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10곳 넘게 폐업
폐업 건설사 60%가 지방
“올해 사업을 1건이라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받기도 어렵지만, 나온다 해도 미분양이 너무 심각해서….”
경남지역 중견 건설사 임원은 “지금은 무조건 버텨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건설업계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방권의 건설사들은 미분양 주택 급증과 원자재 가격 급등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줄폐업에 나서는 실정이다.
15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폐업한 종합·전문건설업체는 926개(철회 19개 제외)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10곳 넘게 폐업한 셈이다.
이는 전년 동기 796개(철회 13개 제외) 14.0% 증가한 수준이며, 지난 2014년에 기록한 1208개 이후 최대치다.
폐업은 지방에 집중됐다. 1분기에 폐업 신고를 한 서울 소재 건설사는 118개로 전체 폐업 건설사의 12.7% 수준이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소재 폐업 건설사는 257개(경기 211, 인천 46)로 27.7% 비중을, 나머지는 551개(59.5%)는 지방 소재였다.
폐업 건설사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는 자금시장 경색,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꼽힌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치자 건설사들의 유동성에 큰 문제가 생겼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인상과 분양 시장 위축은 수익성 감소를 불러왔다.
대형 건설사는 자체 보유한 현금으로 버텼지만, 중소 건설사는 버티질 못했다. 특히 중소 건설사 대부분이 지방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한 까닭에 지방 중소건설사 폐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지방 건설사 폐업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지방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대부분의 주택사업은 시행사가 건설사의 보증을 받아 금융사에서 PF 대출을 받아 진행하는데, 미분양이 나게 되면 자금 회수를 실시해 시행사는 물론 시공사까지 줄도산에 이르게 된다. 한국은행은 지방 중소 건설사의 16.7%가 연 수입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인 것으로 추정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438가구로 전월보다 0.1%(79가구) 증가하며 상승 폭이 둔화했다. 그러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8554가구로 한 달 새 13% 넘게 늘었다. 이는 2021년 7월(8558가구) 이후 최대치다. 특히 전체의 82.6%를 차지하는 7071가구는 지방 물량이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여유 자금이 없는 지방의 중소형 건설사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금리를 버틸 체력이 없다"며 "특히 악성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 지방은 건설사의 줄폐업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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