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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카카오·매일유업…사옥을 짓지 않는 이유는

수정 2023.05.30 08:21입력 2023.05.30 08:21

회사의 업무를 보는 사무실이 있는 건물, 사옥(社屋). 1966년 조흥은행 본점을 시작으로 삼성본관, 대우센터, 현대 계동사옥, 용산 국제빌딩, LG트윈타워 등 기업들은 줄줄이 사옥을 마련했다. 기업들은 사옥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재산 보전 수단으로도 이용했다. 많은 사람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것처럼 대부분 법인은 ‘내 사옥 마련’을 갈망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사옥을 짓지 않은 곳이 있다. 국내 1위 제과제빵 기업 SPC그룹, 식품기업 매일유업, IT기업 카카오, 건설사 아이에스동서 등이 대표적이다.


SPC그룹 양재 사옥 전경

78년 역사를 지닌 SPC그룹은 사옥이 없다. "사옥 살 돈으로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더 짓겠다"는 허영인 회장의 경영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직원들에게 항상 "고품질 빵을 개발해 많은 사람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허 회장의 철학은 창업주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과 그의 부인 고 김순일 여사의 품질·검약 정신에서 나왔다. 허 창업주는 무슨 일이 있어도 품질 경영을 고수했다. 허 창업주는 "고객은 빵 하나로 평가한다"며 "고객을 만족시키면 이익은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제빵은 손끝에서 남는다"는 말로 자식들에게 정성과 절약 정신을 가르쳤다. 손끝에 정성이 모이면 맛이 더 좋아지고, 손끝에 정성이 모이면 쓸데없는 낭비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김 여사는 자식들에게 자석을 끈에 묶어 줬다고 한다. 빵을 담는 나무 박스를 만들 때는 못이 많이 생긴다. 김 여사는 못을 모아온 만큼 자식들에게 용돈을 주며 절약 정신을 몸에 배게 했다.


SPC그룹은 2012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빌딩을 임차해 사용 중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주인인 이 빌딩은 지하 6층~지상 20층 1개 동으로 건축면적 1858㎡, 연면적 4만744㎡ 규모다. 이곳에는 계열사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삼립식품 등의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SPC그룹은 국내 30개, 해외 5개의 생산시설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말레이시아에 SPC 조호르바루 할랄전용공장도 짓고 있다. SPC 산하의 연구소는 기초소재, 제품개발, 포장재, 인공지능 등 분야에 총 8개가 있다.


설립한 지 54년 된 식품기업 매일유업도 본사 사옥을 소유한 적이 없다. 지금도 광화문 건물을 임차해 사용한다. 김정완 회장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아껴 써야 한다"는 얘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으면서 절약이 몸에 배었다. 그는 사옥 대신 연구 생산시설에 투자했다. 매일유업은 평택, 경산, 광주, 영동, 아산, 청양, 상하 공장 등 7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평택에는 200여명이 근무하는 중앙연구소도 있다.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사옥 '아지트'

아이에스동서는 건설을 본업으로 하면서도 사옥이 없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권혁운 회장은 사옥 건설 비용을 '죽은 돈'이라고 말할 정도로 기업의 현금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옥 지을 돈이 있으면 차라리 사업에 투자한다는 게 권 회장의 지론이다. 현금 흐름을 중요하게 보는 배경에는 권 회장의 뼈아픈 경험이 있다. 권 회장은 1980년대 초반 연대보증을 잘못 섰다가 딸아이 책상에 있던 탁상시계까지 빨간딱지가 붙었다. 아이에스동서가 '부채비율 100%를 넘기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철저히 자금 관리를 하는 이유다. 건설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도 사업 다각화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동서산업, 한국렌탈, 영풍파일 등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때를 놓쳐, 운이 없어 사옥을 장만하지 못했지만 ‘내 사옥 마련’의 꿈을 접고 업무에 전념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카카오 판교 신사옥 ‘아지트’는 '직장인의 꿈의 사옥'으로 불린다. 하지만 '아지트'의 실제 건물주는 따로 있다. 카카오는 2020년 4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10년 임대차 계약을 맺고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인근 '알파돔시티' 6-1블록에 둥지를 틀었다. 카카오는 전 층을 수직 계단으로 연결해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북 아지트, 야외테라스, 카페, 양호실, 마사지, 수면실, 사내 식당 등도 있다. 아지트에는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 카카오벤처스, 카카오임팩트, 카카오헬스케어 등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카카오는 사옥 소유를 원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판교 토지 매입에 거듭 고배를 마시고 사옥 건설의 꿈을 잠시 접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판교에 직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부지를 찾기 어렵고, 또 판교를 떠나기도 쉽지 않다"면서 "지금은 사옥보다 사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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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 예상가 1억원…히틀러가 연인에게서 받은 연필
수정 2023.05.30 10:36입력 2023.05.30 10:36

히틀러와 브라운, 패전 앞두고 벙커에서 결혼
히틀러 서명 담긴 사진 한 점도 경매에 나와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연인에게서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연필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경매에 나왔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내달 6일 경매에 나올 연필은 히틀러와 오랜 기간 연인 관계였다가 동반자살 직전 결혼한 에바 브라운이 1941년 4월 20일 52세 생일을 맞은 히틀러에게 선물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달 6일 경매에 나올 연필은 히틀러와 오랜 기간 연인 관계였다가 동반자살 직전 결혼한 에바 브라운이 1941년 4월 20일 52세 생일을 맞은 히틀러에게 선물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출처=블룸필드 경매]

연필 끝에는 아돌프 히틀러의 약자인 'AH'가, 측면에는 '1941년 4월 20일'이라는 날짜와 이름 '에바'가 새겨져 있다.


