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게임 소프트웨어 부식 시작
보존가치 인정받아 "경제적 효과 있어"
1980년대 ‘슈퍼마리오’ 등의 게임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이 이번에는 고전 게임 구출 작전에 나섰다. 당시 게임 소프트웨어가 들어있는 칩이 부식 등으로 대거 판독 불능의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당시 게임을 바탕으로 관련 시장을 성장시켜온 만큼, 민간뿐만 아니라 국회도서관까지 해당 사업에 발을 벗고 나서는 중이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는 레트로 열풍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초창기 게임 소프트웨어들을 앞으로 플레이할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게임 소프트웨어는 종이책과 달리 회로나 단자 일부가 녹슬면 아예 인식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니케이에 따르면 게임 칩의 수명은 평균 30년 정도로, CD보다 짧다. 이 때문에 초창기 작품은 이미 열화(劣化·주변 환경에 의해 손상을 입는 것)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게임 소프트웨어의 디지털화는 다른 콘텐츠에 비해 어렵다. 옛날 게임 소프트웨어는 매체 안에 있는 데이터를 전용 장비를 통해 이전한 뒤 저장해 디지털화시켜야 하는데, 이는 책이나 음반 복제보다 훨씬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금 구출하지 않으면 다시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게 된다"며 민간단체 게임기증협회가 설립되기도 했다.
일본 국회도서관도 민간의 노력에 함께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국회도서관은 그간 모아 온 고전 게임 소프트웨어를 연구 목적에 한해 이용 가능하도록 이용 제한을 풀었다. 2019년 기준 국회도서관이 보존하고 있는 고전 게임 소프트웨어는 3996개다.
일본이 이처럼 보존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게임 콘텐츠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게임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0년 1조7000억엔(15조8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종이와 전자책을 합친 출판 시장보다 1000억엔 웃도는 규모다.
또한 게임 소프트웨어는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관광상품으로도 쓰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스트롱박물관의 경우 이미 마리오, 포켓몬 등 일본 인기 고전 게임 작품을 소장해 전시하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꾸준히 몰려드는 중이다. 니케이는 "지역에 연간 1억3000만 달러(1700억원)의 관광 수입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에 닌텐도도 올해 안으로 자사의 과거 작품을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자료관을 완공할 예정이다.
일본 언론들은 게임 소프트웨어가 수명이 짧아 가장 먼저 디지털 보존에 나서야 함에도 불구, 그동안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이같은 작업이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니케이는 "그간 예산 부족과 낮은 인식이 보존의 걸림돌로 여겨왔다. 국가 차원의 디지털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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