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감소 때문" 社 논리에
勞 "물가상승률보다 못하다"
"노조 가입 고려" 직원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의 올해 임금인상률이 작년 대비 반토막 났다. 글로벌 불황으로 실적이 줄어 인상률을 높이기 어려웠다는 게 사측 입장이지만 노측과 직원들은 물가 상승률보다 임금 인상률이 낮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사가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 4.1%에 합의했다고 지난 14일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기본 인상률 2%, 성과 인상률 2.1%로 책정됐다. 평균 임금 인상률은 전체 직원에게 주는 총연봉 증가율이다.
삼성전자 임금 인상률 4.1%는 2021년 7.5%, 작년 9%의 절반 수준이다. LG전자, SK하이닉스 등 다른 기업들도 최근 3년간 임금 인상률을 낮추고 있다. LG전자는 3년간 9→8.2→6%, SK하이닉스는 2021년과 작년 8.07→5.5%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5월 이후에 발표할 전망이다. 작년 인상률보다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반도체 불황으로 큰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기업 사측은 작년 실적이 저조해 임금 인상률을 올리기 어렵다는 논리를 노측에 전했다. 삼성전자 작년 연결 영업이익은 2021년보다 16% 줄었다. LG전자는 12.5%, SK하이닉스는 45.1% 감소했다.
다만 높아진 물가 상승률이 크게 반영되지 않은 점, 임원 보수 증가율과 비교해 직원 임금 증가율이 지나치게 낮은 점 등은 문제라는 불만도 나온다.
기업 임금협약에서 노사는 최저임금위원회의 협상 원칙인 '경제성장률+소비자 물가상승률-고용 증가율'을 참고한다. 특히 노동조합은 물가상승률을 주요 논거로 들고나온다. 사측이 실적을 근거로 제시하면 노측이 물가상승률도 반영해달라고 요구하는 구조다.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에서 작년 5.1%로 두 배 뛰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사측은 첫 임금 협상률로 1%대를 제시했다가 노조 반발로 2%대로 올렸다.
사측이 올해 등기임원 보수한도를 410억원에서 480억원으로 17.1% 올리려 했던 점에 대해서도 직원들은 적잖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노사협의회가 작년 실적이 저조한데 17%나 올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직원 반응을 사측에 전했고 경영진이 이를 받아들여 작년 보수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등기임원 보수한도 인상을 사실상 보류한 셈이다.
삼성전자 DX(모바일·소비자가전)부문 직원 A씨는 "최소 물가상승률만큼 (임금을) 올리고 성과별 임금 상승이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한다고 해놓고 임원 보수는 17%나 올리기로 (사측이) 결정한 것에 대해 직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며 "특히 기본 인상률(2%)이 너무 낮아 노조 가입을 고려하는 동료들이 부쩍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했다.
실적 감소를 근거로 대기업들이 임금 인상률을 낮춘 것과 별개로 노측과 직원들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뒤 노조가 5개로 늘었다. 기존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 삼성전자구미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 지난 1월 말 출범한 '삼성전자 DX노동조합'이 추가됐다.
DX노조를 제외한 4개 노조로 구성된 노조 공동교섭단은 이번 임금협상을 진행한 노사협의회와 별도로 사측과 협상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까지 사측과 10여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파업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실현될 경우 1969년 삼성전자 설립 후 54년 만에 처음이다. 노조는 작년에 사측과 노사협의회 임금협상에 반발하며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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