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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치매 막는 희귀 돌연변이 찾았다

수정 2023.05.21 17:44입력 2023.05.21 08:37

기존 치매 원인-치료법 통설 뒤흔들어
새로운 치료법 개발 계기 될 수도

과학자들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악화의 원인과 치료법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를 찾아냈다. 1200명의 가족 유전 조기 발병 환자 사례들을 연구하다가 딱 1명의 예외 사례를 발견했는데, 그가 가진 희귀 돌연변이 유전자를 통해 그동안의 치매 연구가 보여줬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본 것이다.



콜롬비아 안티오키아대 연구팀은 지난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이같은 내용의 연구 논문을 실었다. 연구팀은 45~50세 사이 치매 조기 발병을 유발하는 '파이사(paisa) 변이'를 가진 약 1200명의 콜롬비아 주민들의 유전자와 병력을 분석했다. 그러던 중 놀랍게도 이 유전자 변이를 갖고도 67세까지 경증의 인지 장애만 있을 뿐 정상 상태를 유지한 한 명을 발견했다. 그의 뇌 검사 결과 치매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ㆍ타우 단백질의 농도는 다른 중증 치매 환자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기억과 탐색 능력과 관련이 있는 뇌의 내후각 피질 부분의 타우 단백질 농도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특히 그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정신분열증ㆍ자폐증을 포함한 뇌 장애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던 릴린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까지 릴린 단백질이 치매와 관련돼 어떤 작용을 하는 지는 거의 밝혀진 바가 없었다. 이에 쥐를 상대로 같은 변이를 만들어 실험을 했더니 더욱더 놀라운 사실이 확인됐다. 돌연변이가 일어난 릴린 단백질은 타우 단백질을 화학적으로 변형시켜 뇌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관찰된 것이다.


세부 관찰 결과 돌연변이가 일어난 릴린 단백질은 파이사 변이가 없는 사람들에게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것과 관련된 APOE 단백질과 동일한 수용체에 결합한다. 연구팀은 앞서 2019년 평균보다 30년 더 늦게 치매가 발병한 파이사 변이 소유 여성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APOE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여성의 뇌에서도 매우 많은 양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세포에 침전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에 대한 기존의 통설을 흔들고 있다. 최근 알츠하이머 치매 연구자들은 병증이 주로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세포를 죽여 발생한다고 여겨 치료 타깃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밀로이드 타깃 치매 치료제들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허가를 받았더라도 인지 능력 감소 속도를 일정하게 완화시키는 정도의 효과밖에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야동 후앙 미 샌프란시스코 소재 글래드스턴 연구소 뇌신경학 연구원은 "해당 환자가 뇌세포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오래 정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사실은 좀 더 복합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알츠하이머 치매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고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그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새로운 치매 치료제 발굴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전 연구와 종합해 보면 릴린 단백질을 강화하거나 APOE 단백질을 약화할 경우 치매로부터 뇌를 방어할 수 있다는 가설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릴린 또는 APOE 단백질 표적 치료제의 경우 콜롬비아에서 발견된 대규모 가족 유전 조기 발병 사례보다는 더 진전 속도가 느리고 증세가 완만한 산발적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뉴스in전쟁사]"여성·소년 조종사 구해요" 대만 위협하는 中 항모, 남모를 고민
수정 2023.05.21 17:48입력 2023.05.21 11:00

대만해협서 위협 훈련한 산둥함 귀환
막대한 유지 비용…운용자체가 전력과시
中 함재기 현대화 박차…美와 마찰 심해질듯

편집자주[뉴스in전쟁사]는 시시각각 전해지는 전 세계의 전쟁·분쟁 소식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입니다. '뉴스(News)'를 통해 현재 상황을 먼저 알아보고, '역사(History)'를 통해 뉴스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며,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시사점(Implication)'을 함께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일요일마다 여러분 곁으로 찾아가며, 40회 이후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중국이 지난달 대만해협과 서태평양 일대에서 훈련을 벌이고 귀항한 자국 항공모함인 산둥함 전단의 훈련모습을 공개하면서 동북아시아 전체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지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후로 중국이 대만포위를 상정한 군사훈련을 강행하면서 대만과 일본의 인접지역에서는 경계를 크게 강화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중국은 현재 3척의 항모전단을 운용하면서 지금도 2척의 항공모함을 한꺼번에 건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곧 미국의 항모전단 규모를 따라잡을 것이라 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위력은 아직 미국 항모전단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항모전단이 항모 자체와 함재기만 있다고 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전력을 100% 활용하며 작전 수행이 가능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지난달 10일 중국 항공모함인 산둥호가 대만에 인접한 일본 오키나와 남단 해안에서 함재기 이륙훈련을 하는 모습.[이미지출처=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홈페이지]

