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기반해 토지 소유 불가
대여 개념으로 보유세 부과 못해
부동산 민영화로 주택은 소유 가능
고위 공직자 등 보유세 부과 반발
최근 외신에서는 중국에 대한 황당한 소식들이 보도됐는데요.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한 지방정부가 시민들에게 온갖 기상천외한 이유로 벌금을 부과해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상하이시의 한 음식점 종업원은 면허가 없이 채 썬 오이를 손님이게 내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고 합니다. 광시성에서는 국영기업이 수십만원의 주차료를 직장인들에게 부과해 뭇매를 맞는 사태도 일었습니다.
이처럼 최근 중국의 지방 정부들은 제로코로나 정책 후유증으로 내수 경제가 침체되고 부동산 시장에까지 위기가 닥치며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습니다. 일부 지방 정부는 부족한 재정에 공무원들의 월급까지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신기한 점이 있습니다. 이렇게나 상황이 어려운데도 중국 정부가 부동산을 수십, 수백채씩 보유한 부유층을 상대로는 보유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로 중국에는 보유세의 개념이 없기 때문인데요. 부가가치세, 개인소득세 등 다른 방면에서는 세금을 부과하는 중국이 유독 보유세만큼은 거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뱅크]◆사회주의 체제 기반…토지 소유 대신 대여만 가능해
그 이유는 중국의 정치, 경제체제에 원인이 있습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이념을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모든 토지를 국가의 소유에 둡니다.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대신 중국인들은 정부에 사용료를 내고 최장 70년까지 땅을 빌릴 수는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다른 항목에는 큰 세금을 매기지 않고도 여유롭게 세수를 충당할 수 있던 것도 이 토지 사용료 덕분이죠. 지난해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토지 임대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미지출처=블룸버그]이처럼 개인이 땅을 소유할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중국은 부동산을 거래할 때도 거래세만 부과할 뿐 보유세는 거두지 않습니다. 땅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빌린 것인데 여기에 부동산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주택 시장이 민영화가 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중국은 1998년부터 국유기업이 노동자에게 임대했던 주택의 소유권을 민간에게 매각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부유층들이 수십억 원을 들여 주택을 매입하면서 자산의 양극화가 심화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토지는 여전히 국가 소유라는 이유로 집을 매입할 때 내는 거래세 외에는 어떠한 세금도 납부하지 않았죠.
◆정부, 보유세 확보 시동…부유층 반발·부동산 침체에 난항
부동산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다주택자들이 어떠한 세금도 내지 않자 결국 정부는 칼을 빼 듭니다. 보유세를 내지 않으려는 부유층과 세금을 걷으려는 정부 사이에서 긴장감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10년간의 노력 끝에 총 7억9000만채의 전국의 아파트 등기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합니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전역의 주택의 소유주를 파악할 수 있어야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판단에, 전국에 흩어진 정보를 모아 등기 통일 시스템을 만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산둥성 칭저우시의 한 리모델링 하우스에서 시민들이 아파트 모형을 보고 있다. [이미지출처=SCMP]그러나 보유세 반발에 대한 항의가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중국의 고위당직자들과 대도시 중산층들은 정부의 결정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 보유세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의 고위급 공무원들이 정작 이 정책에 반발을 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들도 1990년대 헐값으로 주택을 매입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국 고위급 공무원의 1년 연봉은 3~4만달러에 불과합니다. 보유세가 부과될 경우 이들은 한해 소득을 모조리 세금을 내는 데 써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동산 시장이 몹시 어려운 상황이란 것도 보유세 시행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중국은 2021년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이 채무불이행을 겪으면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로 침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에 부동산이 사들이는 토지 임대권 수가 줄면서 각 지방의 세수도 급격히 감소한 상황입니다. 그간 지방 정부는 부동산 기업들에게 토지 임대권을 팔아 세수의 상당 부분을 충당해왔습니다.
헝다그룹[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중국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국의 지방 정부가 딜레마에 빠져있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세수를 늘리기 위해 보유세를 부과하면 부동산 시장은 침체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되면 경영난을 겪게 된 부동산 기업이 토지 소유권 매입을 줄여, 지방 정부의 재정이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국 정부가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이런 사연들이 있었습니다. 과연 중국 정부가 이 난관들을 모두 극복하고 보유세를 걷게 될 날이 올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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