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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發 인플레이션 한풀 꺾일듯…삼성 등 대기업 인상률 둔화

수정 2023.04.17 13:56입력 2023.04.17 10:35

"실적 감소 때문" 社 논리에
勞 "물가상승률보다 못하다"
"노조 가입 고려" 직원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의 올해 임금인상률이 작년 대비 반토막 났다. 글로벌 불황으로 실적이 줄어 인상률을 높이기 어려웠다는 게 사측 입장이지만 노측과 직원들은 물가 상승률보다 임금 인상률이 낮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사가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 4.1%에 합의했다고 지난 14일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기본 인상률 2%, 성과 인상률 2.1%로 책정됐다. 평균 임금 인상률은 전체 직원에게 주는 총연봉 증가율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 '무노조 경영 폐지' 선언 후 작년 8월 창사 53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협약을 맺었다. 작년 8월10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나노파크 2021·2022년 노사 임금협약체결식 후 기념촬영 모습. 왼쪽부터 손우목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 부위원장, 김항열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 위원장, 최완우 DS(반도체)부문 인사팀장, 신인철 삼성전자 교섭대표.[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삼성전자 임금 인상률 4.1%는 2021년 7.5%, 작년 9%의 절반 수준이다. LG전자, SK하이닉스 등 다른 기업들도 최근 3년간 임금 인상률을 낮추고 있다. LG전자는 3년간 9→8.2→6%, SK하이닉스는 2021년과 작년 8.07→5.5%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5월 이후에 발표할 전망이다. 작년 인상률보다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반도체 불황으로 큰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기업 사측은 작년 실적이 저조해 임금 인상률을 올리기 어렵다는 논리를 노측에 전했다. 삼성전자 작년 연결 영업이익은 2021년보다 16% 줄었다. LG전자는 12.5%, SK하이닉스는 45.1% 감소했다.


다만 높아진 물가 상승률이 크게 반영되지 않은 점, 임원 보수 증가율과 비교해 직원 임금 증가율이 지나치게 낮은 점 등은 문제라는 불만도 나온다.


기업 임금협약에서 노사는 최저임금위원회의 협상 원칙인 '경제성장률+소비자 물가상승률-고용 증가율'을 참고한다. 특히 노동조합은 물가상승률을 주요 논거로 들고나온다. 사측이 실적을 근거로 제시하면 노측이 물가상승률도 반영해달라고 요구하는 구조다.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에서 작년 5.1%로 두 배 뛰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사측은 첫 임금 협상률로 1%대를 제시했다가 노조 반발로 2%대로 올렸다.


사측이 올해 등기임원 보수한도를 410억원에서 480억원으로 17.1% 올리려 했던 점에 대해서도 직원들은 적잖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노사협의회가 작년 실적이 저조한데 17%나 올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직원 반응을 사측에 전했고 경영진이 이를 받아들여 작년 보수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등기임원 보수한도 인상을 사실상 보류한 셈이다.


삼성전자 DX(모바일·소비자가전)부문 직원 A씨는 "최소 물가상승률만큼 (임금을) 올리고 성과별 임금 상승이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한다고 해놓고 임원 보수는 17%나 올리기로 (사측이) 결정한 것에 대해 직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며 "특히 기본 인상률(2%)이 너무 낮아 노조 가입을 고려하는 동료들이 부쩍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했다.


지난 1월31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모습.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실적 감소를 근거로 대기업들이 임금 인상률을 낮춘 것과 별개로 노측과 직원들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뒤 노조가 5개로 늘었다. 기존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 삼성전자구미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 지난 1월 말 출범한 '삼성전자 DX노동조합'이 추가됐다.