현재 중국의 항모전단은 규모에 비해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특히 함재기 이·착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조종사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는 형편이죠. 여성 비행사들은 물론 15~16세 소년 비행사들까지 함재기 조종사로 양성하겠다며 잇따라 이례적인 발표를 하는 이유도 인력부족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처럼 대만해협을 위협하는 최대 전력임과 동시에 실전능력은 평가절하되는 중국 항공모함 전력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관련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뉴스(News) : 中 "산둥함, 한달간 전투태세 훈련 마치고 귀환"
중국 항공모함의 함재기인 J-15 전투기의 이륙 훈련 모습.[이미지출처=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먼저 관련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중국 인민망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산둥함을 중심으로 한 항모전단이 대만과 서태평양 일대에서 1개월간 전투태세 훈련을 마치고 모항인 하이난다오 싼야 기지로 귀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남부전구는 "산둥함이 합동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대만섬 주위를 순시하는 작전 활동을 전개하고, 처음 항모전단을 편성해 서태평양 해역에 진출했다"고 과시했는데요.


산둥함은 지난달 대만해협 일대에서 처음으로 함재기 이·착륙 훈련을 벌이며 대만해협 포위작전에 선봉으로 나선 바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5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회동을 가진 이후 무력도발 수위가 더욱 높아졌는데요. 산둥함은 올초부터 서태평양 일대에서 훈련을 벌이며 대만해협은 물론 필리핀 일대 바시해협과 미국령 괌 부근까지 진출해 미국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무력과시는 미국의 대만 무기원조에 대한 강력한 반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이 이미 진수된 세번째 항공모함인 푸젠함에 이어 네번째와 다섯번째 항모도 건조 중이고, 이중 한척은 핵추진 항공모함일 있다는 내용까지 나왔습니다. 지난달 10일 대만 자유시보는 중국 국영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 산하 상하이 장난 조선소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 공개 계정에 올린 선박번호가 '20'인 핵추진 항공모함의 개념도를 공개했습니다. 해당 선박은 현재 중국이 건조 중인 4번째와 5번째 항모 중 하나로 알려져있는데요.


지난해 6월 중국의 세번째 항공모함인 푸젠함의 진수식 모습.[이미지출처=신화·연합뉴스]

중국 항모들의 기존 선박번호를 살펴보면,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이 16, 두번째 항모인 산둥함이 17, 세번째 항모인 푸젠함이 18이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20'은 5번째 항모로 추정되고 있죠. 장난 조선소는 군함용 핵추진 장치에 대해 공개 입찰을 실시하고, 2025년 이전에 건조에 들어갈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중국이 핵항모 건조까지 계획 중임에도 전문가들은 여전히 중국 항모의 실전능력은 미국에 한참 못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콜린 코(Collin Koh)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항공모함 개발은 점진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초기 개발과 동시에 전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며 "중국군은 미국의 작전 운용방식을 참고하려 하겠지만, 격차가 매우 큰 만큼 여기서 통찰력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중국군의 한계로 지적되는 부분은 함재기 조종사 부족인데요. 지난 2월 함재기 조종사에 여성 조종사도 지원을 받는다고 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15~16세 소년 조종사 4500여명을 모집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국 국산 항모는 이륙 방식은 물론 추진엔진, 규모 등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항모 운용 시기가 짧은만큼, 빠른 적응력을 갖고 신기술을 배울 수 있는 어린 학생들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역사(History)1 : 항모의 시대, 1차대전 후 '군축조약'으로 시작된 아이러니
1917년 취역해 세계 최초의 항공모함으로 불리는 영국의 HMS 퓨리어스(Furious)함의 모습.[이미지출처=미 해군 역사 유산 사령부(Naval History and Heritage Command)]

이처럼 중국이 사활을 걸고 대양굴기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로 삼는 항공모함은 언제부터 만들어진 것일까요? 흔히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떠올리며 1940년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지만, 항공모함 자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차 대전 전후였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실전에 투입된 세계 최초의 항공모함은 1917년 취역해 1918년 최초로 독일군 기지를 공습한 영국의 HMS 퓨리어스(Furious)함입니다. 하지만, 이미 1910년대부터 각국에서 순양함 등 함선 위에 활주로로 쓰기 위한 추가 갑판을 설치하고 비행기를 이륙시키는 실험은 계속됐었다고 합니다.


