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영향력에 기대려는 선거 전략"
대규모 청중동원력…총선 성적은 미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언급했을까. 정치인이 종교계와 친분을 과시해 표심에 활용하는 일은 비교적 흔하지만,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전광훈 논란에 빠져든 데는 정치적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광훈 목사가 보수 진영에서 갖는 파급력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담긴 행동이라는 얘기다. 전 목사의 대중 동원력이 실제 선거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해선 분석이 갈린다.
극우세력으로 분류되는 전광훈 목사는 숱한 논란에 둘러싸인 인물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을 역임했지만 이단 의혹을 받고 있는 데다 역사왜곡 발언, 막말 등으로 비판받고 있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이 전광훈 목사에 기대는 이유는 뭘까. 전광훈 목사는 3·1절, 광복절 등 해마다 대규모 광화문 집회를 열어 자신의 지지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보수단체 자유통일당 회원 등이 모인 지난달 '삼일절 천만국민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5만명, 경찰 측 추산 4만명의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정치인들이 계속해서 전 목사와의 친분을 강조하는 것은 치밀하게 계산된 총선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지난 3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김 최고위원은 바보가 아니라 똑똑한 사람이다. 자기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두번씩이나 (전 목사에 구애)하는 것은 본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 목사에게 여러 가지로 마음에 짐을 줬든지 할 것"이라며 "이번에 경선하면서 제일 혜택을 많이 봐서 수석(최고위원이) 됐으니까 물불 안 가리고 전 목사를 판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다만 실제 선거에서의 전광훈 목사의 파급력에 대한 전망은 갈린다. 광화문 집회 인파는 전광훈 목사의 순수 지지세력이라기보단 '문재인 전 대통령 하야 발언' 등으로 흡수한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 반대 세력,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합쳐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집회에 모인 이들이 모두 선거에서 전광훈 목사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보긴 어렵다.
실제로 전광훈 목사는 총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왔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 한국기독당이라는 이름으로 첫 도전에 나선 이후 다섯번째 출사표를 던진 2020년 총선에서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이 선거에서 전광훈 목사를 주축으로 한 기독자유통일당은 1.83%(51만 3159표) 득표하는 데 그치면서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공직선거법상 전국 득표율 3% 이상 또는 지역구 5석 이상을 얻어야 비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선거에서 기독교를 매개로 전광훈 목사와의 연대를 내세웠던 황교안 체제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84석) 역시 더불어민주당에 163석을 내주며 참패하고 만다.
다만 전광훈 목사가 지지세력을 특정 지역구에 결집해 경선판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광훈 목사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전국 단위로 보면 위협적이지 않지만 특정 지역에 세를 결집하면 해당 지역구의 공천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원 가입 시 실제 거주 지역에 대해 묻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천 위원장은 전광훈 목사의 영향력에 좌우되는 당원이 최소 1만명일 것이라 분석했다.
총선을 1년을 앞둔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광훈 목사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공천권을 가지고 제3자(전 목사)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며 "전 목사는 그분 역할을 하는 거고, 우리 당은 우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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