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엔화 예금이 폭증하고 있다. 환차익을 기대하는 환테크(환율+재테크)족을 비롯해 엔화로 대금을 결제하는 기업들이 엔화를 모으는 수요까지 몰리면서다. 또 일본 여행도 활발해지면서 엔화를 사 모으는 개인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엔화 예금 잔액은 약 8075억엔(13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엔화 예금이 폭증했던 지난달 말(6978억엔)보다도 1097억엔(16%) 늘어난 수치다.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4월(5789억엔)부터 계속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4대 은행 엔화 예금 잔액은 6978억엔으로 전달 대비 1190억엔(16%) 증가했다.
엔화 예금 잔액이 급증한 것은 원·엔 환율이 910원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15일 오후3시30분 기준 100엔당 906.20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100엔당 1003.61원에 거래됐던 상황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5년 6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를 모으는 흐름이 계속되는 추세"라며 "특히 엔화로 자금을 결제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여행객도 늘어나면서 쌀 때 엔화를 사두고 여행에서 쓰자는 '실물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은 금리가 0%대지만 환차익에 세금이 따로 붙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금 엔화 예금에 가입해서 나중에 여행 갈 때 찾아서 수수료를 물더라도 환율이 오른다고 한다면 이득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화로 예금한 뒤 추후 엔화를 현금으로 찾을 경우 인출 수수료는 1.5%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과 한국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긴축정책에 돌입했지만, 일본은 '제로금리'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엔화의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중앙은행(BOJ)이 이르면 하반기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엔화 가치가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고 뛰어드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시점에선 여행 등 실수요가 있다면 투자하는 것도 고려할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지금 엔화를 사두는 것이 나쁘지 않다"며 "예금은 금리가 별로 없지만, 환차익을 본다면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는 것이 이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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