미국 해군의 역사기록을 보존·연구하는 미 해군 역사 유산 사령부(Naval History and Heritage Command)에 따르면 1911년 미 해군 전함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호 갑판 위에 설치된 활주로에서 첫 비행시험이 있었으며 성공했다고 합니다. 미 해군은 이것을 미국 항공모함 역사의 첫 페이지로 기록하고 있는데요.


당시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에서 일반 군함 선체 위에 갑판을 달고 비행기를 이륙해보는 시험은 곳곳에서 벌어졌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비행기술이 개발된 초창기만 해도 비행기의 동체가 작았고, 엔진출력이나 연료 보관 등에 제한이 많아 비행구간이 짧았기 때문에 배에 비행기를 탑재해 작전지역까지 비행기를 이동시켜야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죠.


진주만 공습에 참여했던 일본 항공모함인 아카기(赤城)의 모습.[이미지출처=일본 해상자위대 구레사료관]

이후 항공모함은 1차대전 종전 이후 각국에서 엄청난 속도로 건조되기 시작합니다. HMS 퓨리어스호의 작전 성공으로 각국 해군에서 높은 관심을 보인 영향도 있었지만, 실제 항공모함 건조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군축조약' 이었는데요. 특히 1920년대 초반 이어진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 런던 해군 군축조약 등으로 각국의 전함 건조 대수가 제한을 받으면서 많은 국가들이 전함 위에 갑판을 달아 전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했습니다.


이로인해 전간기가 끝나고 2차세계대전이 발발할 당시 많은 국가들이 항공모함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정작 제대로 항공모함으로 쓰인 경우는 드물었는데요. 항공모함이 처음으로 대규모 실전에서 효용성을 발휘한 것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였습니다. 지상전이 많은 유럽전과 달리 해양 및 도서지역에서 벌어진 태평양전선에서 항공모함이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이죠.


당시 일제는 진주만 공습으로 가장 우수한 항모 전력을 보유한 국가가 됐지만, 정작 2차대전에서 패망하고 특히 패망 직전 가미카제(神風) 로 불리는 자살공격작전으로 수많은 파일럿을 잃게 되면서 전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습니다. 이후 항공모함 기술 발전과 작전 운용은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됐죠.

◆역사(History)2 : 막대한 건조·유지비용…초강대국의 상징으로 떠올라
전세계 최초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미국 엔터프라이즈호(Enterprise)의 모습.[이미지출처=미 해군]

냉전시기로 접어든 이후 미국과 소련 간 무력경쟁 속에서 항공모함은 점점 거대해졌습니다. 미 해군은 1950년대부터 만재배수량 8만~10만톤(t)급의 슈퍼캐리어(Super Carrier)급 항공모함을 운용하기 시작했는데요. 제작비용도 우리 돈으로 수조원대라 엄청났지만, 운용 비용도 만만찮았습니다. 7000명 이상이 타는 하나의 거대한 해상기지를 움직이려면 어마어마한 연료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이로인해 미 해군은 1950년대부터 당시 실전 배치된 핵추진 잠수함의 소형원자로를 항공모함에 투입해 건조하는 연구를 지속했고, 이 결과 나온 것이 1961년 건조된 세계 최초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엔터프라이즈(Enterprise)호 입니다. 소형 원자로를 8기 배치한 이 핵항모는 이후 미국 패권의 상징이 됐는데요.


쿠바 미사일 위기, 베트남전을 비롯해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엔터프라이즈호는 지구를 40바퀴 돌며 미국의 무력을 과시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습니다. 미국의 핵항모 전단은 각국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게 됐고, 적성국가들의 무력도발에도 많이 동원됐죠.


하지만 정작 항공모함의 개념이 처음 생겼던 영국과 유럽지역은 냉전기 전후로 막대한 유지비용을 대기 힘들어지면서 대거 폐기됐는데요. 이로인해 현재 11척을 운용 중인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항모를 보유한 국가는 3척을 보유 중인 중국이 됐습니다. 군사력은 물론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2개 열강(G2)만이 항모 전단을 제대로 운용하는 셈이죠.

