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세관당국 페루 해외출장
원산지 조사가 목적인데 마추픽추 관광
관세청 "주말엔 쉬어야지, 호텔에만 있나"
관세청 직원이 페루 현지에서 이뤄진 원산지 조사에서 마추픽추로 외유성 관광 일정을 다녀온 사실이 확인됐다. 공무원 복무규정의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음에도 관세청은 공식 일정이 아니었으니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14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4월24일 관세청과 세관 직원들은 페루에서 국내로 수입된 녹두의 원산지를 검증하기 위해 현지로 출국했다. 세관당국은 지난해부터 페루산 녹두수입 기업들을 상대로 원산지 증빙조사를 진행 중인데, 해당 출장은 조사 전 현지 정보수집 차원에서 이뤄졌다. 12박15일로 구성된 일정에서 검증팀은 생산현장 실사조사를 위해 북서 해안지역(람바야께, 라리버타드)과 남동 산악지역(쿠스코)을 방문했다.
제보에 따르면, 검증팀에 소속된 일부 직원은 출장 도중 페루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히는 마추픽추를 방문했다. 마추픽추는 페루에 있는 잉카문명의 고대 요새 도시로 쿠스코에서 북서쪽으로 약 80km 정도 떨어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출장 당시 마추픽추 지역관광 일정이 있었다”면서 “공무원이 해외출장 중 관광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관광에 필요한 교통비나 통역비 등을 공무여비로 썼는지 사비로 지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세청 측은 “출장인원을 상대로 확인해본 결과 검증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에는 마추픽추를 간 사실이 없다”면서 “일정이 끝난 후 주말과 휴일 등 일정을 수행하지 않은 날에 직원들이 어디를 갔는지 확인해 줄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주말에 (관광을) 가지 말라는 규정은 없다”며 “상식적으로 주말에는 공무원도 쉬어야 하는데 그동안 호텔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예규’에는 해외출장에서의 관광성·외유성 방문을 지양하기 위해 소수기관 중심의 심도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인사혁신처 측은 “당연히 관광성·외유성은 지양하라고 나와 있기 때문에 출장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각 기관의 국외 출장 심의위원회에서 면밀하게 검토해 공무 국외출장 목적에 맞게 수행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해외출장 중 주말이 포함돼있다면 휴일일지라도 최소한의 계획을 세우고 기관이 이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도 나왔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해외출장에서) 휴일에는 무엇을 하는지 계획 정도는 세워야 관광성·외유성을 지양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해당 기관에서 심사위원회를 제대로 거쳤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관세청 직원의 마추픽추 방문 건에 대해서는 “징계 사항인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며 “기관의 징계 의결 처분권자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대답했다.
이미 유사한 사례로 징계를 받은 기관도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채희봉 당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6박17일로 호주를 방문했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에 공원·해변 산책, 그랜드 캐니언, 오페라하우스를 관광하기로 계획했다. 당시에도 주말이긴 하지만 공식출장 중에 관광을 다녀왔다면 외유성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는 언론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비록 계획에만 그쳤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해 실무진과 기관에 ‘엄중경고’ 조처를 내렸다.
관세청 측은 “인사혁신처의 답변은 공무출장 중 외유성·관광성 출장을 지양하라는 원칙을 말한 것”이라면서 “복무상 잘못된 거냐고 물어보니 그것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고 반박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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