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장사 시작 1시간 10분 만에 폐업
요리 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예능 프로그램 '장사 천재 백사장' 촬영 중 모로코에서 텃세에 시달리고, 방송 이후 모로코인들에게 악플을 받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장사 천재 백사장'에는 백 대표가 아프리카 모로코 야시장에서 한식 장사에 나서는 과정이 담겼다.
"돼지고기 아냐?"…현지 율법 따랐지만, 악성 민원 시달려
장사 도중 갑자기 전기가 끊긴 모습. [사진출처=tvN '장사천재 백사장' 유튜브 영상 캡처]백 대표는 불고기 버거와 갈비탕 노점을 운영해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테이블이 금세 찰 만큼 인기가 좋았다.
그러자 시장 측은 노점 장사 시작 50분 만에 전기를 끊는 등 장사를 방해하는 행태를 보였다.
시장 측과 이야기를 나눈 현지 아르바이트생은 "더는 장사하면 안된다고 한다. 문제가 있다는데 왜인지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출연자 배우 이장우는 "텃세가 있다"며 "장사가 너무 잘되니까"라고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당황한 직원들과 달리 백 대표는 별일 아닌 것처럼 콧노래를 부르며 장사를 이어갔다. 그는 "들어와 있는 손님들한테만 잘하면 된다"며 이들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추가로 손님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백 대표와 멤버들은 1시간 10분 만에 폐업을 결정했다.
백 대표는 인터뷰에서 "전기가 딱 나가길래 장사 오래 해 봐서 촉이 이상하더라.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며 "장사를 하다가 접을 땐 굉장히 기분 나쁘다. 그것도 타의에 의해서. 화가 많이 났지만, 표정을 관리했다"라고 털어놨다.
백 대표 일행이 장사를 접어야 했던 이유는 음식 출처에 의문을 품은 악성 민원 때문이었다. 모로코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할랄 음식'만 취식이 가능하다.
그 때문에 백 대표와 출연진도 현지 시장에서 구매한 할랄 고기와 식자재로 요리했지만, 일부 손님들이 "이 사람들 개구리 먹는다던데", "돼지고기 아니냐" 등 의문을 품고 민원을 넣었던 것이다. 이에 더해 시장 측도 "손님이 이상한 것을 먹고 아프다고 하면 누가 책임지냐"면서 영업 중단을 강요했다.
이후 제작인은 새 장소 섭외에 나섰고, 모로코에 처음 도착한 날 찾았던 호떡집 섭외에 성공하여 백 대표와 일행들은 새로운 장사에 돌입했다.
방송 이후 '악플 세례'…제작진 잘못도 지적돼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고 제작진이냐고 묻는 출연자 뱀뱀과 그의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는 출연자 이장우의 모습. [사진출처=tvN '장사천재 백사장' 유튜브 영상 캡처]방송이 공개된 이후 백 대표의 인스타그램에는 아랍어와 영어 등으로 수많은 악플이 달렸다.
이들은 "당신은 모로코의 이미지를 실추시켰으니 앞으로 절대 우리 국경을 넘지 말라", "당신이 우리의 종교를 존중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당신을 존중하지 않겠다", "모로코인을 조롱하지 말라", "모로코의 전통과 문화, 종교를 존중하지 않았다", "다시는 모로코에 오지 마라" 등의 악플을 달았다.
백 대표가 이런 악플 세례를 받는 배경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제작진은 지난 2일 방송된 '장사 천재 백사장' 1화에서 모로코라는 나라를 설명하기 위해 지도를 첨부했는데, 현재 영토분쟁 중인 '서사하라' 지역을 제외하여 모로코를 표시했다. 모로코는 이 서사하라를 자국 영토로 간주하며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영유권을 인정받는 것을 외교 숙원으로 삼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다른 논란은 이슬람교의 기도 장면에서 불거졌다. 무슬림은 하루 5번 예배를 한다.
주방 기구를 사러 가기 위해 중고 매장에 들렀던 백 대표는 비싼 가격에 고민하다가 결국 사기로 결정했는데, 다시 매장에 들어갔을 땐 마침 기도 시간이었다.
이때 백 대표의 일행인 출연자 가수 뱀뱀은 기도하는 이들을 보고 "우리 제작진이에요?"라고 물었다. 이를 들은 백 대표와 이장우는 뱀뱀의 편견 없는 해맑음에 웃음을 터뜨리며 "제작진이 왜 저기 엎드려있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두고 모로코의 한 웹사이트에서는 출연자들이 기도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엉덩이를 보세요"라고 말했다는 식으로 아랍어 자막이 달린 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러한 오해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누리꾼, "잘잘못은 제대로 따져야… 백종원은 오히려 피해자"
다만 해당 사건에 한국 누리꾼도 역시 분노하고 있다. 지도를 표시한 건 제작진인데 악플은 출연자가 받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기도 장면 역시 종교를 무시한 게 아니라는 해명에 나선 누리꾼도 많다.
오히려 인종차별을 당한 건 백 대표 일행이라는 의견도 있다.
야시장에서 "개구리를 먹는다", "먹어도 되는 것 맞냐"라고 의심하며 민원을 넣은 현지인들의 행동을 근거로 삼았다.
한국 누리꾼들은 "출연진은 모로코 문화를 존중해 할랄 음식을 만들었지만, 현지인들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믿지 않았다. 백 대표가 오히려 차별당한 것", "야시장 장면에서 모로코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느낀다면 시장 측에 따져야 할 것"이라고 댓글을 달아 많은 공감을 얻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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