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네이멍구 어얼둬쓰 쿠부치 사막 가보니
녹지화 사업 속도…식생 피복도 65% 달해
기자들에게는 녹지화 사막만 보여줘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어얼둬쓰시에 위치한 쿠부치 사막은 한국인들에게는 '황사의 발원지'로 악명 높다. 몽골의 고비 사막과 이곳 쿠부치 사막의 모래 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한국의 대기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 봄·가을 황사철 한국의 날씨 예보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찾은 쿠부치 사막은 다소 생경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넓게 깔린 나문재(감봉)와 감모초, 듬성듬성 모습을 드러낸 낮은 모래언덕은 사막이라기보다는 건기를 맞은 초원의 풍경이었다.
쿠부치는 중국에서는 7번째, 세계에서는 9번째로 큰 사막으로 총면적은 1만8600㎢에 달한다. '쿠부치'는 몽골어로 활시위를 뜻한다. 북쪽으로 5㎞가량 떨어진 황허가 활 모양이고, 위치상 쿠부치 사막이 아래에 매달린 것처럼 보여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200여년 전만 해도 쿠부치는 초원이었지만 청나라 초기부터 이어진 전쟁과 개간·벌목으로 사실상 '만들어진' 사막이 돼 버렸다. 이후엔 연간 50회 이상의 황사가 일어 인근에 사람이 살기 힘들고, 식물도 버티기 어려운 '죽음의 사막'으로 탈바꿈했다.
이리그룹은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쿠부치 사막 녹지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앙 정부와 시 정부로부터 약간의 보조금을 받았지만, 이리그룹이 대부분의 투자를 직접 감행했다. 현장에서 만난 리팅 이리그룹 공사부 매니저는 "모래 언덕에 고유의 기술과 경험으로 초목을 채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리그룹은 약 35년간의 녹화사업을 진행한 결과, 현재까지 모래언덕의 평균 고도를 50% 이상 낮추고 1988년 3~5%에 불과하던 식생피복도(전체 면적에서 식물이 점유한 비율)를 65%까지 끌어올렸다. 바람에 따라 모래가 이동하는 유동사구가 전체 모래언덕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80년대 70%에서 현재 약 40%로 줄었다. 리 매니저는 사막 곳곳을 가리키며 "어얼둬쓰의 토종 수종뿐 아니라 티베트 지역에서 재배에 성공해 재배한 다양한 식물이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다"면서 "과거 123종 수준이던 생물 다양성은 현재 530여종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쿠부치 사막은 유명한 네이멍구의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앞서 언급된 대로 '황사 발원지'라는 부정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서는 쿠부치를 대기질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했고, 사막화를 방치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비공식 추정치지만, 한국에서 발생한 황사의 40%가 이곳에서 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내에서도 쿠부치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징진(베이징과 톈진)' 사람들도 쿠부치를 황사의 근원지로 꼽으며 피해를 호소해왔다. 6급 바람이 불 경우 쿠부치의 모래바람이 베이징 중심부까지 닿는 데에는 만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
이리그룹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내적(중국 내의) 이유가 분명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정확한 원인이나 백분율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연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황사 등) 상황은 우리에게 먼저 올 것"이라면서 "더 이상 파괴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녹지화에는 첨단 인공지능(AI) 기술도 동원된다. 이리그룹은 위성으로 위치를 확인해 드론으로 공중에서 종자를 심는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현재는 2세대 드론을 띄워 인부가 직접 들어가기 어려운 사막이나 늪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녹지화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원 확보에도 주력 중이다. 현재 초목 식생을 위해 지하수를 사용하는데, 황허와 가까운 덕에 3~22m가량만 파내도 물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리그룹의 사업 초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수원을 현재는 250억㎥까지 확보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 녹지화가 진행되지 않은 사막 지역은 이날 현지 취재 기자들에게 공개되지 않아, 녹지화 사업의 한계점과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취재하기 어려웠다. 중국 정부는 쿠부치 사막 녹지화 성공 사례를 이유로 들며 주변국과 국내에서 발생하는 황사의 배경으로 몽골을 공개 지목하고 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지난달 말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대기질 악화와 황사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문제의 원인에 대해 "주로 몽골 남부의 고비 사막과 우리나라 북서부가 모래 발생원"이라고 진단했으며, 당시 다수의 현지 언론은 "베이징의 먼지 농도에 대한 몽골의 기여도는 70% 정도"라고 설명한 바 있다.
어얼둬쓰= 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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