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자금 활용·이해충돌 논란 등
직접 해명에도 구매 이력 등 의문 남아
'재산공개 대상 포함' 목소리도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60억 코인 투자 의혹'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거액의 가상자산을 전량 인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됐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김 의원이 투자한 가상자산이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인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또 자신이 투자한 가상자산에 대해 세금 부과를 유예하는 법안에 참여하면서 이해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정치권과 김 의원의 해명에 따르면 김 의원의 코인 투자는 지난 202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의원은 당시 LG디스플레이 주식 전량을 매도한 대금 9억8574만원을 가상자산 초기 투자금으로 썼다. 그는 전날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세가 만기가 도래해서 전세자금 6억을 투자해서 LG디스플레이(주식)를 산 것"이라며 "가상화폐 초기 투자 자금으로 활용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9 대유행을 계기로 풀린 유동성이 주식시장을 끌어올린 시점에 전세보증금 6억원을 빼 주식 투자에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했고, 4억원 가까운 차익을 남긴 뒤 이를 가상자산 투자 종잣돈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의원이 지난 8일 공개한 주식투자 및 가상자산 거래 계좌 내역을 보면, 김 의원은 2021년 2월9일부터 나흘동안 LG디스플레이 매각 대금이 있는 키움증권에서 9억8628만원을 국민은행으로 이체한 뒤, 이를 다시 K뱅크로 옮겼다. LG디스플레이 매각 대금을 입금한 K뱅크는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전용계좌다.
당초 김 의원은 코스닥 상장 게임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 코인에 투자해 60억원 상당의 차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는데, 위믹스는 지난해 1월 업비트에 상장됐다. 김 의원이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매각한 당시엔 업비트에서 위믹스를 구매하는 게 불가능했다는 이야기다. K뱅크가 아닌 농협을 전용계좌로 둔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 위믹스가 상장된 일자는 2020년 10월 무렵이다.
김 의원은 키움증권과 국민은행 거래내역과 국민은행과 K뱅크 거래 내역을 공개했지만, 현재 위믹스를 보유 중인 빗썸의 주거래 은행인 농협 계좌는 공개하지 않았다.
핵심 쟁점은 김 의원이 코인을 대량 인출한 시기가 지난해 대선(2022년 3월9일)과 가상 화폐 거래 실명제(트래블룰) 실시(2022년 3월25일)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이다. 6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대선을 앞두고 매각해 대선 자금으로 활용했을 가능성과 실명제 실시 전 일부러 전량 처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김 의원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대선 자금 활용 가능성에 대해 "대선 기간 전체 계좌에서 실물인 현금으로 인출된 것은 440만원에 불과하다"며 "2022년 2월 중순경 이체한 가상화폐는 인출하여 현금화한 것이 아니다. 제 명의의 다른 실명 지갑으로 이동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또 거래소 간 이체 과정에 대해서 "실명 인증한 계좌로만 거래했고, 타인에게 이체한 것도, 이체받은 것도 없이 실명화된 제 지갑 주소로만 거래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번 해명을 통해 10억원 가량의 주식 판매금을 코인 초기 투자금으로 썼다고 밝혔는데, 재산신고상 2021~2022년 사이 증가한 9억원가량(1억4769만원→11억1581만원)의 예금의 행방은 설명되지 않고있다.
이를 두고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8일 페이스북에 "2021년 엘지 디스플레이 주식 매도 대금 9억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고 해명한 것은 자승자박"이라며 "주식 매도 대금 9억이 고스란히 예금으로 들어가 재산 신고 내역에 나와 있는데, 그렇다면 가상화폐에 투자한 9억은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냐. 갑툭튀 9억 만들기 비결이 너무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명 입장문에서 위믹스 코인을 사고 판 구체적인 시점과 금액, 총 현금화 액수 등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 김 의원이 공개한 거래 내역에는 2021년 2월9일 3억원, 11일 2억원, 12일 5억원을 각각 은행과 가상화폐거래소로 송금한 내역을 공개했으나, 실제 위믹스 코인을 구매한 이력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 의원이 억대 가치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시기에 가상자산소득에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노웅래 의원 대표발의)에 공동 발의를 한 점을 들어 '이해충돌'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 법은 2021년 7월 발의돼 같은 해 12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월부터 적용되기로 했던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올해 1월 시행으로 미뤄지면서 김 의원 역시 과세 유예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은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로 인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곤란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직무수행을 회피하는 등 이해충돌을 방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김 의원이 관련 법안 발의에 참여한 점 등을 중심으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면서 가상자산도 '주식 백지신탁제도'처럼 일정 금액 이상의 보유 및 투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8일 성명을 내고 “가상화폐는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정치인들의 불법 재산 증식과 은닉에 활용될 가능성이 더 크므로 감시와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주식백지신탁제도와 같이 가상화폐도 일정 금액 이상 보유를 금지시키는 입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이 거액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거래한 것이 공직자 윤리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재테크를 잘한다며 주식이나 코인 투자를 자랑하는데 이 역시 공직자로서 바른 자세가 아니다”라며 “장사를 하든지 사업을 하든지 스타트업을 해야지 국회의원을 하면서 투잡을 하는 것은 사실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직격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젊은 정치인이 출처 불명의 가상화폐 60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 그건 돈 투기꾼이지 청년정치인은 이미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청년들이 그대로 인해 얼마나 상실감이 컸을까. 얕은 수로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번 논란으로 가상자산의 재산 공개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올해 재산으로 15억3000만원을 신고했지만, 수십억원대 가상 자산은 신고 대상 재산 내역에서 빠져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2020년 11월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포함해 총 5건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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