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컬럼비아대 연구팀
'타우린' 효과 확인
동물에 건강 개선-장수 효과 뚜렷
인간에게 적용은 미지수
예전 농부들은 농사일에 쓸 황소가 기운을 잃으면 낙지 한 마리를 먹였다. 투우판에 나갈 소에게도 '단골' 음식이다. "쓰러진 황소를 벌떡 일어나게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오징어·낙지 등에 많이 들어 있는 타우린(taurine) 아미노산이 '피로회복·자양강장 효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 중 하나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타우린이 실제 동물의 건강과 수명 연장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직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고 인간에게도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타우린은 인간에게도 그동안 피로회복·자양강장제의 주성분으로 많이 복용 돼 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지난 8일 이같은 내용의 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했다. 타우린은 몸속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데 나이가 들수록 감소한다. 그런데 동물 실험 결과 꾸준히 타우린 성분을 보충해줬더니 노화로 인한 건강 악화를 막아 줘 더 오래 수명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연구팀이 대사 산물, 호르몬, 미량 영양소 등 노화와 관련된 화학물질들의 혈액 내 농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 오다 타우린 아미노산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타우린은 그동안 동물은 물론 인간에게도 면역력, 뼈 건강, 뇌 신경계의 건강에 다양한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쥐, 원숭이, 사람을 대상으로 혈액 내 타우린 농도를 측정해봤다. 예컨대 15살 먹은 원숭이는 5살짜리 원숭이보다 혈액 내 타우린 농도가 85%나 적었다. 특히 한 그룹의 쥐들에게 매일 타우린을 먹였더니 대조군들에 비해 암컷은 12%, 수컷은 10%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관측됐다. 타우린을 먹은 쥐들은 근지구력과 근력이 향상되는 등 건강이 좋아졌다. 암컷들은 우울증ㆍ불안 등과 관련된 행동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면역 시스템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과 중간 연령대의 붉은털원숭이(Macaca mulatta)에게서도 비슷한 효과를 확인했다. 타우린을 먹은 예쁜꼬마선충을 대조군에 비해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았고, 원숭이들도 체중 감량과 골밀도 향상, 간 손상 징후 감소 등의 긍정적인 현상이 관측됐다.
이 결과에 대해 과학계에선 관심과 한계에 대한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타우린의 효능과 인체의 노화 과정을 보다 깊게 연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반면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헤르미니아 파산테스 멕시코국립자치대 교수는 "타우린이 세포를 보호하고 생존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면서 "생명체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연구다. 하지만 노화는 복잡한 현상이며, 타우린의 부족 여부가 노화를 유도하거나 촉진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 연구팀은 쥐에게 매일 15~30mg의 타우린을 먹였는데, 이는 인간으로 치면 80kg의 몸무게를 가진 사람이 3~6g을 복용한 것에 해당한다. 보통 에너지 드링크에 함유된 타우린이 1g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다.
스티븐 카포위츠 이스턴뉴멕시코대 교수도 "이번 연구 결과가 타우린이 노화와 관련돼 있다는 점을 시사하지만 직접적인 이유와 영향을 규명해준 것은 아니다"라며 "노화의 분자 메커니즘과 관련된 타우린과 관련되거나 유래된 하나 이상의 대사 산물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비제이 야다브 컬럼비아대 교수는 "건강을 유지하거나 노화를 늦추기 위해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타우린 보충제를 먹는 것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타우린이 세포와 다른 기관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특정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소개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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