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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전쟁 속 '솟아날 구멍' 만든 韓 제조 기업들

수정 2023.05.18 07:51입력 2023.05.18 07:51

철강·정유·방산 등 '굴뚝산업' 기업들
대내외 충격 속에서도 '히든 카드' 제품 활약

전쟁, 원자잿값 급등락, 경기 불황까지. 지난 1년간 전세계 산업계가 마주한 외부 충격이다. 휘청이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우리 제조기업들은 일찌감치 준비했던 ‘히든 카드’들이 빛을 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와 연이은 글로벌 경기 불황에 된서리를 맞았지만 배터리,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본래 참치캔, 분유캔 등 식음료 용기에 쓰이던 BP(석도원판)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로 재탄생해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BP는 저탄소강 강판으로 주석, 크롬, 니켈 등을 도금할 수 있도록 만든 0.14~0.6㎜ 얇은 강판이다. BP에 주석을 도금하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참치캔 재료가 된다. 열을 잘 견디는 석도원판은 최근에는 니켈을 도금해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에 쓰인다. 배터리는 불이 나면 내부 온도가 600도까지 치솟는다. 니켈 도금 BP는 뜨거운 열을 견디는데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균열에도 강하다. 배터리 화재 위험을 줄이는 데 적합한 철강재인 것이다. 포스코는 1977년 BP를 처음으로 생산한 이후 기술력을 키워왔다.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배터리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BP수급이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사용해 제작한 구동모터용 코어.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1조원을 투자해 연간 30만t 규모 전기차 모터용 전기강판 공장도 새로 짓고 있다. 전기강판은 전기 및 자기를 응용한 기기에 사용되는 철강제품이다. 특히 포스코가 생산하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전기차 구동모터의 고정자, 회전자의 철심에 쓰이는데 모터 효율을 높여준다.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전력 손실이 적다. 연간 10만t의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설비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40만t까지 생산량을 늘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도 우리 제조업의 저력이 드러났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적으로 탄약·포탄이 기근 현상을 보이자 국내 유일 탄약·포탄 제조사인 풍산이 바빠졌다. 풍산은 올 1분기 매출 7711억원, 영업이익 590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4%, 영업이익은 19.5%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풍산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EU가 우크라이나에 탄약·포탄을 대거 공급하며 생긴 공백을 풍산이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며 하루에 6000~8000발의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포탄 생산량(월 1만4000발)을 크게 웃돈다.


SK엔무브가 생산하는 윤활유 제품

유가가 하락 안정화하면서 정제 마진이 대폭 떨어진 정유사들에겐 윤활유 사업이 '버팀목'이 되고 있다. 유가 급등은 얼핏 정유사들에게 원자잿값 부담으로 비쳐지지만 사실 가격 상승의 근거가 돼 호재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이를 휘발유·경유 등으로 만들어 파는데 미리 사둔 원유 가치가 상승해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유가가 하락하면 반대 효과를 내 오히려 악재다.


지난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경유 수요가 늘었다. 정유사들은 경유 가격이 상승하자 공급을 늘리기 위해 경유와 같은 생산설비를 쓰는 윤활유 생산을 줄였다. 윤활유는 더 귀해진 것이다. 공급 부족이 누적되면서 가격은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견조한 윤활유 사업에서 25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좋아져 직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정유업계는 최근 폐윤활유를 재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인 친환경 윤활유 제품, 전기차용 윤활유를 개발해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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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부 압박에 공공기관 화들짝…299곳서 '해임 임원 퇴직금 감액규정' 도입
수정 2023.05.18 10:08입력 2023.05.18 10:08

지난해말 173곳 →올 1분기 299곳
공공기관 86% 이상이 도입 마쳐
나머지 기관은 올해 안에 도입예정

전체 347개 공공기관 중 299개 기관이 비위 등을 이유로 해임된 임원에 대한 퇴직금 감액 규정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공공부문 혁신'을 꼽으며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서자 공공기관들이 서둘러 관련 규정 도입에 나선 결과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분기 공공기관 126곳이 해임된 임원에 대한 퇴직금 감액 규정을 새롭게 도입했다.


지난해 말까지 해당 규정을 도입한 공공기관은 173곳으로 전체의 49.9%만이 임원 해임 시 퇴직금을 감액해 지급하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 126곳이 추가돼 도입률이 86.2%로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전체 공공기관의 80% 수준인 278곳 도입을 목표로 잡았었는데 올 1분기 이미 이를 초과 달성한 상황"이라며 "각종 비위로 해임된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은 도덕적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고 공공기관들도 '이왕 할 거면 빨리하자'며 도입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6월 국민권익위원회가 155개 공직유관단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141개(91%) 기관에서 비리로 해임된 임원에게 퇴직금 전액을 지급하고 있었다. 채용비리 혐의로 징역 4년, 벌금 3억원 등의 형사처벌을 받아 해임된 임원과 뇌물수수 혐의로 해임된 임원에게도 각각 3000만원, 1700만원의 퇴직금을 전액 지급했다. 권익위는 "비리로 해임된 임원에게 퇴직금 전액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기재부는 같은 해 8월 발표한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방안'을 통해 경영지침을 개정해 해임되는 임원의 퇴직금 감액 근거 규정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더해 온라인설명회와 전문가 간담회 등을 열어 관련 규정 개정 필요성을 지속 강조하고, 올해부턴 분기별로 이를 점검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에 결국 공공기관들이 백기 투항한 셈이다.


