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정상화로 에너지 수요 감축 유도해야
어물쩍대다 무역수지 악화, 해외 투자자 소송 우려
이르면 다음주 중 발표될 올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폭이 5원 내외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전기요금을 kWh당 5원 정도 올릴 전망이며, 구체적인 발표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추가 자구 대책이 나오는 대로 할 예정이다.
인상분 반영 시점은 발표 직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요금은 보통 분기별로 조정하는데, 요금 단가를 구성하는 여러 항목 중 하나인 기준연료비를 올리면서 당장 발표 이튿날부터 다음날부터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인상요율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여전히 불가피해 보인다. 무역적자의 최대 원인이 에너지 수입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소폭 인상이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관세청의 수출입통계 발표 후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수출액이 획기적으로 늘 모멘텀은 없어 보이는 와중에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무역수지가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지난해 9월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을 (kWh당) 30원 더 올리면 무역수지가 3개월간 25억달러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에너지 공기업 적자를 메우려면 시장가격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 전쟁, 앞으로 3년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세미나에 참가한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본부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해외 화석연료 가격의 변동성은 여전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에너지 수급상황은 대외 에너지 상황변화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고, 탄소중립도 추진해야 하므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과제는 에너지 시장가격 정상화와 전력계통망의 안정적 운영"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전기·가스 요금 인상으로 소비량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에도 우리나라 2022년 가정과 상업 부문 에너지 사용량은 각각 전년 대비 1.9%와 4.4% 증가했다. 그러다 올 초 도시가스 사용량이 대폭 감소했고, 전국 주택용 도시가스 겨울철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12만t)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1월 난방비 폭탄 이슈가 터지면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사용량을 줄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에너지 다이어트 10' 정부 캠페인, '가구당 하루 1kWh의 전기 소모 줄이기' 대국민 캠페인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결국 에너지 절약을 도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요금 인상이라는 뜻이다. 유 교수는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수요 감축 역시 획기적으로 오른 가격 때문"이라며 "독일의 경우 난방요금이 8배까지 뛰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한전과 가스공사는 국유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정상 요금에 이르지 못하면 주주 반발까지 살 수 있다. 가스공사는 이미 지난해 미수금이 9조원에 육박하며 상장 이후 최초로 무배당을 결정했고, 소액주주들의 항의에 부딪혔다. 한전의 경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있기 때문에 해외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투자자-국가 소송(ISD)'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의 경우 전기료 상한제에 따른 손해가 전력공사(EDF) 국유화까지 이어졌다. 본래 EDF 지분 중 정부 보유분은 84%였는데, EDF가 전기료 상한제에 따른 손해 11조원을 배상하라고 정부에 소송을 걸면서 프랑스 정부가 잔여 지분까지 점차적으로 사들이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2월 기준 EDF 지분 약 96%를 갖고 있다.
세미나를 주최한 한무경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은 "에너지를 수입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그 대가를 진작에 치르고 있었기에,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도 요금 인상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에너지 요금 인상 요인을 일정 부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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