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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따위가 내 앞길을 막아?" 공기총 쏴 죽인 60대男

수정 2023.06.30 09:01입력 2023.06.30 08:23

제주 서귀포서 길고양이 죽인 60대 남성 입건
동물보호법·총포화약법 위반 혐의…총기 폐기

고양이가 차를 막아섰다는 이유로 공기총으로 쏴 죽인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9일 폐쇄회로(CC)TV에 찍힌 피의 차량. 제주 서귀포경찰서 제공. [출처=연합뉴스]

30일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동물보호법 및 총포·도검·화약류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A씨는 지난 19일 오전 7시 10분께 제주 서귀포시의 한 도로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를 공기총으로 쏴 죽인 뒤 그대로 차를 몰고 떠났다.


A씨가 범행에 사용한 공기총. [사진제공=서귀포경찰서]

이른 아침이었던 당시 여러 발의 총소리를 듣고 놀란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고양이 사체를 수거했다. 경찰은 죽은 고양이 부검을 통해 목 부위에 박힌 총알을 확인했고, 총포 반출 기록과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피의자 A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총포 소지 허가를 받은 자로, 거의 매일 까치와 까마귀 등 유해조수 포획 활동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역시 "유해 조수를 잡으러 간다"며 경찰서에 보관한 공기총을 반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에 "유해 조수 포획을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고양이 한 마리가 길을 막아 경적을 울렸지만, 비키지 않자 순간 화가 나 총을 쐈다"고 밝혔다. 경찰은 허가받은 용도 외에 총기를 사용한 혐의로 A씨를 입건했다. A씨로부터 총기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았고, 소유 총기 2개를 모두 폐기할 예정이다.


지난 19일 길고양이가 공기총에 맞아 죽은 자리에 새끼 고양이들이 떠나지 않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

한편 총포화약법에 따라 개인의 경우 예외적으로 경찰의 허가를 통해 수렵 및 사격용 총기를 소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3년마다 소지 허가를 갱신해야 한다. 또 총포 소지 허가를 받은 자는 총포와 실탄, 공포탄 등을 경찰서 등 지정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지 허가를 받은 합법 총기 수는 총 11만 3424정으로 전년과 비교해 2.4% 줄었다. 지난해 발생한 총기 사고는 합법 총기와 불법 총기를 모두 합쳐 총 9건으로, 전년과 비교해 1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응급의학과 교수 "응급실 뺑뺑이, 제주도서 서울 목동까지 오기도"
수정 2023.06.30 09:46입력 2023.06.30 09:46

의료진, 환자가 중증 호소하면 거부 어려워
"마음 놓고 필수 의료환경서 일하게 해줬으면"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0일 환자가 입원할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지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경증환자 문제를 꼽았다.


남 교수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환자, 보호자들이랑 경증환자 문제로 서로 논리 배틀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의료진이 패배하는 싸움이 된다"며 "'우리 애가 아파요', '중소병원 수액으로는 안 나아요, 권역센터 수액을 꼭 맞아야지만 나아요' 이런 부모들이 있다. 당연히 똑같은 수액이고 똑같은 약인데"라고 전했다.


부모가 자녀의 중증이라고 호소하면 중증 환자를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저희(의료진)가 '권역센터에서 아이를 받아서 음압실에 넣어서 3시간 동안 중증 환자 구역을 못 써야 합니까'라고 하면 '우리 애가 내가 봤는데 죽기 직전이다', '우리 애가 넘어지면 바로 중증 환자 되는 것 아니냐', '왜 말을 그렇게 하냐', '의사가 왜 말을 그렇게 하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기 시작하면 그냥 받아주고 말지 저희도 그걸 끝까지 해서 지켜낼 명분이 없다"며 "그렇게까지 우리 애가 죽는다고 하면 받아주고 (다른) 중증 환자 못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8월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그러면서 "지금도 사실은 경증환자가 가는 병원들, 그러니까 권역센터로 굳이 오지 않아도 되는 이송체계가 있다"며 "하지만 큰 병원 가야 낫는다, 큰 병원 가야 오진이 덜 되고 억울한 꼴 안 당한다 이런 뿌리 깊은 인식들이 있어서 와서 버티면 저희가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남 교수는 "저희가 권역센터이다 보니 아주 많은, 소위 응급실 뺑뺑이 환자나 멀리서 오는 환자를 보는데 가장 멀리서 오는 분들은 제주도에서도 오신다"며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면 김포인데 김포에서 가장 가까운 권역부터 알아보면 우리 이대목동병원이 환자 수용의 2, 3번 순으로 가깝다"고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과 관련해서는 "정부 대책이 유독 직능, 권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며 "이 환자가 도저히 처치가 안 되면 직권으로 그냥 너희가 받고 아니면 너희 처벌을 할게, 이런 법안들이 유독 많다.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강제로 말고, 어쨌든 저희는 그냥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으니까 '그만두고 피부미용 가면 내가 훨씬 더 배 두드리면서 살 수 있는데' 이런 정도의 생각만 안 들게 해 줬으면 좋겠다"며 "그냥 마음 놓고 필수 의료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만 해 줬으면 이렇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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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길래 우산 씌워주자…"나도 아빠"라며 女 만진 50대男
수정 2023.06.30 14:21입력 2023.06.30 10:10

일면식도 없는 사이, 호의로 우산 씌워줘

비 오는 날 호의로 우산을 씌워준 여성에게 오히려 성추행을 저지른 50대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4단독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55)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사실을 부인했으나 피해자가 갖고 있던 통화 녹음 내용이 증거가 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출처=픽사베이]

A씨는 지난해 6월 23일 오후 10시 30분쯤 광주 북구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피해 여성의 허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에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우산을 쓰고 가던 B씨는 비를 맞고 가는 A씨를 돕기 위해 우산을 씌워줬으나, A씨는 B씨를 상대로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 둘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사실을 부인했으나 피해자가 갖고 있던 통화 녹음 내용이 증거가 됐다. 당시 피해자는 녹음기능을 켠 채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해당 녹음에는 "손은 좀 내려주세요", "잠시만요. 손은 그래도", "하지 말라" 등 A씨의 신체접촉을 거부하는 B씨의 목소리가 담겼다. B씨의 확실한 거절 의사에도 A씨는 "괜찮아. 나도 아빠야"라며 범행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있다"면서 "피해자가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와 추행 정도가 약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나 금고형의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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