해임 임원 퇴직금 감액 규정을 아직 도입하지 않은 공공기관들도 올해 안에 모두 관련 규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30곳은 올 상반기, 12곳은 하반기에 타 경영지침 개정 시 함께 도입하기로 했다.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6곳까지 포함하면 연말까지 347개 모든 공공기관에 관련 규정이 도입되는 셈이다. 기재부는 분기별로 실제 도입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재부는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른 기관별 혁신계획을 통해 예산효율화 및 복리후생 개선 계획(2022년 10월), 자산효율화 계획(2022년 11월), 기능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2022년 12월)을 순차적으로 발표했다. 또 공공기관 혁신계획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분기마다 기관별 혁신계획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있다. 이 결과 올 1분기 기준 정원은 1만명 이상 줄었고, 불요불급한 자산 1조4000억원 매각, 과도한 복리후생 제도 327건 개선 등의 성과를 거뒀다.


기재부는 매 분기 이행실적 점검을 지속해서 실시하고 필요시 분야별 혁신과제의 추가 발굴 및 보완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주무 부처와 공공기관의 혁신계획 추진 노력과 성과를 경영평가 및 정부업무평가에 반영해 책임성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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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해서 좋았는데…내달부터 비대면 진료 이용자 급감하나
수정 2023.05.18 10:59입력 2023.05.18 10:33

재진 중심 원칙에 약 배송 금지
복지부 "최종안 아냐…시행 전 확정"

정부가 내달부터 비대면 진료를 재진 환자에 한해 이용할 수 있도록 원칙을 잡았다. 환자는 재진을 증명할 수 있는 의료 데이터를 플랫폼에 내야 하고, 약도 직접 수령해야 해 비대면 진료 이용자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 업계는 “앞으로 이렇게 되면 업계가 하나둘씩 줄도산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비대면 진료 자료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위기단계 하향(심각→경계)에 따른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내놓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안’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의 형태는 상당수 사라진다. 우선 초진은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기간이 정해진 재진 위주가 골자다. 예를 들어 A의료기관에서 직접 대면 진료를 받은 이후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이외 질환자는 30일 이내 같은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이용하는 의료기관이 비대면 진료를 시행할지 미지수인데다 고혈압·당뇨 등 환자가 아닌 이상 비대면 진료 이용 주기가 짧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는 일정 기간 안에 비대면 진료를 받을 것을 예상하고 의료기관 측에 의료 정보를 미리 요구해야 한다. 의사는 비대면 플랫폼으로부터 받은 환자의 정보를 토대로 비대면 의료 이용 대상인지 판단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의사와 환자를 연결해주는 제3 중개자가 의료 정보를 받는 것이 의료법상 가능한지 논의가 되지 않았다”며 “이번 시범사업이 산업계엔 어떤 역할이 부여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1~4급 법정 감염병 확진자와 섬·산지 거주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 등에겐 초진을 허용했다. 최근 어린이 감기 환자 급증에 따른 ‘소아과 대란’을 해결해주기 위해 휴일·야간엔 소아청소년 초진을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일단 의료계 반발 등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한 육아 커뮤니티에는 “소아과 ‘오픈런’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거나 “연차는 불가피해졌다”는 불만이 올라왔다.

약은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약국에 방문해 받아야 한다. 오남용·오배송 우려가 있다는 의약계 의견에 따라서다. 플랫폼은 환자에게 약국을 자동 배정할 수 없고 이용자 근처의 모든 약국을 보여줘야 한다. 예외적인 약 배송 허용 대상을 두고는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 B씨는 “올해 초 코로나에 걸려 온몸의 근육통으로 집 밖에 나가지 못했을 때 퀵으로 약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며 “직접 수령이면 굳이 비대면 진료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복지부는 당정협의에서 마련된 추진방안이 최종안은 아니라며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다음 달 1일 이전까지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존 한시적으로 허용돼 많은 환자가 이용했던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서의 일정 부분 후퇴는 불가피해졌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바뀐 지침에 따른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개발자를 추가 고용해야 하는 등 모든 게 급하다”며 “정부가 가이드라인 만들기까지 최소 2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간 산업계와 소통 없이 급하게 발표한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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