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한 칸당 160명 정원 기준 하중 측정
국민 평균 몸무게 적용 안돼 혼잡도 '제각각'
평일 출퇴근 시간대면 이른바 ‘지옥철’로 변하는 수도권 지하철의 과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열차 내 혼잡도 안내 시스템이 승객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김포골드라인 등 지하철 과밀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열차 내 혼잡도 관리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하철 혼잡도는 지하철 한 칸(60.84㎡)의 정원 160명을 기준으로, 160명이 타면 혼잡도 100%로 계산한다. 여유 단계(80% 이하) 및 보통 단계(80~130%)는 여유로운 이동이 가능, 주의 단계(130~150%)는 이동 시 불편, 혼잡 단계(150% 이상)는 열차 내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을 의미한다.
최근 200%대 혼잡도를 보이는 김포골드라인 등 지하철 안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하철 내 혼잡도는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김포골드라인에선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1일 김포공항역에서 10대 고등학생과 30대 여성이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하며 쓰러져 119구급대가 출동하는가 하면, 지난해 12월21일에도 열차에 타고 있던 한 여성이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따라 지하철 탑승 전 미리 칸별 혼잡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에 승객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하철 2호선의 경우 2019년부터 칸별 혼잡도를 표시하는 신형 전동차를 운행 중이다. 2호선을 제외한 다른 노선들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하면 혼잡도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혼잡도 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기준 자체도 밀집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16일 지하철 2호선 잠실행을 타보니 해당 칸은 이미 좌석은 만석이고, 서 있는 승객들로 붐볐다. 다른 칸으로 이동하려 이동할 때도 다른 승객들과 접촉이 불가피할 정도로 비좁았지만, 열차 모니터에 표시된 혼잡도는 ‘여유’였다.
이 같은 오류는 혼잡도 측정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차량마다 무게를 감지하는 하중 감지 센서가 내장돼, 실시간으로 객차 내 탑승 무게를 감지하고 측정하는데 혼잡도를 측정하기에는 적절치 않아서다. 서울교통공사는 한 칸당 측정된 하중을 1인당 평균 체중인 65㎏을 대입해 인원수를 계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몸무게는 남성이 74.5㎏, 여성은 58㎏으로 성별만으로도 오차 범위가 크다. 여기에 노약자와 비만 인구를 더하면 그 오차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열차 한 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를 측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각적인 판단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영상 방식으로 밀집도를 판단할 수 있는 여러 기술을 연구·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일상적이지 않고 이례적으로 과밀집이 발생하는 경우 그런 위험 요소들을 승객들에게 빠르게 안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열차 칸마다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혼잡도는 아무래도 하중을 감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시각적인 혼잡도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교통카드 데이터로 파악한 총 탑승 인원 정보와 지하철 칸마다 설치돼 있는 이동통신 기기 데이터를 연계해 혼잡도를 분석하는 방식도 병행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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