◆시사점(Implication) : 中 함재기 현대화 성공시 격랑으로 빠져들 대만해협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물론 아까 설명드렸듯이 대부분 군사전문가들은 아직 중국의 항모전단은 미국 전력에 미치지 못하는 걸음마 수준의 전력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항공모함과 함재기 등 하드웨어만 준비됐다고 해서 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중국은 앞으로도 핵추진 항모를 개발해야하고 여기에 맞춘 함재기도 새로 만들어야하며, 무엇보다 부족한 파일럿도 빨리 양성해야하는 과제와 맞서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군의 발전 속도 또한 엄청나다는 것인데요. 2027년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 시기까지 국방력 현대화 목표를 내건 중국은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들여 해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2030년 이후부터는 중국도 제대로 실전 능력 발휘가 가능한 항모전단을 일부 보유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죠.


이 경우 대만해협 일대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분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 전체 미국 항모전단에 맞설 정도의 전력을 그때까지 개발하긴 어렵겠지만, 전세계 여러 지역을 나눠서 담당하는 미 항모전단의 특성상 모든 전력을 대만해협에 집중하기는 어렵죠. 그리고 대만해협은 중국 입장에서는 앞마당이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본국과 매우 멀리 떨어진 곳이란 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중국의 대양굴기를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주변국들이 모두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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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트로피 넘볼 만한 칸영화제 진출작은…
수정 2023.05.21 23:22입력 2023.05.21 21:15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괴물' 부상
'메이 디셈버', '애스터로이드…' 등도 주목

칸국제영화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 탄생했다. 배경에는 파시스트 정부의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필름 선정 등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 미국과 영국의 지원 속에 '정치성이 아닌 순수한 예술성의 추구'라는 표어를 전면에 내걸었다. 순수 예술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예술적 뜻은 결코 순수할 수 없다. 이는 '정치성 배제'라는 말도 마찬가지. 1950년대 말 정치·경제적 변화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발전한 누벨바그 역시 과장되고 판에 박힌 지난 20년간의 스타일과 결별하고자 했으나 주류 대중의 취향을 전적으로 무시할 수 없었다.



불가피한 흐름은 지난 몇 년간 가속화됐다. 칸은 더 이상 아트 시어터가 아니다. 더 많은 대중영화를 상영하며 영역을 확장한다. 반대로 미국 아카데미는 근래 예술영화를 적극적으로 포용한다. 1955년 '마티' 뒤 64년 만에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기생충)에 작품상을 안길 정도다. 지난 5년간 작품상 후보에 오른 칸국제영화제 상영작도 일곱 편이나 된다. '블랙클랜스맨', '기생충',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드라이브 마이 카', '엘비스', '탑건: 매버릭', '슬픔의 삼각형' 등이다. 메가폰을 잡은 봉준호, 쿠엔틴 타란티노, 하마구치 류스케, 루벤 외스틀룬드 등은 감독상 후보에도 가세했다. 올해는 어떤 영화가 양다리를 걸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을까. 후보군을 살펴본다.


▲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오늘날 미국 시스템이 확립되기 시작한 1920년대가 배경이다. 석유가 솟아나는 중남부 지역에서 1인당 소득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부유한 인디언들이 수년에 걸쳐 살해당한다.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범인을 찾지 못한 죽음만 스물네 명. 경찰은 물론 검사, 판사, 영향력 있는 정치인조차 믿을 수 없다. 막 태동한 FBI의 특수요원 톰 화이트는 기이한 죽음의 도시에 투입돼 정의를 되찾으려 한다.


탐사 추적 기자인 데이비드 그랜의 '플라워 문'이 원작이다. 과거의 질서와 근대 세계가 가장 치열하게 부딪히던 시공간에서 미국의 본질을 읽어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FBI로 대표되는 전국적인 수사 체계의 형성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친다. 금욕적인 텍사스 레인저, 부패한 사립 탐정, 무시무시한 갱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그리며 원주민 인디언에 대한 폭력을 적나라하고 치밀하게 밝혀낸다.


보편적 울림을 갖는 주제는 오스카 트로피를 품었던 배우들의 얼굴을 통해 나타난다. 로버트 드 니로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브랜든 프레이저 등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대거 출연해 사실성을 높인다. 제작에는 2억 달러(2657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고 전해진다. 러닝타임도 무려 3시간 26분이라고. 하지만 파라마운트와 애플TV는 흥행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플라워 문은 비극의 시대를 시적으로 포착한 말이다. 오세이지족 인디언들은 키 큰 식물들이 작은 꽃들 위로 슬금슬금 번지면서 빛과 물을 훔쳐 가는 5월을 '꽃을 죽이는 달(플라워 킬링 문)'이라고 불렀다. 이 영화에서는 빛과 그늘,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함축적으로 상징한다. 뉴욕타임스는 "충격적이고 때로는 처절할 정도로 슬프다. 뼈를 오싹하게 하는 공포 요소까지 담긴 진정한 범죄 미스터리"라고 호평했다.


