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나온 다음날 출근후 곧바로 연차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어려워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보석으로 석방된 다음 날 곧바로 출근한 데 이어 월급마저 정상 수령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수사 도중 구속된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여파로 공황장애 등을 앓고 있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법원이 지난 7일 이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박 구청장은 보증금 등을 조건으로 지난 7일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서 풀려났다.
박 구청장은 출소 다음 날인 지난 8일 용산구청으로 출근했다. 지난 1월 구속 기소된 이후 5개월 만의 출근이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하루만인 9일 연차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용산구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병원 진료를 받겠다”며 ‘개인 사유’로 연차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가운데 보수가 정상적으로 지급될 것으로 보여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구청장은 별도 성과급이 없는 고정급적 연봉제 적용 대상 정무직공무원이다. 보수는 부구청장의 직위 계급에 연동해 정해진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은 인구 10만 이상 50만 미만인 자치구 부구청장을 3급 상당 지방부이사관으로 두도록 하고 보수 규정에서 구청장 연봉을 책정했다. 용산구는 5월 기준 인구 21만7438명으로 여기에 해당한다.
용산구청장의 연봉은 1억1104만2000원 수준으로, 월별로 환산하면 약 925만3500원이 된다. 여기에 지방공무원 수당 규정에 따라 직급보조비 월 65만원, 정액급식비 월 14만원 등 추가수당을 포함하면 한 달 보수는 1000만원이 넘는다.
박 구청장은 7일 보증금 등을 조건으로 석방된 뒤 8일 복귀, 기본 항목이 포함된 월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용산구 구 관계자는 “8일부터 출근을 시작해 급여가 정상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안다”면서 “결근이 많아지는 등 변수가 있으면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구청장은 구속 상태만 면했을 뿐 운신의 폭이 제한적이라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형사 피고인으로 1심 진행 중이어서 재판 때마다 출석해야 하고 주거지는 자택으로 한정된다. 해외로 나가려면 재판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단체장으로서 각종 대외활동에 전면으로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족과의 소통 미비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도 향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 구청장은 8일 출근하는 과정에서 출근 저지를 예고한 유족들과 취재진을 피해 새벽 시간대에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박 구청장은 구청장실 앞으로 찾아온 유가족들을 만나지 않았고,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유족들은 출근 저지 시도에 이어 매일 구청 앞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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