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형 처해진 北 운동선수 20명
"오락회 하다가 남조선 말한 게 화근"
북한의 젊은 운동선수 20명이 오락회에서 남한말을 썼다가 노동교화형에 처해졌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아 양강도의 주민소식통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식통은 "3일 오후 혜산시 광장에서 고급중학교 졸업생 등 청소년 대상 공개폭로모임이 있었다"며 "삼지연시에 갔던 체육선수들이 오락회를 하다가 남조선 말을 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한 달간 양강도에서는 도내 청소년 체육선수들을 모집해 삼지연시에서 동계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 참여한 선수 중 일부는 오락회에서 끝말잇기를 하다 남한말을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공개폭로모임에서는 오락회에 참가한 20명 전원에게 교화형이라는 법적 처벌이 가해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면서 "주민들은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체육선수들이 말 한마디 때문에 교화소에 보내진다는 것은 너무한 처벌이라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체육선수들은 대부분 힘 있는 간부 집 자식들이었지만 이 문제가 중앙에까지 제기되면서 가차 없는 처벌지시가 내려져, 해당 간부들은 해임되고 가족은 산간 오지인 삼수로 추방 결정이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누군가 훈련 도중에 있었던 오락회 영상을 손전화로 찍었고, 한 여학생이 저장된 동영상을 보다가 불시 단속에 걸려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학생의 손전화를 검열하던 안전원이 오락회 동영상을 문제 삼았고, 이를 무마하려던 도당 간부들까지 중앙당에 신고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구체적으로 어떤 남한말을 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오빠'나 '자기야' 등의 남한말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남한말 쓰면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
앞서 북한은 남한말을 쓰면 6년 이상의 징역형, 남한말투를 가르치면 최고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의 법을 제정했다.
RFA가 지난달 입수한 '새로 채택된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요구를 잘 알고 철저히 지켜나갈 데 대하여' 문건에는 지난 1월 채택된 평양문화어보호법 내용 일부가 담겼다.
법 58조는 '괴뢰(남한을 비하하는 표현) 말투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괴뢰 말투로 통보문, 전자우편을 주고받거나 괴뢰말 또는 괴뢰 서체로 표기된 인쇄물, 녹화물, 편집물, 그림, 사진, 족자 같은 것을 만든 자는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법 59조는 '괴뢰 말투를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주었거나 괴뢰말 또는 괴뢰 서체로 표기된 인쇄물, 녹화물, 편집물, 그림, 사진, 족자 같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유포한 자는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며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63조에는 '괴뢰말 또는 괴뢰 서체로 표기된 물건짝들을 진열해놓고 팔거나 은닉시켰을 경우에는 영업을 폐업시킨다'는 내용도 담겼다.
북한은 '괴뢰말'을 '어휘, 문법, 억양 등이 서양화, 일본화, 한자화 돼 조선어(북한말)의 근본을 완전히 상실한 잡탕말로서 세상에 없는 너절하고 역스러운 쓰레기말'로 정의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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