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시아 수입품 중 중국산 비중 감소
2013년 70%→2022년 50.7%
인건비 상승에, 미중 갈등 겹쳐
미국이 아시아에서 수입하는 제품 중 중국산 비중이 올해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절반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에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긴장까지 겹치면서 서방 기업이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탈중국)'를 가속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4일(현지시간) 미국 컨설팅 기업인 커니가 미국 무역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커니 리쇼어링 지수'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한 제품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지난해 50.7%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70%에서 20%포인트 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커니 측은 올해 이 비중이 50%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산 수입이 감소하면서 베트남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미국의 베트남산 수입 의존도는 지난 5년간 2배, 10년간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대만, 말레이시아도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커졌다.
글로벌 제조업계의 탈중국 움직임이 중국산 수입품이 감소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관세 인상, 중국 인건비 상승으로 많은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 등 여타 동남아 국가로 이전했다.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도 첨단 반도체, 대만 문제 등을 놓고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특히 반도체지원법(CSA),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기도 했다.
패트릭 반 덴 보쉬 커니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과 관련된 미국의 새로운 법안으로 중국을 떠나 미국, 멕시코로 이전하려는 투자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연말에는 미국의 아시아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실히 50% 미만으로 떨어질 걸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도 지난 3월 미·중 디커플링으로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인건비 상승, 지정학적 긴장, 인권 문제는 기업들이 세계의 공장인 베이징에 덜 의존하도록 만들었다"며 "두 경제의 분리로 주요 제조업은 본국(미국)으로 돌아오고 (미국의) 수입처는 중국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도, 멕시코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제를 강타한 인플레이션과 비용 상승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동남아를 넘어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의존하는 719개 제품 중 95%는 아시아 내 다른 지역에서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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