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 노인복지 조례 개정안
1인당 60만원씩 연5200만원 편성
한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지역 내 어르신을 선발해 해외여행을 시켜주는 조례안을 마련하고 나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천군은 매년 관내 65세 이상 노인들 90명을 선발해 해외여행을 지원해주는 내용의 노인복지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최근 마련했다.
개정안은 지난달까지 입법예고를 마쳤다. 조례·규칙심의회와 서천군의회만 통과하면 바로 시행된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대한노인회 서천군 지회를 통해 해외여행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바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개정안은 "해외 문화탐방에 대한 높은 욕구에도 불구하고, 관광 인프라 부족으로 적절한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한 사업 근거를 마련하고자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또 국내외 노인 복지 선진 문화와 노인건강 맞춤형 특화 프로그램을 중점으로 기획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천군은 1인당 60만원씩 5200여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90명에게 해외여행 기회를 줄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이 스스로 해결할 환경을 조성해야"
다만 서천군의 이번 조례 개정안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서천군은 이와 별도로 이미 2020년부터 매년 175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경로당 회장인 노인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서천군 주민 A씨는 "국내 많은 공공기관과 지방의회 등이 벤치마킹, 탐방을 이유로 해외연수나 출장을 다녀오면서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누가 봐도 외유성인 해외여행에 매년 적지 않은 돈을 쓰는 것은 혈세 낭비로 보인다"며 "이미 노인들의 국내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외여행 사업까지 추가하면 사업의 중복 느낌이 강하다"라고 비판했다.
또 전상직 한국 주민자치학회 회장은 "해외여행 같은 개인의 영역은 주민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해야 하며 행정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좋다. 서천군의 사업은 주민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자기 과시적, 전시적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전 회장은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들이 계속 늘어나는데 매년 90명을 해외에 보낸다고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라며 "노인들을 해외에 단체로 모시고 다니면 건강, 안전 등의 위험 우려도 크다.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인기에 영합하려는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서천군 관계자는 "포퓰리즘 지적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따로 해줄 말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의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행에 나서는 것이다. 조례에 명시돼 있는 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며 "개정안이 확정되면 올해부터 대상자 선발과 구체적인 사업추진 방안을 마련해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업이 추진될 경우 대상자는 노인회 서천지회에서 임의로 결정하게 되는데, 지회와 인연이 깊거나 친한 지인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는 "사업 수행 기관인 노인회의 전횡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노인회에는 공정하게 대상자를 선별하도록 당부하겠다"라고 전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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