이 연필의 낙찰 예상가는 5만∼8만 파운드(8200만∼1억3000만원)다. 에바 브라운은 17세 때 나치 공식 사진사의 조수로 일하면서 히틀러를 처음 만났고, 수년 뒤인 1930년대 초중반부터 히틀러와 연인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히틀러와 브라운은 나치 독일의 패전이 임박한 1945년 4월 28∼29일 베를린 지하 벙커에서 결혼했고 4월 30일 함께 목숨을 끊었다. 히틀러가 영웅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연인 관계와 같은 사생활은 독일 대중에 철저히 숨겼기에 브라운과의 관계는 사망 이후에야 알려졌다.

히틀러의 서명이 담긴 사진. [사진출처=블룸필드 경매]

칼 베넷 블룸필드 경매소장은 "이 연필은 히틀러가 대중에게 숨긴 사적 관계를 들여다봄으로써 역사의 숨은 한 조각을 찾아내도록 도와준다"며 "에바가 준 사랑의 증표가 히틀러가 대외적 모습 뒤에 감춘 속임수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연필뿐 아니라 이번 경매에는 히틀러의 서명이 담긴 1920년대 후반∼1930년대 초반의 사진 한 점도 나왔다. 또 빅토리아 영국 여왕이 영국 통치에 반대하는 봉기에 가담했다가 반역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아일랜드 혁명주의자 JFX 오브라이언 등을 사면한 1869년 칙령서도 경매에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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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5년 이자만 16%'…매달 70만원 넣고 5000만원 받는 청년상품 나온다
수정 2023.05.30 13:26입력 2023.05.30 09:52

팍팍해진 청년층 사정 “5년 유지 부담”
당국, 중도해지 최소화 방안 검토 중

# 예테크족인 박기영씨(34)는 지난해 고(高)금리 시절 가입한 1년 만기 적금 상품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후속 가입할 상품으로 정부가 곧 내놓을 ‘청년도약계좌’를 눈여겨보고 있다. 최근 시장금리 하락으로 예·적금 상품의 금리가 연 3~4% 안팎으로 주저앉은 가운데 정책상품인 만큼 비교적 금리 수준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비과세 혜택도 덤이다.


# 최근 새 직장으로 자리를 옮긴 손영준씨(32)는 목돈 마련을 위해 청년도약계좌를 기다리고 있지만 망설여진다. 소폭 올랐다곤 하지만 300여만원의 월급으론 대출상환금과 생활비에 더해 월 40만~70만원의 납입액을 5년간 유지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다. 그는 “언제 일을 쉬게 될지 모르는데 5년은 조금 부담스러운 기간”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오는 5월 가동을 앞둔 '대환대출' 인프라에 연말까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복도에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대출금리를 한눈에 비교하고 갈아탈 수 있도록 한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해 주담대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금융당국이 내달 선보일 ‘청년도약계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년간 최대 70만원을 불입하면 5000만원을 되돌려 주는 상품인 만큼 목돈 마련을 고민하는 사회 초년생들을 중심으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선 최근 청년층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만큼 월 40~70만원에 이르는 적금납입액을 5년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당국 역시 이를 위해 중도해지 방지방안을 검토 중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은행들은 다음달 중 출시를 목표로 청년도약계좌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청년도약계좌는 가입자 본인이 납입한 금액에 비례해 정부 기여금을 매칭해주고, 이자소득에도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적금 상품이다. 정부는 이 상품을 위해 올해 3678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청년층의 자산형성이 목표인 만큼 대상은 만 19~34세 청년이며, 가구소득과 개인소득이 중위 180% 이하의 조건을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다. 납입금액은 월 70만원 이하에서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하며, 만기는 5년이다. 매월 70만원을 납입하면 기여금 매칭과 비과세 혜택을 통해 약 5000만원이란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기여금 매칭과 비과세 혜택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개인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청년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소득별 기여금 지급 한도(월 40만~70만원)와 매칭 비율(3.0~6.0%) 기준으로 기여금 한도가 정해진다. 예컨대 개인소득이 2400만원 이하인 가입자의 경우 지급 한도는 월 40만원, 매칭 비율은 6.0%로 매월 받을 수 있는 기여금은 최대 2만4000원이다. 개인소득이 6000만~7500만원인 경우엔 별도의 기여금 지급은 없으나,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지속된 기준금리 인상과 경제 상황 악화로 청년층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고민거리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을 보유한 차주들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연간 소비가 13만2000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기준금리가 3%포인트 인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20대는 연 89만6000원(4.0%), 30대는 61만3000원(2.4%)씩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년 새 가입 인원(약 286만명)의 15%(약 45만명)가 해지하기도 했다. 최고 연 9.3%의 금리를 제공하는 청년희망적금은 만기 2년, 납입금액은 최대 50만원이다. 청년희망적금보다 만기도 길고(5년), 납입금액 부담(40만~70만원)도 큰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교적 만기가 짧았던 청년희망적금도 상당한 이탈이 발생한 만큼 청년도약계좌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리 수준이나 중도해지 관련 대책 등 확실한 메리트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도 중도해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국은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한편, 각 은행 등 관계기관과 청년도약계좌를 담보로 한 예·적금 담보부대출의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청년도약계좌와 관련 "만기까지 계좌 유지 여부가 사업의 성과를 가늠하는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계좌 유지 지원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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