DX노조를 제외한 4개 노조로 구성된 노조 공동교섭단은 이번 임금협상을 진행한 노사협의회와 별도로 사측과 협상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까지 사측과 10여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파업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실현될 경우 1969년 삼성전자 설립 후 54년 만에 처음이다. 노조는 작년에 사측과 노사협의회 임금협상에 반발하며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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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4조원 벌었는데, 기부는 달랑 15억'…명품업계 배짱장사
수정 2023.04.17 13:09입력 2023.04.17 11:10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국내 매출 3.93조
배당금 1170억~2950억 등 급증
기부는 루이비통 '0' 비롯 5억~10억 수준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지난해 한국에서만 4조원 가까이 매출을 올렸다. 잦은 가격 인상과 구매 과정·사후 처리 등에서의 소비자 불편에도 역대급 실적을 낸 데다, 배당은 큰 폭 늘린 반면 기부 등 국내 기여엔 여전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 시장의 명품 짝사랑'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루이비통, 1.7조 벌어 2200억 배당…기부는 '0'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르메스코리아·루이비통코리아·샤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조9338억원으로 직전해(3조2194억원) 대비 22% 증가했다. 국내 매출이 가장 높았던 브랜드는 루이비통이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6923억원으로 직전해 대비 15% 늘었다. 영업이익은 4177억원으로 38% 증가했다. 샤넬은 매출·영업이익 상승률이 폭증했다. 지난해 샤넬코리아 매출은 1조5913억원으로 직전해 대비 30% 늘었고, 영업이익은 4129억원으로 66% 급증했다. 에르메스코리아 역시 지난해 매출 6502억원을 기록, 직전해 대비 23%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3% 증가한 2105억원을 나타냈다.


역대급 실적에 해외법인으로 보내는 배당금 규모도 크게 키웠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배당금 2950억원을 지급했다. 직전해 대비 327% 급등한 수치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배당금은 2252억원으로 직전해 대비 44% 증가했다. 에르메스 역시 직전해 대비 22% 늘어난 117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반면 한국에서의 기부에는 인색했다.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거나, 아예 없었다. 샤넬코리아는 10억1584만원, 에르메스코리아는 5억6100만원을 기부했고 루이비통코리아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3년째 기부금이 '0'원이다.


명품 브랜드 '샤넬'이 다음 달 미국에서 가격을 올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 인상 임박을 추측하고 있는 28일 서울 한 대형백화점 명품관 앞에 시민들이 명품관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코로나19로 명품 인기 가속화…1년에 4차례 가격 인상 '배짱장사'

국내 명품 수요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더 크게 늘었다. 유동성 확대로 자산 규모가 커진 이들이 증가하면서 명품 수요가 늘어난 데다, 해외여행·명품구매 등 굵직한 소비처에 대한 선택지가 다양했던 이들의 시선이 명품으로 쏠리면서 인기가 급증했다. 해외 신혼여행길이 막히면서 결혼 선물에 힘을 싣는 예비부부도 늘면서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반드시 지금 시기에 사야 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여기에 명품 브랜드의 잦은 가격 인상 정책이 '언젠가 살 거라면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을 심으면서 소비 심리에 불을 지폈다. '오픈런(상점 문을 열기 전에 미리 와서 줄을 서는 행위)'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입장 전날 밤부터 줄을 서기 위해 텐트나 침낭이 동원되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오픈런에 대신 줄을 서주는 아르바이트가 횡행하고, 되팔 목적으로 제품 구매에 나서는 리셀러가 판을 키웠다. 명품에 크게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대체 뭐길래' 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웃는 건 명품 브랜드뿐이었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같은 심리에 파고들어 일 년에 많으면 네 차례까지 가격을 올렸고, 가격 인상 전 구매 고객이 급증하는 효과를 누렸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두 차례 가격을 올렸고 샤넬은 네 차례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도 한 차례 더 가격을 인상했다. 잦은 인상에 이미 오른 가격에 수요 욕구가 시들해지기보다, 다음 인상 전 구매하려는 욕구가 커졌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경기 침체가 예고됐던 지난해에도 명품 소비가 크게 늘었던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41억6500만달러(약 18조7400억원)로 세계 7위권이다. 그러나 1인당 소비는 전 세계 최대 수준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3만원)로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을 넘어섰다.


