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가격 인상, 업계에 타격"
공항이 항공사를 직접 비판하는 일이 벌어졌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제공항협의회(ACI) 아시아태평양(아태)지역 이사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항공사가 과도한 항공료를 부과해 업계의 회복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일갈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지났음에도 높은 항공료를 적정 가격으로 회복하지 않는 데에 대한 비판이다.
이사회는 아태지역 상위 10개 시장 시장에서 3600개 노선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국제선 운임이 최대 50%까지 늘어난 반면 국내선 운임은 10% 미만의 증가세를 보였다. 국제선 항공료 인상률이 현격히 높았다.
이사회는 “공항 이용료는 팬데믹 이후 그대로 유지되는데, 주요 항공사들의 항공 요금은 팬데믹 이전 이상으로 치솟아 큰 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료가 가장 많이 인상된 시장은 인도였다. 인도는 무려 40.9%가 증가했다. 이어 아랍에미리트(UAE)가 33.5%, 싱가포르가 29.5%, 호주 22.6% 순이었다. 한국 시장의 경우 4.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10개 국가 중 7번째에 해당한다.
한국보다 요금 인상 폭이 적은 나라는 일본(3.7%), 인도네시아(1.6%), 중국(0.6%)이었다. 조사는 2019년 4분기 요금과 2022년 4분기 요금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사회도 “유류비가 2019년보다 2022년에 76% 상승했고,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도 평균 10% 상승하면서 항공사의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며 항공료가 오르는데 유류비와 인건비 인상이 영향을 끼친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를 참작하더라도 인상 폭이 과도하다고 봤다. 스테파노 바론치 ACI 아태지역 사무총장은 “과도한 항공요금은 항공 여행에 대한 장기적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등 업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항공사는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가격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요금 인상이 업계에 위축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다.
공항이 항공료에 날 서게 반응한 이유는 공항 운영사들이 코로나19 당시는 물론, 이후에도 계속된 적자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공항은 코로나19 내내 적자를 기록했는데, 재개장 이후에도 흑자 전환엔 빨간불이다. 이사회는 “코로나19 시기 내부 리모델링, 활주로 개선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음에도 공항 이용 요금을 동결했다”며 “항공사는 소비자들의 억눌린 여행 수요를 이용해 손실을 만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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