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3개월형 선고받고 30일부터 형기 시작
재소자들 “홈스와 친구 되고 싶다는 사람도”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을 벌인 엘리자베스 홈스 테라노스 전 최고경영자(CEO)의 수감 생활을 앞두고 재소자는 물론 교도관들까지 큰 관심을 보인다고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홈스가 오는 30일 텍사스주 휴스턴 북서쪽에 있는 브라이언 연방수용소(FPC)에서 형기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홈스는 스탠퍼드대 화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3년 테라노스를 창업하고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만으로 질병 200여 가지를 진단하는 기기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앞세워 투자금 9억45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유치해 2014년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400대 부호에서 1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 그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검은 터틀넥 셔츠를 즐겨 입어 ‘여성 잡스’로 불렸다. ‘미국의 자수성가형 여성’ 1위에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테라노스 기술의 실체가 없다는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급격히 몰락했다.
홈스는 2018년 6월 각종 사기 혐의로 전 연인이자 동업자인 라메시 서니 발와니(57)와 함께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1년 3개월을 선고받았으나 임신 등을 이유로 바로 수감되진 않았다.
홈스가 갇힐 브라이언 FPC는 최소 경비 시설로 화이트칼라 범죄자, 경미한 마약 사범, 불법 이민자 등을 주로 수용하는 곳이다. 현재 여성 재소가 655명이 투옥돼 있다.
WSJ는 “이 수용소 도서관에 올 초 테라노스의 흥망성쇠를 다룬 책 ‘배드 블러드’가 입고됐다”며 “곧 투옥될 홈스에 대한 재소자들의 기대를 높여놓았다"고 전했다. 수감 중인 타샤 웨이드는 “홈스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정도 돈을 챙기고도 11년형밖에 받지 않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 시설에서 재소자나 교도관의 폭력 사건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기껏해야 뺨을 때리거나 머리채를 잡는 수준의 가벼운 다툼이었다. 교도관이 재소자를 학대한 사건 또한 보고된 적이 없다. 다만 2020년에 재소자 간 성폭력 사건이 한 차례 발생했다고 전해진다.
신입 재소자는 첫 90일 동안 주방에서 일한다. 시간당 급여로 12센트를 받는데 이 시설에서 가장 고된 일로 꼽힌다. 미 연방교정국(BOP)이 운영하는 콜센터 텔레마케터 업무 등을 맡기도 하지만 홈스처럼 통신·인터넷 사기죄로 들어온 재소자는 배제된다.
교도관들도 홈스의 수감 생활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고 알려졌다. WSJ은 “한 교도관은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홈스에게 냄비를 깨끗이 닦으라고 명령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홈스는 수감 기간 매주 주말에 생후 22개월 된 아들과 구속 중 출산한 갓난아기 딸을 만날 수 있다. BOP 규정에 따르면 10세 미만 어린이는 재소자 부모의 무릎 위에 앉을 수 있다. 여성 재소자의 모유 수유도 허용된다.
한편 홈스의 사기극은 지난해 디즈니+ 오리지널 8부작 시리즈 ‘드롭아웃’으로 영상화됐다. 홈스 역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맡았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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