업계는 올해 경기 침체 우려가 더 짙어지면서 명품 업계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명품 업계는 기세를 몰아가기 위해 상징적인 매장을 추가로 선보이는 한편, 국내에서 패션쇼를 준비하는 등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 여력이 커진 상황에서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감보다 소유 욕구가 여전히 크다"며 "명품 소비는 결국 심리적 작용에 따른 것이므로 잦은 가격 인상과 가격에 따라오지 못하는 대우(서비스), 사후 처리 등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고 이같은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커질 때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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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76% 성장 '실리콘 음극재'…LG·포스코·SK 앞다퉈 개발
수정 2023.04.17 08:30입력 2023.04.17 08:30

[배터리 소재 초격차]②
충전 속도·수명 결정하는 음극재
주로 사용하는 흑연…팽창 단점 있어
대안 떠오른 실리콘 음극재 개발 활발

편집자주빨라지는 전기차 보급 속도에 맞추기 위해 배터리 업계가 소리없는 전쟁중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폭발하는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세계 곳곳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추는 데 집중해왔다. 지금까지 양을 채웠다면, 앞으로는 질에서 판세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배터리 기업들이 새로운 배터리 소재 개발에 열중하는 이유다. 차세대 배터리를 구성하는 소재는 무엇이 될지, 기업들이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어떤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지 짚어본다.

양극재에서 전기 에너지를 만든다면 음극재는 그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음극재는 배터리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한다. 음극에 리튬이온을 많이 저장할수록 사용 용량이 커지고 충전 속도도 빨라진다. 음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약 15%를 차지한다.


현재 이차전지 음극재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시장조사업체 ICCSINO는 2021년 세계 음극재 생산 규모가 전년 대비 63% 증가한 총 88만2700만t이며, 중국이 총생산량의 9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음극재 생산 상위 1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이 7개이고 일본과 한국 기업은 각각 2개, 1개다.


포스코퓨처엠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사진제공=포스코퓨처엠]

음극재는 리튬이온의 저장원(흡수·방출)으로 음극활물질, 도전재, 바인더, 동박 등으로 구성된다. 음극재 대부분을 구성하는 음극활물질은 현재까지 가격과 안정성 측면에서 장점을 지닌 흑연을 주로 사용한다. 연필심이 바로 흑연이다.


천연흑연 음극재는 용량이 크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명이 낮고 충전 속도가 느리다. 배터리 충전 시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전해질을 타고 음극으로 이동해 음극에 있는 흑연층 사이에 머물게 되면 팽창해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음극재 기업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실리콘 음극재'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계 음극재보다 약 10배 많은 리튬을 저장할 수 있다. 실리콘 1g당 용량은 최대 4200mAh/g이고 흑연 음극은 370mAh/g 정도다.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충전 속도를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실리콘도 충·방전이 반복되면 부피가 쉽게 팽창하는 특성을 지녔다. 현재 흑연계 음극재에 첨가할 수 있는 최대 실리콘 함량은 5~10% 수준이다. 실리콘 함량을 늘리고,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2020년 6000t으로 음극재 시장의 1.2%에 불과했던 실리콘 음극재는 2027년에는 약 32만t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연평균성장률은 76.6%다. LG화학, 포스코퓨처엠, SK머티리얼즈 등이 실리콘 음극재 시장 가능성을 보고 연구개발(R&D)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와 포스코퓨처엠 양·음극재(왼쪽이 양극재) [사진제공=포스코퓨처엠]

LG화학은 100%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퓨어 실리콘(Pure Silicon)' 기술을 개발 중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성장전략 발표에서 퓨어실리콘 개발을 중점 과제로 소개했다. 기존 음극재보다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LG화학은 2021년 7월 세계 1위 종합 전지 소재 회사를 목표로 2025년까지 전지 소재 부문 육성에 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흑연 음극재를 만들고 있는 포스코퓨처엠도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자회사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2025년까지 3000억원을 투입해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 연산 5000t 규모 실리콘 음극재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7월 실리콘 음극재 개발 업체 테라테크노스를 인수하고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사명을 바꿨다.


SK머티리얼즈그룹14는 경북 상주시에 연산 2000t 규모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완공했다. 오는 3분기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추가 증설로 오는 2025년까지 연산 1만t을 확보할 계획이다. SK머티리얼즈그룹14는 SK머티리얼즈가 2021년 실리콘 음극재 사업 진출을 위해 미국 배터리 소재 기술기업 그룹14와 손잡고 세운 합작법인이다.


조정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리콘 음극재 시장 성장은 필연적"이라며 "테슬라 4680 배터리의 경우 원가 절감과 더불어 실리콘 음극재 사용을 통한 에너지 밀도 개선이 핵심인 만큼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파나소닉 등을 필두로 실리콘 음극재 생산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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