▲ 애스터로이드 시티


독특한 미감을 자랑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이다. 제목인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운석이 떨어진 가상의 사막 도시 이름이다. 매년 운석이 떨어진 것을 기념하는 '소행성의 날' 행사가 벌어진다. 이 영화는 축제를 찾은 학생, 학부모 등 방문객들이 UFO와 외계인의 출현으로 옴짝달싹 못한 채 갇히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예측불허 상황들을 드라마와 코미디, 로맨스 등으로 풀어낸다.



제작 전 화려한 캐스팅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미국의 국민배우인 톰 행크스를 비롯해 제이슨 슈왈츠먼, 스칼렛 요한슨, 제프리 라이트, 브라이언 크랜스턴, 마야 호크, 스티브 카렐, 마고 로비, 토니 레볼로리, 윌렘 대포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앤더슨 감독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틸다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 애드리언 브로디 등도 가세했다. 촬영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오스카 촬영상 후보에 올랐던 로버트 요먼이 맡았다.


예고편은 예기치 않게 발이 묶이는 방문객들과 유명 인사들의 목격담, 외계 침공에 대한 의심 등이 주를 이룬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미술. 프로덕션 디자이너 아담 스톡하우젠이 아담한 사막 풍경에 베이지 톤을 입혀 1950년대의 복고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좌우 대칭, 감각적 패션·폰트 등과 어우러져 또 다른 심미감을 전달하리라 기대된다.


▲ 메이 디셈버


'아임 낫 데어', '캐롤', '벨벳 언더그라운드' 등을 연출한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이다. 배우 엘리자베스가 영화 배역을 연구하기 위해 조지아에서 그레이시의 삶을 관찰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그레이시는 20년 전 스물세 살 연하 조와의 결혼이 타블로이드에 실려 화제가 된 주인공이다.



2011년 '블랙 스완'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나탈리 포트만이 엘리자베스, 2015년 '스틸 앨리스'로 같은 상을 품은 줄리앤 무어가 그레이시로 각각 분해 호흡을 맞췄다. 조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모델 겸 배우 찰스 멜튼이 연기했다. 평론가 카일 뷰캐넌은 세 배우를 모두 오스카 연기상 후보로 언급했다. 평론가 리차드 로슨은 멜튼을 '엘비스' 오스틴 버틀러와 비교하며 "특별히 눈에 띈다"고 밝혔다.


▲ 존 오브 인터레스트


나치 장교가 아우슈비츠 집단 수용소 담장 너머에 있는 집과 정원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이야기. 지난 20일 별세한 영국 작가 마틴 에이미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정교하고 재치 있게 다룬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이 '언더 더 스킨' 뒤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현실적 대비로 인간성의 깊이와 모순을 파헤쳐 평론가들로부터 호평받았다. 관음적 시선이 느껴지는 촬영과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 등으로 기술적 완성도 역시 빼어나다고 평가됐다.



글레이저 감독은 폭력의 열매를 즐겁게 누리는 파시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영화 속 인물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들과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실제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평론가 니콜라스 벨도 "문명의 궁극적 퇴보를 이해하기 위한 임상 조사에 가까운 영화"라며 "심연을 정확히 응시해야 재발을 막는 예방 접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괴물


2018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복귀작이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브로커' 등 해외에서 작업을 이어오다 자국으로 돌아가 사카모토 유지와 손을 잡았다. 드라마 '마더', '최고의 이혼', '당신을 울리는 사랑' 등과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의 각본을 쓴 작가다. 소년들의 싸움 뒤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세계를 장본인들은 물론 어머니, 선생님 등의 시선으로 나눠 풀어낸다. 안도 사쿠라를 비롯해 나가야마 에이타, 구로카와 소야, 다카하라 미츠키, 나카무라 시도 등이 출연한다. 음악은 지난 3월 별세한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업했다.



평론가 루벤 바론은 "감정적으로 고통스럽지만 온전한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평론가 리차드 로손도 "은밀한 고통을 우아하고 세심하게 제기하며 억압이 주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통찰력 있게 제시한다"고 극찬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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