "노인들이 갈 데가 어디 있겠나.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잭팟을 기다리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수급비를 게임기에 다 쓰는 사람도…탑골공원에 군집한 성인게임장

탑골공원 인근에는 이 같은 성인게임장이 J게임랜드를 비롯해 N게임랜드, P게임랜드, G게임랜드 등 4곳이 붙어 있다. J게임랜드와 P게임랜드는 같은 건물 반지하에 있고 다른 성인게임장 역시 도보로 5분도 채 안 떨어져 있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J게임랜드와 N게임랜드는 한 인물이 운영하고 있다. P게임랜드와 G게임랜드는 각각 다른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지만 J게임랜드와 P게임랜드의 사업자는 서로 동업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J게임랜드를 운영하는 1명이 4개 업체 중에서 3개 업체를 관리하는 셈이다.


같은 건물 반지하에 위치한 J게임랜드와 P게임랜드는 각각 매달 1000만원씩의 임대료를 건물주에게 지급한다고 알려졌다. 두 성인게임장은 탑골공원 인근에서 가장 큰 도로인 '송해길' 도로변에 있다. 아울러 종로3가역에서도 걸어서 3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송해길 초입에 성인게임장이 들어서 있다. N게임랜드와 G게임랜드 역시 송해길 도로변에서 영업하고 있어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탑골공원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정모씨(70·남)는 "이곳에서 송해길 도로변만큼 높게 가치를 쳐주는 데가 없다. 사람들 눈에 쉽게 띄고 장사가 잘되기 때문"이라며 "송해길을 들어서면 처음 보이는 게 성인게임장이라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환금 안 된다"지만…회색 조끼 입고 점수 사고파는 '딱지장사꾼'

성인게임장 직원들은 낯선 인물인 기자를 상당히 경계했다. 기자가 J게임랜드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이 다가와 아래위를 훑으며 "처음 온 것 같은데, 게임 어떻게 하는지 아시나요?"고 물었다. 모른다고 하자 "여기는 환금이 안 되는 게임장입니다. 참고하세요"라고 설명했다. N게임랜드는 업주와 안면을 터야만 들어갈 수 있다. 기자가 들어가서 게임기 앞에 앉자 직원이 옆에 붙어서서 "처음 온 사람은 게임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직원 설명대로 환금이 안 될까? 업장마다 '회원간 점수를 사고파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현수막을 걸어놨지만, 실질적으로는 게임 점수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성인게임장마다 '딱지장사꾼'이 있기 때문이다. 딱지란 점수 1만점을 의미하는데 딱지장사꾼한테 가서 7000원에 팔 수 있다. 딱지장사꾼들은 이 딱지를 게임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7500원에 팔아서 500원을 남긴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그날 잭팟이 터져 50만점을 얻으면 30~40만원 정도는 순식간에 벌 수 있다.


여기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직접 돈을 게임기에 넣기보다는 딱지를 찾는다. 현금 대신에 모아둔 점수로 게임을 할 수 있는데 현금으로 한 시간 게임을 하려면 1만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똑같이 한 시간 게임을 할 수 있는 1만점을 딱지로 사면 7500원으로 2500원 더 싸다. 현금을 게임기에 넣는 사람은 '하수'로 분류된다. 정씨는 "딱지장사꾼들 하루에 10만원은 우습게 번다"며 "사람들이 한 번 딱지를 살 때 20~30장씩 쟁여놓는다"고 말했다.


딱지장사는 사실상 공공연히 이뤄진다. 회색 조끼를 입은 남성이 매일 성인게임장을 다니며 딱지를 판다. 점수를 팔거나 사고 싶으면 회색 조끼를 입은 남성에게 가면 된다. 해당 사업장과 직접적인 고용 관계는 아니지만, 회색 유니폼을 입고 사실상 직원처럼 행세하며 딱지 장사를 하고 있다. 딱지장사꾼에게 딱지를 산 후, 게임장 직원에게 가서 "점수가 생겼다"고 하면 게임기에 점수를 입력해 준다. 김씨는 "환금성이 없다는 것을 누가 믿겠나"며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나름 한 방을 노리기 위해 오는 곳이 탑골공원의 성인게임장이다"고 말했다.


환금성이 있다면 해당 게임은 사행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 가능하다.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 따르면 사행성은 우연한 방법으로 득실을 결정해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보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 조작하지 않고 운으로 점수를 따면서 그 점수를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면 도박이라는 의미다. 도박 관련 사업은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지자체는 불법도박 게임장 방치…"딱지 사고팔면 환금성 지녀"

관리 책임 있는 종로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게임장들을 방치하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물 사업자는 영업장 안에서 1명이 동시에 2대 이상 게임물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딱지장사 등으로 환금성이 발생해 사실상 도박으로 판단된다면 이를 내버려 둬서는 안 되지만 이 모든 게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는 이를 적발해 영업정지, 허가취소 등 행정조치할 수 있다. 이외 투명한 유리창을 설치해 외부에서 실내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성인게임장 4곳 가운데 3곳은 지하에 위치했고 J게임랜드는 유리창 대부분을 코팅해놓아 밖에서 안을 보기 어려워 이러한 규제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사행성 게임 관련 정기 단속 및 계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는 "과거 사행성 게임으로 홍역을 치렀던 '바다이야기'처럼 게임기에서 직접 현찰이나 상품권이 나오지 않더라도 점수를 딱지로 사고팔 경우 환금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며 "사행성 게임은 게임계를 넘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기에 철저한 단속을 통해 불법행위를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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