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반도체 인력 구인난 부딪혀
서둘러 인재양성 나서지만 "시간 없다" 지적도
구마모토현에 대만 TSMC 공장이 건설되면서 반도체 산업 부활 분위기가 커진 일본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다. 구마모토가 속한 규슈에서만 앞으로 10년간 매해 1000명 이상 일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 내부에서도 '인재 모시기'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아사히신문은 규슈 반도체 인재 육성 컨소시엄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컨소시엄은 규슈 경제산업국과 관련 산학단체 등이 만든 것으로, 작년 가을부터 올해 2월까지 규슈 지역 반도체 기업 791개 사를 상대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2023년부터 2032년까지 매년 3000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아사히는 2021년 규슈 반도체 기업 총채용 인원이 2300명 정도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10년에 걸쳐 매년 1000명씩 일할 사람이 부족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규슈는 일본 반도체 생산액의 40%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반도체 거점인 만큼 경력직을 끌어오려는 열기도 뜨겁다. 일본 이직플랫폼 도다에 따르면 코로나19 전인 2019년 1월 대비 반도체 관련 구인 수는 2배로 늘었고, 지역별로는 TSMC가 진출하는 규슈 지역이 2.8배로 특히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인력난이 규슈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본 전반에 일어날 현상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전국적으로 반도체 공장 건설을 이어가고 있어 대규모 채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이와테현에는 키옥시아가 메모리 공장에 제2제조동을 증설할 예정이고, 2025년에는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일본 회사들이 합작한 라피더스가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라인을 가동한다.
그러나 일본의 반도체 인력 자체는 계속해서 줄어드는 상황이다. 경제산업성이 매년 공표하는 공업통계조사에 따르면 1998년 약 23만 명이던 반도체 인력은 2019년 약 17만 명까지 감소했다.
아사히는 “1980년대 세계 시장 점유율을 쥐고 있던 일본이 대만이나 한국의 강세로 점유율이 10% 이상 떨어졌다”며 “이 기간에 일본 기술자들이 해외나 국내 다른 산업으로 유출됐기 때문에 바로 현장에 투입할 인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이에 서둘러 인재 양성에 나서는 모양새다. 구마모토대는 지난 1일 반도체·디지털 연구 교육 기관을 설립해 교원을 6명 신규 채용하는 등 교원 규모를 30명 이상으로 확장했다. 내년에는 TSMC 공장 유치에 맞춰 반도체 디바이스 공학 과정을 신설해 학생을 뽑을 예정이다.
다만 인재가 자라나기 전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의 자회사 니케이 엑스테크는 “일본에서 인재를 길러낸다고 해도 그 수가 충분치 않을 것”이라며 “해외 인재를 끌어들이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분야 출신이거나 전공자가 아닌 사람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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